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5살때 이혼하고 엄마는 공기업 다니다 애 낳는다고 이미 퇴사했다.

지금이야 경단녀 경단녀 하면서 경력단절여성 사회적으로도 채용하려 하고 그런다지만, 20년 전 강한자만 살아남던 00년대에 그딴게 어디있겠냐?


그래도 명색이 부산대까지 나온 엄마가 할 거라곤 식당알바 밖에 없고 그마저도 페이가 짜니까.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10시쯤 들어오시더라.


그러다보니 애 볼 시간이 어디있겠냐, 자연스레 조부모 테크 탈 수밖에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 한테 애들 양육 맡기는데 이 분은 진짜 교양이라곤 논할 수도 없으셨고 남아선호만 있어서 손주손녀 다 있으면 가시나가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소리 밥먹듯이 하면서 간섭이란 간섭은 다했고.


손주인 나는 비빔밥이나 짜장면을 16살때 처음으로 내손으로 비벼봤다.


식당 근로를 12시간 넘게하는 엄마는 어땠냐?


4년제 나오고 이래저래 해도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점점 고상했던 엄마는 천박한 식당 아지매들이랑 똑같이 억척스러워지고 예의도 없어져간다.


설상가상으로 일하느라 애들을 직접 볼 수 없으니 차별하는 할매 말만 듣고선 할머니 입에선 이미 천하의 패륜딸이 된 딸내미한테 히스테리 부려대기 시작하는데 말릴 수도 없고.


그 손녀가 한건 입만 열면 차별단어라서 그냥 그러지좀 말라고 화낸게 전부였는데 피해망상이 있으셨는지 온 가족, 친척들이 다 누나가 소리지른거 다 알더라.


그짓 말려도 갓초딩 새끼가 된 나는 관념 판단도 못하고 누나는 나쁜 사람이구나 인식이 박히더라, 나도 누나가 천하의 개썅년처럼 보이더라고.


그렇게 자라온 누나는 어른되니 우울증으로 인생 반쯤 포기한 상태더라, 스트레스성 탈모로 20대 초에 벌써 머리가 숱이 휑해서 흑채뿌리고 다니고.


그렇게 차별하던 할매는 결국 고열로 쓰러졌는데.


우스갯 소리로 한남한남이 아니라 진또배기 한남이었던 외할아버지가 병원비 아깝다고 주말 내내 고열로 앓는 사람 방치해두고 해열제 먹이며 혼자 UFC 보다가


그 열 펄펄끓는 사람을 월요일 쯤에나 병원에 데려갔는데 췌장터진거 방치해서 패혈증으로 돌아가셨지.


외할머니 장례식때 의무적으로 참석한 누나는 그냥 웃더라 실실.


이젠 외할머니 제사땐 얼굴도 안비추고 명절 차례때도 코빼기도 안비친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악담 퍼부으며 평판 박살내는 사람 없어지니 이모들도 할머니가 큰 잘못했단거 알고는 제사 참여 안해도, 납골당에 인사하러 안가도 "업보지 업보..." 하고 만다.


이제는 20대 초 되서 남친 만났는데 건실한 청년한테 우울증 피폭자 데려다 놓으니 이젠 몇년 사귄 남친이 만사 다 귀찮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누나는 그러다 제 구실하게 됐는데 제 구실 할때까지 딱 7년 걸렸다.


주인공들은 보면 엄마들이 흙수저라도 고상한데 흙수저 제대로 본적없는거 아닌가 생각 가끔함.


아예 부모 없는 설정의 고아새끼가 더 공감갈 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