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패러디를 누구도 추천해주지 않는

패러디 추천요청글에 달린 추천댓글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장붕이가 우마무스메 패러디를 읽고 있었다.


그런데 BL을 곁들인


옛날에 하멜른 처음 들어갔을 때 말딸에 BL태그 달린 게 너무 강렬해서 링크만 저장해 놓고 잊고 있던 작품. 말딸 패러디 한 20개 정도만 읽었는데도 벌써 읽을 게 떨어진데다 아무도 추천을 해주지 않아 결국 폰 깊숙이 박혀있던 걸 꺼내서 읽었다. 다른 우마무스메 패러디 볼만한 거 있으면 추천 좀.


사실 태그 보기 전에 반쯤 똥 퍼먹을 각오를 하고 들어갔고 실제로 보다가 각혈 나오는 부분도 몇 번 있었지만 정작 다 본 뒤에는 그닥 나쁘지 않다는 감상이었다. 


이제부터 내가 이 끔찍한 혼종을 읽으면서 왜 나쁘지 않다고 느꼈는지 떠들어보겠다.


리뷰 읽기 전 유의사항

*이 리뷰는 일본어 실력 ㅈ도 없는 사람이 소설을 번역기 돌려서 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되었기에 오역으로 인한 내용 오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 생각이 맞음

*본인은 웹소설 입문을 BL요소 있는 소설로 했을 만큼 BL에 내성이 있음을 밝힘. 내가 그다지 역겹지 않다고 여긴 부분이 님들에겐 역겨울 수 있음

*본인이 경마를 잘 모르거나 동성애/동물 간 연애가 나오면 각혈하고 발작을 하는 체질이라면 읽기 힘들 가능성 높음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굳이 읽겠다면 알아야 할 건 리뷰에 스포가 다량 함유되어 있고 이 소설은 "완성"되었음. 연재주기는 그 전에도 거의 격주연재긴 했지만 한 달 넘게 안 오는 걸 보면 '완성' 맞는 듯.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기 주연인 황금세대 얼굴이나 한번 보고가라


1. 줄거리

이 소설의 줄거리는 크게 경주마 편과 우마무스메 편으로 나뉜다. 이 중 경주마편이 전체 분량의 약 90퍼센트. 우마무스메편은 경주마 편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으며 경주마 편이 끝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전체 분량의 약 10퍼센트 미만을 차지한다. 작가가 본격적인 우마무스메 편은 13화까지만 쓰고 런한 걸 보면 아마 경마랑 말새끼들 자빔이 집필동기였는 듯.


아무튼 이렇게 보면 우마무스메 패러디의 탈을 쓴 경마소설이 아닌가 싶지만 사실 경주마 편이 더 전체 내용의 빌드업이고 우마무스메 편이 본편에 가깝다. 아니 시발 전체 분량의 90퍼센트가 경마인데 그건 또 뭔 개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일단 잘 진정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이 소설, 정확히는 경주마 편의 주인공은 오리주라는 태그 답게 인간이 빙의한 말 크로스 크로우다. 신이 원하는 인간을 환생시키려다 신의 핑 이슈 때문에 주인공이 같이 뒤져버렸지만 그 인간에게 무적치트를 주느라 힘이 다 빠져버린 신은 원하는 소원인 우마무스메 세계관 전생 역시 시켜주지 못하고 대신 부상 2회 즉시 완전 회복 치트를 줄 테니 우마무스메로 모에화될만한 개쩌는 업적을 세우고 천수를 누리면 다시 우마무스메 세계로 전생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전형적인 안녕 나는 신이야 루트의 전생이지만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 있다. 이게 2화에서야 나오는 내용이라는 것.


1화는 우마무스메 편으로 크로스 크로우가 전생한 세계에서 사망한 후 다시 우마무스메 세계관으로 전생한 스페셜 위크와 황금세가 '전생자 전용 스레'라는 곳에서 친구를 살리고 싶다는 상담요청글을 올리며 시작한다. 그리고 크로스 크로우의 경주마 마생의 결말이 경기 중 예후불량으로 인한 즉사라는 것, 그리고 끝내 우마무스메 세계관에 전생하는 걸 실패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참고로 말하자면 말이 경기 중 즉사가 아니라 다리가 부러지거나 부상을 입는 것도 굉장히 희귀한 사례다. 우마무스메를 해보거나 경마에 조금 관심을 가진다면 알고 있을 치명적인 부상의 대표적인 예인 라이스 샤워나 사일런스 스즈카도 즉사가 아니라 어느정도 처치를 받은 후 안락사 당했다.


그렇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주인공의 전생기가 비극으로 끝나며 목적조차 이루지 못하며 죽는다는 것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이후 사망한 라스트런은 개선문상 1착, 경주마 인생 말년에 그래스는 스페에게 집착했다는 사실 등 주인공의 경주마 일생, 아니 경주마 편의 대부분의 줄거리가 15화만에 밝혀진다. 주인공이 자살에 가까운 주행을 해서 죽었다는, 다른 소설 같으면 핵심 반전으로 쓰일 법한 사실이 나오는 것도 경주마 편의 절반도 되지 않을 때.


노벨피아로 따지면 무료 연재가 끝날 때 전체 줄거리의 거의 80퍼센트 이상을 스포하는 것이다. 그것도 그나마 줄거리의 핵심반전이라 할 수 있을만한 것은 한 중반부 쯤 왔을 때 공개하고.


줄거리의 대부분이 공개된 시점부터 이 소설의 핵심 갈등은 경주마편이 아니라 우마무스메 편으로 넘어간다. 친구라 쓰고 짝사랑 상대라 읽는 사람?말?이 덧없이 죽은 충격에 PTSD에 시달리는 황금세대가 다시 만난 전생의 아무 기억도 없는 우마무스메 크로스 크로우를 원본마의 인생을 따르는 운명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하는 지가 주 내용이 되어버린다.


경주마 편은 더 이상 주요 줄거리가 아니다. 어째서 부상 완전 회복 치트까지 있던 주인공이 경기중 부상으로 사망했는지, 그걸 막을 방법은 있는지, 대체 어떤 심정으로 자살에 가까운 선택을 했는지, 남겨진 이들은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쳤길래 이렇게 정신상태가 망가졌는지를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한 답안지에 가깝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마무스메 크로스 크로우와 전생을 알지 못하는 루돌프와 시리우스로 대표되는 해외원정꼴박 말딸들이 운명을 느껴 크로스 크로우를 개선문으로 보내려는 걸 PTSD 환자 황금세대가 발작을 일으키며 과보호하는 후피집 및 스포츠물이 진행되던 와중....

작가가 연중을 했다.


씨발.



2. 감상

솔직히 개인적으로 BL향은 일부 파트를 제하면 거의 나지 않는다. 그 파트가 존나 심해서 그렇지. 이 부분은 후술하도록 하겠다.


일단 이 소설 스토리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우마무스메 편의 경우 스페셜위크-그래스 원더-크로스 크로우로 이어지는 삼각관계가 만약 전생이 그놈의 숫말만 아니었다면 솔직히 맛있었다. 사망을 눈 앞에서 직관한 엘이나 간접적으로 본 그래스의 개선문 PTSD 정신붕괴 묘사도 괜찮았고.


경주마편도 앞에서 승패를 거의 다 스포한걸 포함해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경주를 묘사하는 필력도 괜찮았으며 흔들리는 글자, 글자 흐리기를 통한 적절한 검열, 사진 등 기능을 사용해 만든 중요 장면 연출 같은 것도 훌륭했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그 ㅈ같은 BL이 아니었다면 감동적. 마지막 경주인 아리마기념에서는 번역본이라 ㅈㄴ 필체가 어색함에도 눈물이 나오려 했을 정도였다.


거기에 경주 전체가 주인공 ㅈㄴ 쎈 말이라 다 이김으로 요약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상위권 수준에 불과해 갖가지 전략을 사용하니 전개를 보는 맛도 있었고. 주역인 황금세대 외에도 스즈카, 그루브 같이 우마무스메에 등장하는 말이나 스테이 골드 같이 등장하지 않은 말도 충분히 매력적이게 그려진 것도 장점 중 하나.


경주마 편에서 경주마가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재밌었다. 말을 좋아하던 딸을 위해 삼관마를 육성하려고 크로스 크로우를 산 이혼남 CEO 미야자키 유우마와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크로스 크로우를 계기로 점점 가까워지던 딸 미야자키 미츠루의 관계는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현실에서도 팬과 우상 관계인 이케조에 켄이치와 타케 유타카를 사제관계로 엮은 것도, 이케조에와 미츠루 사이 묘한 썸싱도 이케조에가 실제로 가정폭력범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다만 주인공이 죽으면서 싹 다 박살나고 피폐엔딩이었을 뿐.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들은 말들이 너무 자율주행마로 묘사되었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출주도 지 좆대로 정하는 것처럼 묘사되거나 무슨 경주 중에 기수 명령은 하나도 없이 경주마 의사대로 움직이는 장면이 나오는 등 경마 장면보다는 우마무스메 레이스에 더 가깝게 묘사된다.


다음으로 고증과 무리수 설정도 좀 ㅈ같았다. 아예 원본 성격과 우마무스메 캐릭터성이 다른 말들도 우마무스메에 나온 캐릭터 그대로 넣어버리는 건 그나마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인마일체로 말과 기수가 대화가 된다거나, 경주마들이 게임 고유기를 사용한다거나, 새가 말의 언어를 그대로 옮겨 멀리 떨어졌을 때 서로 대화한다거나 하는 설정은 솔직히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뭐, 물론 가장 큰 단점은 이게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니들이 제일 기대했을 이거다.



3. BL

솔직히 이게 얼마나 참신하게 좆같은지 궁금해서 읽은 거 다 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에서 BL향 자체는 평균적으로 얕다. 오히려 애정이 나오는 부분은 대부분 우마무스메 편에서 나와서 백합물이라 느껴지기도 하고. 다만 평균적으로 얕은 것은 평균의 함정일 뿐.


이 소설의 BL향이 진하고 좆같을 때는 존나 좆같다. 나만 좆같을 수 없으니 예시 몇개를 들어보겠다.


이 소설에서는 그래스 원더가 자신을 수컷 주제에 수컷에게 욕정하는 변태 망아지라고 자칭하며 큥큥대는 부분이 있다. 이후 자신을 위하는 스페셜 위크에게 사랑에 빠지는 묘사가 있다.


이 소설에서는 스페셜 위크가 그래스 원더의 전형제 여동생인 원더 어게인에게 그래스 원더의 이름을 부르며 교배하는 장면이 있다. 그 와중에 말 사이 교배 묘사가 쓸데없이 자세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죽을 때 떠올리는 것은 스페셜 위크와 그래스 원더의 사랑이다. 참고로 세 말 모두 수컷이다.


이 외에도 세이운 스카이가 주인공에게 집착하는 등의 여러 주옥같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따로 넣지는 않겠다. 그리고 더 길게 묘사하지도 않겠다. 필자도 구체적인 묘사 확인하느라 다시 봐서 SAN치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꼬우면 느그가 직접 찾아봐라. 난 다시 보기 더럽게 싫으니까.


4. 결론

일단 개인적인 평으로 마도서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BL 요소가 상당히 좆같을 뿐.


위의 유의사항에서 말했듯 본인은 BL요소에 상당히 내성이 있다. 이 소설도 웬만한 부분은 뇌 내 필터로 우마무스메화 백합이라 상상하며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지만 몇몇 부분에서 숨이 턱 막혔다.


만약 당신이 말들이 연애하는 것, 그것도 숫말끼리 연애하는 것을 무난히 넘길 수 있을만큼 강심장에 BL 내성과 항마력이 있고 상당한 무리수 설정도 넘길 수 있을만큼 깐깐하지 않다면, 후회 피폐 집착 백합과 경마 스포츠 물을 선호한다면 추천한다.


딱 저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저 소설은 훌륭히 당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것이다. 대신 만족하지 못한다면 피폭당하겠지.


물론 난 두번다시 안 읽을 것이다.  무슨 병신도 아니고.


이제 난 자신을 철저하게 학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초 도M 우마무스메는 주위에서 세계 제일의 노력가라고 착각되고 있다를 보러 떠난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