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엔 룸메이트가 한명 있다.


"야,야! 애니 시작한다! 빨랑 와!"


키 약 16cm,

무게 60g미만,

구성성분은 밀가루.


[메테오 마법의 발동까지 30분! 그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겠어! 덤벼라 마왕!]


[크아아앙]


[티라노 마왕은 크게 울부짖으며 용사에게 돌진했다.]


"이야 역시 이 회사가 작화는 맛깔나게 뽑는다니까. 쉬불 이게 야스지. 야 마운티 듀 가져와 봐!"


취미는 토스터에서 찜질하기 땅콩잼 바르기,

특기는 바삭하기와 성대모사.

유통기한은 2일.


"그래 왔다. 자, 네 라면. 주인공 어떻게 됐냐?"


"지금 사천왕 프테라 시켜서 공중전 하는 중. 이야 떡라면이네 존나 맛있겠다."


"근데 너 라면 먹어도 되냐? 눅눅해질텐데."


"아아, 괜찮아. 다시 구우면 그만이야."


내 룸메이트는,



"난 식빵이잖아."


말하는 식빵이다.


.

.


평소 빵을 자주 먹어 토스터를 하나 알아봤고, 마침 10,000원이란 값에 파는 제품을 발견했다.



비록 그냥 토스터도 아니고 휴대용 토스터라는게 마음에 좀 걸렸지만,


[제조국가:미국]


미국산이란 말에 그러려니하며 주문했다.


"뭐야 별거 없네."


다행히 토스터는 선이 분리된단 것만 빼면 평범해 보였고, 작동도 잘 되어 바로 썼는데...


"쉬발 여긴 어디야!?"


"으아아아악!!"


토스터에 넣은 식빵이 말을 했다.



"...그러니까, 너도 네가 누군지 모른다고?"


"그래, 무슨 과학기지 같은 곳에서 태어난거 같긴 한데... 정확한건 모르겠다. 혹시 네가 내 아빠냐?"


"아니."


"어쩐지 아빠치곤 너무 크더라. 새아빤줄 알았네."


말하는 식빵은 자신도 자기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했고, 토스터를 팔았던 판매자도 찾을수 없었다.


방송국이나 인터넷에 알려볼까 생각도 했으나 토스터에 붙어있던 '되도록 조용히 써달라'라는 글이 불길해 말하지 못했다.


"하아, 토스터 하나 샀다고 이런 일이... 일단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할텐데... 야, 너 이름 없다고 했지?"


"그래 없어."


"그럼 내가 지어줄까? 넌 빵(Bread)이고, 그리고 다리(Leg)가 달려있지. 그러니 그 둘을 합쳐서... 브레그(Breg). 어때?"


"어감 좋네. 그걸로 하자."


식빵, 아니 브레그와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됐다.



"야, 이거 쩐다. 이게 그 뭐라고 했지?"

"플스. 인류의 최고의 발명품중 하나지."

"아아, 플스...! 좋은 울림이군..!"


브레그는 주로 게임과 대중문화쪽에 관심을 보이며 빠르게 상식들을 습득해 갔고, 나와의 관계도 불편한 동거에서 친한 친구로 바뀌었다.


"그니까 이 유튜브란 거에 올린 내 영상이 대박나면, 플스를 살수 있다고? 조회수에 0만 잔뜩 붙으면 된다는 거지?

"글쎄다, 우린 막 시작했으니까 0이 3개만 붙어도 대박난거.."

"0이 6개 붙었는데? 100만회래. 이거면 플스 하나 더 살수 있냐?"

"!?"


거기다 브레드를 찍은 영상을 스톱모션 애니처럼 적당히 편집해 올린 영상들이 대박을 터뜨리며, 생활형편도 여유로워지기까지.


그렇게 브레그와 1년 가까이 지내며 이 녀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휴대용 토스터로 구운 식빵은 브레그가 된다.

2.브레그의 몸은 언제나 하나며, 2번째로 구운 식빵은 그냥 평범한 토스트다.

3.토스트엔 밀로 된 작고 가는 팔다리와 얼굴모양 구운 자국이 생긴다.

4.식빵은 육체에 불과하며 본체는 토스터인듯하다.

5.브레그가 된 토스트는 잘 안썪게 되지만, 그래봤자 토스트라 잘 부서지고 금방 눅눅해진다.

6.몇가지 가벼운 물리법칙을 무시한다. 예를 들어 식빵인데 음식을 먹을수 있다.

7.이상현상과 별개로 토스터기가 빵을 진짜 잘 굽는다.



"야 브레그 이리 와 봐. 보여줄게 있어."


"혹시 야광식빵이냐?"


"야광식빵은 뭔 미친 소리냐. 자, 고양이식빵이야."


"친구가 일본 갔다가 사준거야."


"앗싸아!!! 드디어 네코미미를 해보는구나! 야 이참에 고양이귀 영상도 찍자! 플스 새로 나와서 얼른 사야 해!"


"알겠으니까 라면이나 먹어 이 새꺄."


이 작은 친구와의 생활은 참 즐겁고, 안정적이다.

오늘까지는 말이다.


.

.


"준비됐지?"


"아아, 물론이지, 아이보."


등에 햄치즈와 다른 빵을 붙인 드레그가 엄지를 들며 대답했다.



오늘은 게임박람회에서 기다리던 게임이 발표되는 날.


드레그는 이 박람회에 꼭 가고 싶어했고, 얠 데려가서 어떻게 구경시킬지 고민하다 이 녀석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자신이 샌드위치로 분장할테니, 자신을 들고 박람회를 구경시켜 달라는 것.


"어떠냐, 이 10g짜리 탄수화물 두뇌에서 나온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허나 불행히도 드레그의 계획이 쓰이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박람회 내에 음식물,애완동물, 라이터등의 소지품은 들고 가실수 없습니다.]

"표지판 보셨죠? 죄송하지만 음식물은 전부 드시고 와주세요."


음식물 반입금지.



"야 어쩌지. 박람회에서만 살수 있는 상품도 있는데."


"너라도 들어가라. 난 여기서 전광판이나 볼게."


"아니 너 때문에 나도 못들어가."


"하아... 스타게임즈 이 망할 자식들... 음식물 반입금지라니, 21세기에 이런 차별을 행할 줄이야."


그렇게 드레그도 나도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굴리고 있을때,


"어? 선배?"


아는 여자후배와 마주쳤다.


"...그러니까, 이 샌드위치 때문에 못들어간다고요? 그러니 잠시 좀 맡아달라?"


"어, 이따 점심에 먹을려고. 좀 부탁할게."


"네, 잘 다녀오세요~"


다행히 후배 덕분에 박람회에 들어갈수 있었다.


허나 브레그는....



"아, 출출한데 한입만 먹을까...'


'안돼안돼안돼안돼!'


"하지만 선배님 샌드위치인데..."


'햄치즈말고 오이샌드위치로 분장할걸.'


"음... 그래! 이건 내가 먹고 선배는 카페에서 새로 사드리자. 그러면서 번호도 따고 친해지는 거야, 히히히...♡"


'안돼안돼 먹지 마! 아직 전광판의 영상 다 안끝났다고! 이따가 여기서 코스프레쇼 하는거까진 봐야 한단말야! 먹지 마 이년ㅇ..'


우물.


"킷사아마아아아!!!!"


새로 구운 드레그는 한동안 소리를 지르며 오열했다.


.

.


"근데 너 유튜브로도 수입 충분하지 않아? 대학은 대체 왜 가는 거냐?"


"유튜브말고 다른 일도 알아봐야지. 그리고 네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는 거잖아."


"이 새끼 보소, 은근 식빵 성질 건드네. 야 이 쉬끼야 내가 펭귄놈들보다 잘 나가, 영상만 더 자주 올렸어도 이미 100만 찍고 해외 댓글들 찍혔어 임마!"


"그래, 알겠으니까 얼른 들어가기나 해."


"OK. ...아 씨, 햄에 겨자 바르지 말라니까 증말. 저 위에 눕는 식빵 생각 좀 해!"


투덜대면서 도시락 통 안으로 들어가는 드레그.


얜 거끔씩 내 점심으로 위장해 대학에 가는걸 즐긴다. 대머리 교수 구경하는게 재밌다나 뭐라나.


"나 잠시 화장실 다녀올테니까 가만히 있어라."


"알겠어 새꺄."


브레그는 한동안 가방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선배~ 어? 어디 갔나?"


후배가 찾아오기 전까지.


'저 년은 저번에 날 먹었던 씹년이네?'


"지애 선배, 저 펜 좀 빌려주실수 있나요?"


"응, 잠시만."


'어디 골탕 좀 먹어봐라.'


드레그는 헛기침을 몇번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세에엑스으으.]


후배의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예?"


"어,어라? 잠만 난 아무 말도...!"


[보!지!털!]


"선,선배... ㄱ,갑자기 대체 왜 그러시는 거에요...?"


"아니 이건 내가 말하는게.."


[하와와와! 하와와와! 하.와.와.와! 야스야스!]


"...저, 저, 먼저 가볼게요!"


"아니이, 잠마안!!"


그 날 후배는 지인 1명을 잃었다.


.

.


트러블메이커 식빵.


식빵 때문에 주인공과 엮이게 되는 히로인들


어쩌다 히로인들 여러명과 동시에 썸 타게 되는 주인공


밀가루 주제에 플스 사전예약 사은품에 집착하는 식빵


주인공과 자꾸만 엮이는 후배, 스트리머, 헬창, 유튜버 히로인


점점 바람둥이 쓰레기가 되어가는 주인공


게임 커뮤니티에서 키배 떠서 음침아싸 히로인 하나 또 만드는 식빵


히로인들 지갑에 콘돔으로 가득 채워서 그거할 생각뿐인 변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식빵


그냥 개또라이 겜창인 식빵



대충 이런 현대+개그+일상+하렘물 누가 좀 써줘


.

.


크르르르... 미친 토스트가 만들어내는 하렘순애가 보고 싶다...!


님프도시보다 갑자기 떠올라서 다시 올려봄 님프친화적 토스트가 필요한 것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