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는 사람이 사람 같지가 않음

어떠한 일을 하는데 있어 굉장히 계산적으로 움직이고 딱하면 딱 1하면 1 얘가 이렇게 했으니까

여기서 뭐를 해주면 뭐가 되겠지 하는 식으로 딱딱 맞춰 돌아가고 그게 실제로 됨

개인적으로 이게 웹소와 순문의 가장 큰 차이 같음 물론 모든 웹소가 그런 건 아닌데 많은 웹소가 사람을 보지 않음

사람이 이렇게 계획적으로 기계처럼 입력한 대로 출력이 되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잖아

과제가 있어도 안 하고 제때 일어나야 하지만 늦잠 자고 운동 해야하지만 안 하고 시험 기간에도 갤질하잖아

사람은 단순하지가 않음




나츠메 소세키가 쓴 소설 중에 문이라는 게 있음

이 문이라는 건 해야 하지만 하기 어렵고 주저 되는,

그래서 그 앞에서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긴장하게 되며 피하고 싶은 그러한 일을 표현한 말임.

나츠메 소세키는 이 관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책 한 권을 썼음.

우리도 그렇잖아. 마음이 있고 감정이라는 게 있어 그리고 이게 상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자신을 감싼다고

예를 들어 내가 뻘글을 쌌어 그래도 욕먹으면 마음이 상하고 슬퍼 상처를 받는다고 그래서 댓글을 안 읽어 나만 해도 이래

교수가 질문 받습니다 할 때 아무도 질문 안 하는 게 왜 그래?

괜히 튀었다가 분위기 씹창낼까봐 그런 거잖아 그러면 남들한테 미안해서? 아니 내 영혼이 상하니까 안 그러는 거야.

그래서 사람은 필연적으로 안 하던 짓을 할려고 할 때 답답할 정도로 주저를 할 수밖에 없어

그런데 웹소에는 이런 게 없어 한번도 안 해봤는데 지식이 있다고, 게임이나 책에서 봤다고 잘만해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거지. 그래서 웹소에는 사람이 없다는 거고.

물론 그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야. 지금 당장 히든피스 먹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징징대고 주저하면 얼마나 짜증나겠어?

그래서 신지형 주인공이 욕을 처먹는 거지.




하지만 그러한 경향 속에서 잃어버리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게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늪달이 쓰는 글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거임.


늪달의 글은 그 안의 사람을 보는 글임

사람을 본다는 게 따뜻한 갬성이 있다 그런 게 아니라

쉽지 않고 까다롭고 성가시고 귀찮고 짜증나고

그런 사람의 모습, 인간의 다면적인 모습 같은 걸 버리지 않고 품고 간다는 뜻임

예를들어 조별과제만 해도 봐 얼마나 말을 안 들어 처먹어 

그거 하다 공산주의 혐오 인간혐오 자기대학 자기과 혐오 죄다 걸릴 정도로 정신병이 오는데

늪달은 굳이 폐급들을 다루면서 이러한 모습을 적극적으로 조명해

알다시피 이런 모습은 웹소에서 보기 굉장히 어려움

웹소를 읽는 사람들은 인간군상의 좆같음을 굳이 느끼고 싶어하지 않거든

그리고 이러한 적나라한 인간모양을 재밌게 표현하기란 더더욱 어렵고 이건 순문에서도 보기 어려운데

늪날의 글은 이걸 해내는 글임 그래서 귀하고 소중하다


일반적인 아카데미 교수물을 봐볼까?

주인공이 뭐 어려운 말을 쏼라쏼라해 그럼 오~ 대단하다 하면서 다들 감탄해

아니면 잘 못 알아들어도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고 하거나

현실에서 이러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욕만 디립다 처먹어 그리고 이 교수 강의는 다시는 안 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그리고 과제 폭탄을 내주는 거? 현실에서 이러면 과제 할 거 같냐?

안 하는 놈이 백퍼 나온다고 그리고 수업을 안 나갈 걸 수업 하나 버리는 셈 치겠지

그렇다고 이런 학생들을 그냥 폐급이라고 버리고 가면 될까? 그러면 안된다고 선생이

주인공인 케니스는 이런 폐급들을 가르치려고 눈물나게 노력을 해.

꽃길 걸으면서 엘리트만 보고 자라온 사람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의 폐급 감수성을 보여주면서

하나하나 설득하고 적절한 동기를 줘서 수업에도 출석시키고

기껏 나와서 학급붕괴나 일으키려는 것들 상대로 가능한한 알기 쉽고 걔네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잘 이끌어내서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이걸 보고 있으면 정말 스승의 은혜에 눈물이 나는데 배우는 것들은 개잡소리만 하고 속이 터지지만

사실 이게 맞아

사람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야

이걸 그냥 대충 어려운 말 찍찍 던지고 와씨쩐다 하고 알아서 흡수하는 식으로 묘사하는 건 말이 안 되지

그러면 편하긴 하겠지만

그 속에서 놓치는 것도 있을 거고

그 안에는 어려움 속에서만 나타나는 반짝임도 있을 거임

늪달의 글에는 그게 있다

웹소치고 취향 타는 글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