히어로 영화를 좋아했다.


아니, 영화만이 아니라 만화, 소설, 뭐라도 좋았다. 그래, 히어로를 좋아했다.


마법과 괴물이 실존하는 세계에 떨어졌을 때, 이곳에는 히어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빌런이 있었다. 국제 경찰과 특수 범죄 수사과 따위와 투닥거리는 모양이었다. 히어로는 없었다.


이차원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괴물이 있었다. 이런 괴물을 전문적으로 잡는 엽사, 그러니까 사냥꾼들이 있었다. 히어로는 없었다.


게이트를 타고 등장한 외계의 존재는 있었다. 전쟁이나 분쟁이 가끔씩 있어, 군인들이 묘비 위에 훈장을 받고 현충원에 잠들고는 했다. 히어로는 없었다.


그래, 제대로된 사회라면 한 명의 영웅에게 세계의 미래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사적 제재는 범죄. 인터넷에서 다크 히어로라 불리며 조롱당하는 존재는 사회 부적응자일뿐.


이곳에는 영웅이 없다.


경찰과 군대, 자경단과 국세청이 있을 뿐이다.


그래, 그러니까.


나는 사회부적응자가 되어주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조롱 섞인 감탄을 받는 광대가 되어주기로 했다.


사적 제재를 일삼고 체제에 불응하는 과격파가 되기로 했다.


쫄쫄이 위에 팬티를 입고, 망토를 두르고, 우스꽝스럽지만 눈에 띄는 모습으로.


히어로가 되어야겠다.



- 테러리스트의 요구 사항은.... 어어? 저기, 이상한 복장을 입은 민간인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 뭐해! 붙잡지 않고!


- 겨, 결계입니다! 최소 3위계 이상의 결계가 설치되었습니다!

- 젠장, 뭐하는 녀석이야?!



"너희가 테러리스트인가?"

"...엥? 뭐야, 이 녀석은."



- 젠장, 빨리 해체 전문가 불러와!



"나를 히어로라 부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