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기에 글 써보는 건 처음인데 밑에 날개 리뷰도 있는 걸 보고 리뷰 탭에 올려보겠음.



캐치-22

작가:조지프 헬러


이름이 생소할 수 있는데, 의외로 20세기 영문학 순위를 꼽으면 아무리 낮아도 20위 안에는 들어가고 BBC 선정 영국인들이 제일 사랑하는 소설 11위(참고로 12위가 "폭풍의 언덕"임)로 꼽힌 소설임.


줄거리를 대충 설명하자면, 2차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피아노사 섬에 배치된 가상의 미 육군 항공대 부대 제256폭격비행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 영화 "멤피스 벨" 같은 곳에서 보았다시피, 2차대전 당시 미국 폭격기 승무원들은 25회의 폭격 임무를 마치면 전역할 수 있었는데, 별을 달려 안간힘을 쓰는 대대장 "캐스카트 대령" 때문에 제256폭격비행대의 모두는 이 출격 횟수를 넘어서 40번이 넘게 계속해서 폭격 임무를 수행하면서 죽어나가게 됨.


다행히도, 이런 상황에서도 전역을 할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이 있었는데, 바로 정신이상자가 되면 폭격 횟수고 뭐고 바로 전역이 가능하다는 거였음. 그러나, "정신 이상자는 자기 자신이 정신 이상자란 사실을 직접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암묵적인 규정인 "캐치-22"가 이 길도 막아서고 있음. 자신이 정신 이상자임을 직접 보고하는 순간, 자기가 정신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와 동시에 자기 자신이 정상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임. 그렇다고 보고를 안 하면 정신 이상자인지 어떤지 알 수 없으니까 당연히 출격해야 함.


이 빼도박도 못하고 꼼짝없이 죽어나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B-25 폭격수 "존 요사리안"을 중심으로 제256폭격비행대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찐빠들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 소설임. 간단히 요약하자면, 2차 대전 당시 미 육군 항공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우애" 없고 문체가 굉장히 세련된 해병문학...임.


주인공이 속한 중대의 중대장 이름이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 소령(Major Major Major Major)"이란 건 대충 제쳐두고... 솔직히 내가 이 책을 굳이 찾아서 소개하려는 이유는 이 "캐치-22"라는 개념 자체가 솔직히 인상 깊어서임.


솔직히 군대 같은 극히 부조리한 집단이 아니더라도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은 솔직히 많이 겪어보았을 거라 생각함. 본인은 이러한 상황에 딱 맞는 개념이 이 캐치-22라고 본다. 다른 탈출구가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곳도 막혀 있는 희망고문스러운 경우. 실제로 캐치-22라는 어휘는 영어권에서 "진퇴양난" 등의 어휘로 사용되고 있음. 내가 뭐 책을 추천하고 그럴 그릇은 못 되지만, 조심스레 한 번 해 보자면 부조리 관련된 책은 막 뭐 이방인 같은 것보단 이 캐치-22가 훨씬 길긴 해도 훨씬 더 쉽게 읽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징병제 국가 특성상 익숙한 소재기도 하고, 무엇보다 훨씬 재밌으니까.


여담으로, 작가 조지프 헬러는 2차대전에 폭격기 승무원으로 참전해서 주인공인 요사리안보다 더 많은 숫자인 총 60회의 출격을 했다고 한다. 대전 말기에는 정찰임무가 많았는데 이건 출격으로 안 쳐줬다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