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작품에서 엘프는 오래 산다


 세계관마다 설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생물 중 장수하는 편에 속하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은 매한가지다


 엘프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까? 역시 채식위주의 식단과 숲 속에서 나는 자연인이다 찍는게 도움이 된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일단 노화가 어째서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생물학적 특징이 그렇듯, 노화 또한 진화의 산물이다


 그런데 평범하게 생각해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늙고 죽게되는 것이 생존에 적합해서 살아남았다니? 차라리 영원히 살면서 번식하는게 더 이득이지 않나?



 그를 확인하기 위해 늙지 않는 가상의 생물을 상상해보자


 그런데 불로이지 불사인건 아니다


 생물이 살아가는 곳은 자연이고 포식자를 만나든, 사고를 당하든, 병에 걸리든 아무튼 죽을 수는 있다


 그리고 노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즉 늙어서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없기에 매년 생존할 확률은 비슷할 것이다


 만약 해당 생물의 1세대가 1년에 50%씩 일정하게 죽는다고 가정한다면



 1세대는 10년이면 거의 다 사라지게된다


 좀 더 정확히는 전체 중 0.001%정도만 생존한다

 

 

 물론 이는 1세대에 한정한 이야기이고 그들이 번식을 계속하였을테니 생물이 멸종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세대를 이어나가던 중 '10년 후 반드시 죽게되는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가 나타난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설명과는 다르게 별로 상관은 없다


 어차피 10년이면 해당 세대는 거의 다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10년 후 반드시 죽게되는 유전자'는 다른 특징을 동반한다


 가령 10년 동안만은 생존확률을 올려주거나 번식력을 높여준다


 그렇다면 이들은 10년만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길 것이다


 그 직후에 죽겠지만 말했듯 영생하는 개체와 큰 차이는 없다


 결국 영생하는 구성원은 점점 개체수가 줄고, 10년 후 반드시 죽는 유전자를 가진 구성원만이 남게된다


 어차피 노화가 되든 안되든 대부분은 죽을테니


 길게 살면서 뭔가를 해볼 바에야, 이른 시점에서 이득을 얻고 죽는게 종의 차원에서는 더 번성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조지 윌리엄스가 제안한 '노화의 길향적 다면발현'이라는 이론이다



 노화란 비유하자면 사채와 같은 것이다


 나중에 죽든 말든 일단 지금 화끈하게 이익을 보자는 것이고


 이는 종의 번성 관점에서는 아주 좋은 방식이다




 당장 현시점에서 생물적으로 가장 번성한 곤충부터가


 일단 굉장히 많이 낳은 뒤, 10년도 못채우고 죽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그래프를 다시보면 90%로 생존한다면 10년이 지나도 유의미한 개체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0년 후 반드시 죽는 유전자는 오히려 손해일 것이고


 10년보다 더 뒤에 손해가 오는 유전자가 번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윌리엄 D. 해밀턴은 생식률과 생존률의 곱은 노화의 속도와 반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우연의 일치겠으나 매체에서 표현되는 엘프의 스테레오 타입은 노화가 느린 생물이 갖는 특징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성욕이 적고, 활력이 적어 무기질적이며, 발달 속도가 느리다


 다만 오래 살아서 그렇게 된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그렇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이제 긴 수명을 위해 어떤 유전적 조건이 필요한지는 알았다


 이를 엘프에게 대입해보자




 하프엘프의 존재로 미루어보면, 인간과 엘프는 최소 같은 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이라는 뜻이고


 엘프는 애초부터 수명이 길었던 것이 아니라 진화에 의해 다시 길어졌단걸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수명이 긴 방향으로 진화하려면 사망률이 낮아야하고, 이는 엘프 놈들은 끝내주게 잘 살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수명은 진화의 결과이고 종의 특징이다


 엘프들은 종 자체가 자연사 이외로 사망할 일이 거의 없었던 시간이 유전자가 변할 정도로 길었던 것이다


 


 이는 아마 세계수가 제공해준 보살핌일 것이며 그렇기에 엘프들은 세계수를 섬긴다고 볼 수 있다


 최수 수십만년 간, 그리고 지금도 생존의 걱정 없도록 모든걸 제공해준 나무란 뜻이니까


 응애 세계수 마망 나도 부양해줘...가질 수 없다면 태워버릴거야...



 아무튼 이렇다면 가끔 엘프들이 인간은 전부 탐욕적이라고 욕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그냥 누워만 있어도 세계수가 알아서 지켜주고 먹여주는 그들이 보기에


 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얻으려 악착같아 지는 인간이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을테니까...





 또한 어쩌면 엘프들은 닭장 선호한다는 가설을 낼 수도 있다


 강제적으로 번식시기를 생애 후반으로 늦춘다면


 그때까지 살아있던 유전자가 선택 받아 수명이 길어진다


 어쩌면 그들은 긴 시간동안 여러 이유로 상한 여자를 더 선호한 것이 아닐까?



 엘프 닭장 선호설을 뒷받침해주는 또 다른 근거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식률이 올라간다면 노화속도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위의 설명은 생식률이 어느 시기나 비슷하다는 전제를 기반으로하며


 나이가 들수록 생식률이 높아진다면 장수하면서 후손을 남기는 것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된다




 그 말인 즉, 젊을적 인간 용사와 결혼하고, 그가 죽은 뒤 오랜 시간 동안 정조를 지킨 미망인 엘프는 지금 굉장히 욕구불만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앞서 말했듯 수명은 사채와 같다


 오래 살수록 젊은 시절의 활력은 줄어든다. 젊을 적 남편인 용사한테도 별로 해주지 않았다는 뜻이고...




 아무튼 요약하자면 우리는 엘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수 있게된다


 1. 엘프는 오래전 인간과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갔다


 2. 그들은 자연사 이외의 죽음을 걱정할 필요 없는 시기를 아주 길게 보내게 된다


 3. 그 과정에서 생애 후반에 번식하는 것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4. 엘프들은 초식을 하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동물은 잘 죽이지 않지만, 나무를 베었다고 사람은 잘죽인다


 5. 수많은 매체어서 보여지듯 엘프는 여초사회이며 여성의 권리가 더 높다



 현재 한국은 기대수명과 노산이 늘고, 비건페미가 활개를 치고 있다.


 어쩌면 엘프란 과학 기술에 발달로 생존에 걱정이 더더욱 없어지자 승리한 비건페미가 아닐까?


 세계수 속에는 참피 같은 엘프를 자동으로 먹여살려주는 기계장치가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