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노피아꺼 도둑질햇습니다 문제되면내림)


작품명

아포칼립스의 약탈자

https://novelpia.com/novel/188266



아포칼립스의 큰 별이 오늘에서야 완결이 났습니다

이제 이만큼 재밌는 작품 어디서 보냐



대표태그

빌런 아포칼립스


줄거리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을 준비하던 김다인

좀비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생존을 준비하다

좀비 사태 첫 날부터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여버리고 만다

하지만 생각보다 감염은 폭발적으로 퍼지지 않았고

앰생백수분충호소인 김다인은 살인으로 체포당하게 되는데......

개같이 유치장을 탈출한 그는 손을 꽉 쥐고 되뇌인다

'아포칼립스는, 온다!'



감상

기본적으로 제목에 충실한 작품이라 주인공은 악성향입니다

내면에서 선한 자신과의 갈등 그런 거 하나도 없고요

타락 이후 끝없이 악을 향해 추락하길 반복하는 주인공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 속일 생각부터 하며 신뢰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믿음을 배신하고 올곧은 사람이 있으면 타락시키면서 모두에게 희망이 될 사람이 있으면 죽이는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폭주하는 전형적인 악역입니다


그의 행보, 그의 곁에서 갈등을 겪는 동료들도 그에게 영향을 받아 차츰 변화하는 세상도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절박한 생존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 황홀하기 그지없습니다.
왜냐면 요즘 아포칼립스의 트렌드는 상태창이거든요......

이 소설보다 더욱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받는 환경에서도 생존의 걱정은 느껴지지 않아요. 상태창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 생각하고 실제로도 상태창은 그리 해줍니다.


갈등의 주체가 생존이 아닌 시스템에서 내려주는 과제의 극복이 되니 찐하게 느껴져야 할 아포칼립스의 향기가 상태창이 없을 때와 비교해 훨씬 묽어지기 마련입니다.

눈 녹은 물을 끓여 오늘 하루를 먹고 사는 작품들 보단 날개가 달리거나 거대한 팔을 들고 달려오는 변이 좀비를 상태창으로 받은 특수능력으로 두들겨 잡는 액션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 인기를 끌어 급격한 사회적 가치의 변동과 사람 간의 갈등이 주류에서 밀려나는 요즘 구태여 상태창이 없는 아포칼립스 작품을 찾던 와중에 아포칼립스의 약탈자는 써줘용에 나타난 하나의 신성같은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히 주인공 혼자만으론 살점을 탐하는 좀비와 생존자 간의 선의와 도움으로 가득한 이 각박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힘들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위 말하는 레귤러 멤버들이 하나 둘 추가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김다인에 비해 착한 사람입니다. 김다인이 잔혹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처음엔 그를 말리기를 시도하며 마지못해 따르고 그 행동이 옳았는지 항상 고민하는, 순수 악 성향의 주인공으로는 작가가 보여주기 힘든 갈등이라는 요소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사랑이 있고, 분명 아포칼립스가 발생하기 전에는 약간 어긋나더라도 충실한 삶을 살아오며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었겠지요. 하지만 김다인이 유도한 생존을 위한 선택에 그러한 가치들을 하나 하나 포기해나가는 모습은 어느 것보다도 인간적이었으며 또한 아름다웠습니다.


반골 기질로 가득한 주인공은 자신의 대업을 도울 동료를 구하면서도 항상 공동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연의 끈을 끊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명한 철학자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나요? 모두의 더 많은 생존을 위해 커다란 공동체들이 만들어지지만, 그들을 속이고 공격하며 때로는 그들 사이에 잠입해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는 주인공의 노력에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김다인의 가스라이팅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무리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 복수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김다인의 사상을 받아들인 훌륭한 약탈자들로 하나 둘 변해갑니다.


대리 만족이라 해야할까요.....

현실로 넘어와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는 지구촌 사회에 살고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이 편리해지는 기술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에는 수많은 보는 눈이 깔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몰상식이 하루 아침에 지구 반대편 사람에게 유튜브 쇼츠로 공개될 수 있는 세상이 오면서 더더욱 자신의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페르소나를 두텁게 유지하게 됩니다. 속칭 워라밸이 중요시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은 그만큼 '워크에서 자신의 흠결을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되어버린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우리가 롤플레잉을 할 때 한 번은 생각해보는 것이 악 성향 플레이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악 성향 플레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롤플레잉에는 많지만, 적어도 소설은 독자가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악 성향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느낄 수 있지만 선택을 하지 않음으로써 따라오는 죄책감은 덜 수 있습니다. 가끔 살다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나쁜 생각을 하는 우리들이지만 대체로 사회적인 체면을 의식해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진짜로 합니다!

눈도 깜빡 안하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이 주인공을 보면서 현실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만큼 작품 내내 분탕을 치고 다니는 주인공이라는 존재가 달갑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선 성향 주인공이 아니라면 몰입이 어렵거나 거부감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말해서 추천할 작품이 못 됩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맛있는 식사 한 편을 대접 받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확신을 가지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