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히로시의 데뷔작 '모든 것이 F가 된다' 다. 자랑스러운 메피스토 상 제1회 수상작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름값을 한다. 물론 읽는다고 학점이 F가 되지는 않는다.


장챈에 자꾸 추리소설 리뷰를 올리고 있자니까 분위기를 거스르는 기분도 좀 들어서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데, 추리소설도 장르소설이니까 허용범위 안이리라 믿는다.


15년이었나? 아무튼 부모를 살해하고 다중인격이라는 이유로 면책되어 외딴 섬에 은둔 중인 마가타 시키 박사를 만나기 위해 주인공인 사이카와 교수와 제자인 여주인공(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모에였나?)이 찾아간다. 당연히 추리소설이라 마가타 시키 박사는 살해당하고, 15년 동안 밀실이었던 공간에 어떻게 사람이 침입해 살인을 저질렀는가, 가 기본 줄거리다.


제목에도 적었지만 이과 미스터리의 수작으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르겠다. 엄청 충격적이고 개재밌는 소설이지만 개지루한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의 문체는 현학적이기 짝이 없고 인물들도 다들 현실에 찌든 30대 중2병 환자처럼 말한다. 작중에서 심심할 때면 튀어나오는 천재에 대한 논의나 밀실을 해체하는 과정이 개재밌어서 용서가 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모리 히로시 작가의 최고작으로 꼽기도 하는데, 이 작품으로 시작하는 시리즈만 10권이나 되지만 본인은 3권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기 때문이다. 밀실을 푸는 쾌감만으로 먹고 사는 작품이지만 그 쾌감만으로는 해소가 안 되는 피로감이 있다.


원래는 시리즈의 4권쯤 되는 소설이었으나 출판사로부터 '시작은 파격적으로 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받고 대폭 수정해서 시리즈의 첫 작품이 되었다. 이 결정은 작가에게 편집자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하는 일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작품이 첫 작이 아니었다면 후속작은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파격적이고 충격적이 작품이다. 이런 게 96년에 나왔다고 생각하면 역시 사람은 머리가 좋고 볼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단 재밌으면 뽑는다는 메피스토 상은 괜히 받은 게 아니다. 장붕이들도 많이 알고 있을 니시오 이신이 신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번 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맨 위의 표지는 애니메이션 방영 기념으로 재출간되면서 개편된 표지다. 원래 표지는 이렇다.


표지 바꿔서 출간해준 건 진짜 신의 한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