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셨네요!”

   

“…….”

   

“억겁의 시간을 드넓디 넓은 대륙을 누비며, 수백의 병기와 수천의 여자를 다루곤, 수만의 군세의 목을 베어 넘긴 구국의 영웅! 아-! 그 이름 또한 창공의 구름처럼 높으라, 대영웅 맥탈리온!”

   

   

의자에 앉은 자의 호들갑에 의해 ‘대영웅’라 소개받은 남자.

그는 그의 입만큼이나 무거운 투구를 벗어, 비싸진 않으나 그런 티를 내려 안간힘을 쓰는 하얀 탁자에 내려놓는다.

   

   

“말이 많은 자로군.”

   

“아하하, 실례. ‘맞춤 서비스’를 원하시는 고객일 줄이야.”

   

   

맥탈리온의 불평을 싱긋 웃으며 접수한 그 남자는, 그 길로 다리 꼰 무릎에 손을 얹곤 빙글빙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불편한 침묵을 견디지 못한 ‘대영웅’ 나리는 짜증 섞인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꼬리를 내린다.

   

   

“…실례했다. 유감을 표하지. 설명해 줘. 그래, 어떤 코스가 있지?”

   

“하하하, 그렇게 나오실 거면서.”

   

   

- 드르륵!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반 바퀴 돌려 그의 사무실 창문을 바라보며 선다.

   

그러나 그가 바라본 풍경엔, 그가 사랑하는 녹림의 풍경이 펼쳐져 있지 않았다.

   

우주의 은하수를 담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아공간의 불쾌한 기류가 구룩구룩 흐르고 있을 뿐.

   

   

남자는 낮게 탄식한다.

질퍽한 사연에 파묻힐 것 같은 저 손님.

   

오늘 빨리 집에 가긴 글렀군.

   

그러던 와중, 맥탈리온이 좀이 쑤신지 재촉한다.

   

   

“내 시작이 좋진 않았지만, 이렇게 거듭 묻게 하는 것도 무례라고 보는 바. 이봐, 당장 코스를 설명해라.”

   

“아하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군요.”

   

   

남자는 싱긋 웃으며 카탈로그를 내민다.

   

   

“저희 업장이야 들으신 바와 같이 다양하지요. 작게는 국외 코스, 타 대륙 코스, 타계 코스, 오성의 이면 코스, 운명의 분리 코스….”

   

   

맥탈리온은 남자가 주절주절 설명을 시작하는 것은 하등 관심도 없다는 듯, 충혈된 눈으로 카탈로그를 잡아먹을 듯이 훑어본다.

   

그러다, 무심결에 흥분에 차 높아진 그의 음성!

   

   

“ㅈ, 잠깐. 여기 이 ‘즉시 이혼 후 쓸데없는 감정선 제거’가 가능한 코스인가?”

   

“물론이죠.”

   

   

맥탈리온의 목소리에 한 옥타브가 더해진다.

   

   

“‘가슴 아픈 희생을 암시하는 수미상관형 복선 제거’도 사실이고?!”

   

“당연하죠.”

   

   

급기야, 그는 카탈로그를 찢듯이 부들부들 잡는다.

   

   

“여기 ‘얀데레에게 다른 집착할 대상 컨설팅’과 ‘메가데레 환승연애 시켜서 지뢰녀로 만들기’도 가능한 작업이라고?!”

   

“…말이 많아졌군요, 맥탈리온.”

   

-쾅!

   

거칠게 카탈로그를 탁자에 집어던지는 맥탈리온.

그 모습에 남자는 한 바탕 난리를 예상했지만, 정작 맥탈리온이 그의 품에서 꺼낸 건 단검이 아닌 가죽 주머니였다.

   

잘그락, 잘그락. 금속 마찰음이 들리는.

   

- 촤라라라락!

   

탁자에 금화를 쏟아 부은 맥탈리온이 중얼거린다.

   

“그래, 억겁의 시간이었다. 수많은 여행에 수없이 서사가 쌓였고, 수많은 나라의 연인들과 정을 맺었다.”

   

   

남자는 비꼬는 건지 부러워하는 건지 모를 어조로 대답한다.

   

   

“모든 사내가 우러러보는 삶이 아닌지요.”

   

   

낮게 으르렁대는 맥탈리온.

그는 허탈한 듯 멍한 눈동자로, 남자에게 쏘아붙인다.

   

   

“장사꾼, ‘수백의 병기와 수천의 여자를 다뤘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나?”

   

   

남자는 예상이 간다는 듯 히죽 웃었다.

   

   

“그 치덕치덕한 수라장이 지겨우니까, 여기 오신 거 아닙니까.”

   

   

그 말을 듣자, 맥탈리온은 더 이상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탁자를 쾅, 쾅 내리친다.

   

   

“그으으으으렇다!!! 무슨 코스든 좋다! 제발 가져가! 누구든 가져가!”

   

   

맥탈리온은 그 굵은 손가락을 남자에게 가리키며, 호소하듯 소리친다!

   

   

“이번 의뢰!!! 반드시 맡기겠다! ‘히로인 분양사무소’에!!!!”

   



***



주인공 : 


보던 웹소에서 밀던 히로인이 분양엔딩이 나자 좆같은 나머지 해당 소설 마이너갤러리에서 삼일 밤낮을 댓글로 싸우다가 과로사

이후 12세계 12시간선의 패자들의 히로인을 정리하는 분양중개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