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36년! 

세상이 혼란에 빠지던 때에.


한 남자가 배를 타고 멀미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 씨잇ㅍ...으에에에에엑....좆같은 호로잡놈의 스탈ㄹ...으어억


그 남자의 이름은 레프 트로츠키.


그가 배에 타고 있는 경위는 이러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동물원에서 탈출한 호랑이로 인하여 프랑스 전역이 호랑이 잡겠다고 혼란에 빠지고, 그 혼란을 틈타 프랑스에서 추방당하지 않고 계속 파리에 머물던 중,  프랑스 총리의 권유를 받아 정치인으로서 재기하기 위해 에릭 블레어, 니콜라이 바빌로프 같은 인물들과 15,000명에 달하는 의용군을 이끌고 한창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스페인으로 향하는 중이었죠.


아무튼간에 자신의 선동으로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1할, 소련 출신 망명...아니 자원자가 3할, 마지막으로 전세계 노동자 조직이나 정치조직에 서 온 자원병들이 6할 정도. 전투인력 4,000명, 그 식솔들과 비 전투인력까지 포함하면 총 15,000명이나 되는 거대한 규모의 자원자들이 이 배, SS켈틱 호에 타서 스페인으로 향하는 중이었으나 우리의 트로츠카에게는 책임감 따윈 없이 '아 좆같다' 생각 하나 밖에 안 하는 듯 보였죠.


그러나, 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아 트로츠키 동지ㅎㅎㅎ 역시 스페인 바다는 따뜻하네욯ㅎㅎ



ㅇㅇ그런듯... 근데 저게 뭐노?



모르겠노 이ㄱ....






어?



어?


그렇습니다. 

스페인 국민군 해군의 어뢰가 직탄으로 명중해버린 것이었죠.


이에 켈틱 호에 탐승해 있던 사람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에엑낳 도망가자 시발 사람 살려요!!!~~~



오 주여....제발 살려주소서!!



뭐 이새끼야 주? 주? 너 이새끼 순 반도ㅇ



비켜 새끼야



혁명동지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우리 배는 안전합니다.

또한 함선의 규모로 인해 쉽게 침물할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그러니 모두 제자리에 가만히 대기하여 승무원들의 대처를 기다



쿠-웅




'...설마'

만약에 스탈린이 .. 원한 게 잔반처리가 아니라면?

그냥... 꼴 보기 싫은 새끼들 다 치워버리고 싶었던 거였다면?

프랑코 쪽에 정보를 '살짝' 흘려서 커다란 먹잇감으로 던져준 거라면?

'살생부'를 꼼꼼히 정리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스탈린을, 다챠(러시아식 별장)에서 트로츠키의 부고라는 즐거운 소식 만을 기다리는 스탈린을 상상하자 부아가 치밀었다.

"개자시..."



모두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달래지도 못하고 같이 울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심히 반동적인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죠.



그런데 말이죠. 갑자기 주위의 소리마저 지워지고, 모두의 시야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물들었습니다.

아까까지 그들의 목덜미를 노리는 것만 같던 잠수함마저도, 저 멀리 하늘의 은하수만큼 멀게만 느껴지고. 우주에 처음부터 오직 자기자신과 이 거대한 안개만이 있었던 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죠. 트로츠키는 그 아찔한 압도감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습니다.




모두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피부로 낯선 공기, 낯선 냄새가 느껴져 왔죠.

모두가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이곳은 켈틱 호에 탑승해 있던 15000명의 의용군들이 아는 장소가 아니라는 걸.

소나무가 자라는 저 섬들, 기묘한 해안선, 고요하고 잔잔한,

그러나 두려울 정도로 푸르고 깊은 바다. 이곳을 지중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없었습다.

그렇다면 여기는 어디일까요?


우선적으로 정보를 총합해보기로 한 의용군 일행들은, 곧 북극성의 위치로 판단한 결과, 이곳이 위도 39.23도, 경도 127.55도, 즉 일본령 조선 앞바다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죠.






한편, 조선의 관리인 김밀은 저 앞바다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요즘 임금님께서 사망하신 거 때문에 어린 임금이 복위하였는데, 그게 너무너무 불안하여 나라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죠.


그런데, 백성들이 저 멀리서 이상한 강철 배를 탄 왜구들이 오고 있다지 뭡니까?


그 사실을 보고받자, 왜구들이 대화를 원한다는 사실까지 보고받죠.


그떄 김밀은 미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꼴받네... 그냥 다 죽여버리면 왜적 토벌했다고 막 상금도 받고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공을 세우겠다는 열정 아래. 대화하러 온 의용군들의 사절단을 죽여버리고, 원산으로 출병을 명하게 됩니다.


그렇게 조선군이 원산에 정박한 의용군들을 향해 돌격하게 되나...



돌아온 것은 기관총 세례였죠.


결국 소련 의용군은 원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헌데, 승리하고 원산에 입성하니 증기기관이고 공장이고 하나도 없이 왠 풀로 만든 집들에 도로마저 없지 뭡니까?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아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이렇게 조선인들에게 근대적 문물을 누리지 못하게 하고 원시적으로 살아가게 착취했다니....신이시여....!





한편 조선 조정도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왠 이상한 왜구들이 원산을 점거하였다니요.


그러나 조선 조정에는 그것보다 더 큰 사태가 벌어지게 되어 원산에 대한 일은 신경도 쓸 수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일인가 하면...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수양대군이 대놓고 왕위를 가지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어서, 각 당파들과 신하들이 누구 편에 들지 고민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죠.



예. 소련 의용군은 1452년의 조선에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의용군들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는 어 여기는 1936년이 아닌데?라 생각하여 의용군 중에 있는 과학자들을 닥달하여 지금이 몇년도 인지 알아보라 시켰더니.


1452년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나는 전세계 공산주의자들의 마지막 보루이며 (약 만오천명) 위대한 소비에트의 서기장이며 (시민: 약 오만 명) 혁명을 지도하는 (팩트: 중세라 혁명할 거리도 없음) 위대한 혁명가이다!(뻔뻔)


아무튼 그렇게 원산에 떨어진 의용군들은 원산 소비에트를 구성하여 조그마한 도시국가 수준까지는 올리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선에 내전이 터졌답니다.



앞으로 평온해야 할 나라인 조선에서, 자신들의 원산 점거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원역사보다 더욱 가증되었고, 이로 인하여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은 안평대군의 한양 시가전, 안평대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수양대군과 금성대군을 옹립한 대신파의 내전으로 크게 확대되어 버린 것이었죠.



숙주야 숙주야 어케 하냐 어케 하냐 이러다 전하 모가지 수양에게 따이게 생겼다



박팽년아 이미 나는 계획을 세워뒀다



역시 숙주야 믿고 있었다고

그래서 무슨 계획이심?



원산에 있는 소련으로 망명하자




도랐쓰마?



그럼 어떻게 해요ㅠㅠㅠ우리 갈데 없어요 나 살고 싶어요ㅠㅠㅠ



트로츠키 동지 조선왕이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야야 빨리 음악하는 애들 불러와서 아무튼 좋은 노래 연주시키라 그래 그리고 여기 혹시 다른 나라 임금 맞이하는 법 아는 놈 있냐?


평소에 우리가 왕만나면 모가지 비트는 거 밖에 안해봐서 모르는데요


암튼 대충 높은 애들 데려오고 군인 애들 모아서 사열식도 하라 해 얼릉




이것이 곤룡포가 붉은 이유를 아는가?라는 명언을 남기신, 붉은 왕 단종이 탄생하게 되는 시발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간다왼쪽의 소설 [트로츠키와 우리 조선 빨갛게 빨갛게]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소설은 트로츠키와 소련 의용군 만오천여명이 원산 앞바다로 트립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소설입니다.


처음 볼때는 작가의 사상이 심히 불온한 수정주의자인거 같아서 분노하였으나 작가의 필력에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소비에트 우라를 외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또 우리가 흔히 아는 웹소설 문체와는 차별화되는, 자세한 묘사를 중심으로 하며, 전쟁으로 혁명을 하는 게 아닌 왕정국가 조선과 공산국가 원산의 기묘한 공존, 원산 소련의 조선 개발과 근대와 중세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데에 많은 편을 할애하고 있어서 "나는 막 전쟁으로 세계 혁명을 하고 싶어!"라 생각하는 반동놈의 찢어죽일 호로잡놈의 스탈린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는 반동들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 있으나 트로츠키 동지를 진심으로 따르는 진정한 사회주의자라면 가히 트로츠키 동지와 경애하시는 인민의 지도자이신 이홍위 동지의 활약에 눈물을 흘리지 아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연 위대하신 트로츠키 동지를 방해하는 반동들은 어떤 최후를 맞이할까요?

위대하신 이홍위 동지의 무한한 영도력을 의심하는 수양대군 같은 반동들을 완벽히 처리할 수 있을까요?

원산 소련은 이 과거에서 사회주의를 퍼트릴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트로츠키와 우리 조선 빨갛게 빨갛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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