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군요."


만신창이로, 홀로.


손님을 맞으려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입가에 묻은 육즙을 가볍게 툭툭 두드려 닦아낸다.


"세상은 잘 있나요?"


아직 덜 마른 피가 족적을 남기고, 검에 말라붙은 피가 그가 헤쳐온 길이었다.


"당신을 좀 봐요, 누가 학살자인지, 누가 침입자인지."


영웅들은, 참 순진하다.


"그래서, 제가 죽으면 그 모든 여정이 끝나나요?"


왕이 죽는다고 전투는 사라지는가?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웃으며 가족과 재회를 나누고, 동료와 선술집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건배하는가?


이미 그들도 알고 있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건 백치나 대단한 재능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니.


그들은 절대 멈추지 못한다, 애석하게도 자신의 어깨에 무언가 달려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또 존재하지도 않는 것의 무게를 감당한다, 그래서 내가 이 순간을 좋아한다, 나는 영웅을 좋아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나요? 여정의 동료를 잃었나요? 그건 누구 때문인가요? 저?"


나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영웅의 앞으로 걸어 나간다.


영웅은 그에 맞추듯 피가 말라붙은 검을 든다.




그리고 마왕의 목이 달아났다.


"컷씬스킵 언제 생기냐."





이런 글은 올릴 때마다 항상 좀 애매하네


소재는 또 아닌데 일반탭으로 올리기엔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