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는 피와 머리카락을 흩뿌리고, 피가 묻은 발로 창문까지 걸어간 뒤 창문을 열고 창문 틀에 발자국을 찍어놓는다. 그 후 밖에서 발을 닦은 후 현관을 통해 다시 집으로 들어가 피웅덩이 위에 눕고, 목 위에 피를 뿌리고, 피가 묻은 부엌칼을 던져놓는다.

"좋아, 완벽해."

이대로 남편이 오기를 기다린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나갈 때쯤, 남편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이 열려있는 것에 놀란 남편은 구두를 던지다시피 벗고 헐레벌떡 집 안으로 들어와서는...

"여보? 여보?! 이, 이게 무슨..."

아, 나를 봤어, 당황하고 있다. 귀여워. 히히, 고마워, 나를 그렇게나 생각해 주고 있는 거구나? 정말... 기뻐... 하지만, 그렇게 허둥대는 건 좋지 않아.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아, 그렇지! 경찰, 경찰!"

"그만해요. 신고 안 해도 돼요."

"아, 여, 보?"

"네네, 당신의 귀여운 아내랍니다?"

"..."

"...크흠, 켁, 켓, 쿨럭."

남편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툭 치면 터질 것 같이 큰 물방울이 눈에 맺혀 있어, 너무나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 보? 괜찮은 거지?"

"응, 괜찮아요, 장난이었어요, 장난. 봐요, 상처 하나 없잖아요."

"아, 다행, 이다..."

남편은 나를 껴안았다. 그이의 품은 포근하고, 다정하고 또 넓어서, 나는 내 몸에 피가 묻어 있는 것도 잊고 안기고 말았다.

"미안해요, 당신. 장난이 너무 심했죠?"

그래도, 그만두진 못 할거 같아요. 당신, 너무 귀여운걸... 좀 더,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어. 어차피, 곧 못볼 표정이니까...





그러하다.

참고로 아내의 남은 수명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