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컨텐츠엔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건 내 최애겜도 마찬가지다.


마왕전기.


방대한 오픈월드와 수많은 즐길거리를 가진 게임이지만, 하루 10시간 이상을 여기에만 투자하는 겜창인 내겐 한참 부족했다.


덕분에 다 깨면 매번 리셋하여 새로운 루트나 스피드런을 도전했고, 


"후우.... 다시 리셋하자."


지금도 또 콘텐츠를 전부 즐겨 할 것이 없기에 XX번째 리셋을 하고 있다.


[정말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시겠습니까?(삭제된 데이터는 복구할 수 없습니다)


모았던 장비나 스토리 깬 것이 사라진다는게 살짝 아쉽다만, 그나마 즐길거라곤 안 해본 루트로 스토리를 깨는 것이기에 과감히 지운다.




[마왕이 데이터를 지우는 중입니다...]

[마왕이 데이터를 지우는 중입니다...]


삭제 버튼을 누르자 SD화 된 2등신짜리 마왕이 지팡이를 흔들며 주운을 외우는 화면이 뜬다.



게임 설정상 데이터 삭제는 마왕이 마지막 발악을 하여 세상을 리셋한다는 설정이다.



"이번엔 뭘 하지... 처음 했던 성기사 싱글 플레이나 할까? 아니면 무투가? 검성도 나쁘진 않을.. 어라?"


[마왕이 또 고통 받긴 싫다고 소리칩니다...]

[이미 수십번이나 죽이고 고문 했으면서 뭘 또 하려는 거냐고 절규합니다...]


"이게 뭐야?"



지팡이를 흔들던 2등신짜리 마왕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운다.

이상하다?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마왕이 해결책을 고민합니다...]

[마왕이 용사와 세상의 운명에 간섭합니다...]

[마왕이 운명에 간섭할수 없음을 깨닫고 절규합니다...]


"대체 무슨... 특별 이벤트인가? 아니면 설마 해킹?"



[마왕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마왕이 우회법을 생각해냈습니다...]

[마왕이 세상의 질서를 건듭니다...]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을 역전시킵니다...]

[각 역할을 극대화 합니다...]


"어어, 이거 왜 이래?"


이젠 아예 이상하게 지직거리기까지 하는 화면.


황급히 컴퓨터 전원을 끄고 콘셉트를 뽑았지만, 도무지 꺼지지 않았다.



[마왕이 질서를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왕이 당신을 게임 속으로 끌여들입니다...]

[마왕이 엿 좀 먹어보랍니다...]


"...시발, 설마, 안돼...!"



어디서 많이 본 전개.

난 이게 무슨 일인지 그제서야 깨닫고 황급히 도망치려 했으나, 그땐 이미 빛들이 남 감싸 게임 안으로 빨아들인 뒤였고, 다시 정신 차렸을땐...



"어머머, 이 꽃 향기 좋다. 얼마야?"


 "원래는 800위크트데 자기니까 특별히 700위크트에 줄게."


꽃집의 요조신사가 된 용사가 날 반겼다.


.

.


빙의 당한 세상은 게임 속 세상과 매우 흡사했다.


9개의 왕국, ㅈ같은 깐프, 마왕과 전쟁중인 상황등등...


허나 딱 하나만큼은 완전히 반대였는데...



"남자가 이런 무거운 걸 들면 쓰나? 줘 봐, 여자인 내가 들어줄게."

"계집대장부가 뭔 말이 그리 많아! 당장 뚝 안 그쳐? 여자는 함부로 우는 거 아냐!"

"남자라면 조숙하게 행동해야지!"



바로 남녀의 성 역할이 바뀐 남녀역전 세상이라는 것.


그것도 여자는 죄다 남자 따먹으려고 발정났고, 남자는 수동적이고 얌전한 극단적인 세상.


처음엔 당황했으나 어차피 마왕만 잡으면 그만이니 큰 걱정 안 했다.


난 이 게임을 수십번이나 깬 고인물이고, 1회차 시점의 마왕은 쓰러뜨리기 매우 쉬우니까.


"용사파티만 모두 모아도 쉽게 깰 수 있어."


인간 용사, 드워프 전사, 콜로세움의 무투가, 마탑의 현자, 성국의 성녀.


모험 도중 차례차례 만나는 이들만 있어도 마왕 쓰러뜨리기는 누워서 떡 먹기.


"...라고 생각했는데...."



마왕새끼, 역시 생각없이 이딴 짓을 한게 아니었다.



남녀역전 때문에 성 역할이 바뀌자, 자연스레 사람들의 역할이나 직업도 바뀌었다.


남자는 농부에서 주부가, 여자는 주부에서 농부로,


왕 대신 왕비가 통치하고 공주가 왕위를 물려받으며,


그 밖에 특정 성별이 많이 하는 직업들도 전부 바뀌었고, 용사파티원들도 전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다.



평범한 시골 소년이었으나 여신의 선택을 받아 각성한 용사는,


"거기 신사분, 장미꽃 한송이 안 사실래요?"


연약한 남자이기에 여신의 선택을 받지 않아 시골에서 꽃집이나 하는 요조숙ㄴ.. 아니, 요조신사가 됐고,



파티의 탱커를 담당하며 망치를 휘두르던  드워프 전사는,


"호호호홀~ 아가, 이 할애비가 모자 떠줄까?"


흔들의자에 앉아 수염으로 뜨게질이나 했으며,



불굴의 주먹으로 악마들을 악/마로 만들던 무투가는,


"어머머, 자기도 참~"


콜로세움 여전사랑 결혼한 수다쟁이 아저씨가 됐고,



마탑의 위대한 현자는,


"쿠키 먹으려무나. 달콤한 초코칩 쿠키란다."


애들한테 쿠키 구워주는 동화에 나올법한 인자한 마법사가 됐다.



그리고 유일한 여자인 성녀는....


"히익!? 재,잭? 저,전 절대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잭을 딸감 삼아 자위를 하는 야한 짓 따윈 절대 안 했다구요!"


여자는 죄다 발정났다는 이 세상의 규칙 때문인지 성욕이 엄청나졌다.



"설마 이걸 노린 건가...."


그래도 이때까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시골 농부도 아니고 대륙의 운명이 걸린 용사파티인데, 이들이 대신 다른 누군바가 그 자리를 채워주겠지.


성녀도 인격은 저래도 능력은 좋으니 잘 다스리면 될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남자인 넌 뒤에 서서 구경이나 해! 이런건 용사의 후손이자 위대한 라그나로크 왕가의 자랑스런 7황녀인 이 몸이 전부 해결할테니까!"



이 폐급년을 만나기전까진.



허리까지 오는 금발과 풍만한 흉부, 푸른 눈동자.


헬레나 라그나로크.


전대 용사의 먼 후손으로 용사를 제외한 성검을 다룰수 있는 유일한 인물.


원래는 제국 에피소드에서 짧게 지나가는 조연이었는데, 아무래도 역전세계에선 용사로 선택됐나 보다.



"하아... 하아...! 조금만 더 하면... 끝이다...!"


"...1시간째야."


"...조,조금만 더..."


슬라임 베는데 1시간이 걸리는 이 폐급년이.


모든 스탯이 최하위에 아무리 써먹으려 해도 전사로는 절대 못 쓰는 년이 용사라니.



그래도 이때까진 동료가 더 있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용사가 저 모양인게 뼈 아프지만, 다른 동료들만 멀쩡해도 토벌엔 큰 문제 없겠지.



"하아... 혐오스러운 인간들인가."


하지만 2번째 동료도 정상은 아니었다.


"넌 인간사내인가? 쯧, 와서 술이나 따라라 천한 것."


아니, 용사보다 더 했다.


2번째 동료는 성별뿐만 아니라 종족까지 바뀌었는데, 인간혐오 깐프 마인드 + 남성차별이 더해진 어질어질한 년이었다.



"무겁지? 내가 들어줄게."


3번째는 원랜 콜로세움에서 미인계로 여왕벌짓하던 놈이었는데, 역전세계의 영향 때문인지 콜로세움 최고 폐급아다년이 되있었다.



그나마 셋중에선 가장 나았으나... 


"뭐? 우리 도적단을 헤치우겠다고?"

"야, 아까까진 큰 소리쳐놓고 지금은 왜 바들바들 떠냐?"

"야, 이 새끼 뽕 꼈다. 아래는 솜털도 안 났고."

"그 나이 먹고도? 푸흐흐흐흐"


"우으윽... 도와줘 얘들아...!"


머리 안이 야스 밖에 없는 물소새끼라 종종 나대다가 사고를 쳤다.



4번째는 마탑주의 손녀로, 실력은 얘네들중 유일하게 폐급은 아니었으나...


"에,에, 저,저기 그게에 어우 아..."


남자만 보면 말을 더듬고 뇌정지가 오는 년이라 셋 못지 않게 쓸모 없었다.



5번째 성녀는...


"하아... 잭의... 옷..."


여전히 답이 없다.



이 몸만 믿으면 마왕따윈 식은 수프 먹기니 다들 안심해!"


"남자가... 말대꾸?!"


"짐 무겁지 않아? 나한테 줘, 이런건 원래 여자가 드는 거야."


"에,으,어, 왜,왜 쳐다보세요,요? 히,히끄윽!"


"헤헤, 잭한테서 오늘도 좋은 냄새난다... 스읍... 하아..."



"...시발."


아무리 생각해도 좆된거 같다.


.

.


자뻑덜렁 용사

남성 차별하는 엘프

물소 빈유녀 무투가

남자랑 말도 못 섞는 마녀

발정난 소꿉친구 성녀


이 폐급들 멱살 잡고 이끄는 성기사 주인공(남역세계에선 처녀+여기사+성녀급 여자라면 누구든 발정하게 만드는 개꼴 조합)


남녀역전으로 운명이 바뀌며 원래 용사와 파티원들이 됐어야 할 인물들이 일반인이 되고,

전투력과 인성 폐급인 트로피 히로인들이 용사파티가 되는 그런 남녀역전물


누가 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