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내리면 요약 있음








악신의 성녀와 소꿉친구가 되었다, 이하 악신성녀는 특이한 작품이다.

빙의물로써도, 순애/로맨스물로써도 말이다.



대부분의 빙의물에서, 미래를 안다는 점은 주요한 지식으로 기능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주인공은 언제나 원작보다 명백히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낸다.


악신성녀에서는, 주로 그 반대이다.


악신성녀의 이야기 흐름은 원작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를 선점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역으로,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주체적인 움직임이 때때로 알고있는 미래와 마주친다고 하는 것이 가까우리라.


주인공은 자신이 원작의 악역으로 전생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그 뒷배경이나 과정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 일행은 미래를 알고 있는 자가 있음에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자각조차 없이 악역의 길을 걷는다.

마치 운명이고 필연이라는 것처럼.


운명과 필연.

개인적으로 악신성녀를 읽으면서 자주 떠올리게 되는 단어였다.




이들이 악역이었고, 악역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그 진행과정을 전혀 몰랐음에도

주인공과 여주인공은 결국 복수심에 불타는 잔혹한 자들이 되었다.


작가의 잔잔한 문체와 시너지를 일으켜,

과장 좀 보태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볼튼 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이다.


말로만 악역이 아닌,

피부로 와 닿는 어두움이다.


그렇기에 악신성녀는 피폐물이다.

의도적인 고어요소 따위 없이-아니, 오히려 의도적으로 고어한 부분을 덜어내면서도-, 가짜광기와는 담을 쌓은 잔잔한 문체만으로도,

작가는 약피폐 태그는 과학이라는 것을 또다시 증명해 냈다.



다만 그럼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큰 흐름은 바꾸지 못했을지언정, 일부러 바꿀 미래를 찾아다니지는 않을지언정,

악신성녀에서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동적인 운명의 개척자들이다.


거대한 필연으로 엮이는 인연을, 이번에는 원작과 달리 한발짝 더 나아가길 택한다.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면서도.


이들이 악역일지언정 악으로 규정짓기 어려운 부분이다.


나아가는 길이 어둠과 피로 점철되어 있고, 다가올 미래는 높은 확률로 파멸이겠으나,

그럼에도 원하는 바를 이루고 또 넘어서고자 나아간다.



이렇듯 빙의물로써 특이한 만큼이나,

악신성녀는 로맨스물로써도 특이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시 로맨스판타지 태그까지 달았으면서도,

생각보다 그 비중이 많지 않은 로맨스 씬이다.


순애 태그와 로맨스판타지 태그를 모두 단 작품치고는 이례적으로,

악신성녀에서는 스토리의 진행이 꽁냥씬보다도 우선시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점이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악신성녀는 로맨스물이며, 동시에 버디물의 감성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로맨스+판타지에서 흔히 보이는 보살핌받는 여주와 지켜주는 남주 구도는, 여기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남주 라젠과 여주 시리엔은 동등하다.

전투가 벌어질 때, 둘은 일심동체로 움직이며,

씬이 시작할 때도 언제나 같이 등장한다.


둘은 연인이기 이전에, 서로 등을 맡기는 동료이다.


이러한 특징은 전투씬에서도 잘 나타난다.

남주는 물론, 여주 시리엔 역시도 잔혹하고 뛰어난 전사로 묘사되기에.


스토리 진행 파트에서 둘이 언제나 선보이는 이런 듀오로써의 모습 덕분에,

상대적으로 적은 로맨스 파트에도 불구하고 악신성녀는 로맨스적으로 밍밍하지 않다.




남성향의 순애물 치고는 서브커플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것 역시 재밌는 부분이다.

이 쪽에서는 특히나 서브커플들은 독자의 질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나,

작가는 이러한 염려점을 훌륭히 극복해 낸 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댓글창에서도 서브커플 등장 시마다 관련 내용이 달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늘 악신성녀는 모든 독자들이 기대하던 클라이맥스 파트를 마참내 업로드함으로써,

그 기대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안 보던 사람도 찍먹해 보기 딱 좋은 타이밍인 셈이다.



맘에 안드는 점이 있다면, 남주인공의 일러스트이다.

얼굴이 작중 묘사랑 전혀 안 맞는다.

돈 많이 벌면 바꿔주면 좋겠다.












요약:


좋은 의미로 특이함

읽어라

오늘 고점 갱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