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벌써 감이 오지?


 석화용사. 이 소설이 연재되던 당시, 모든 웹소설 커뮤니티가 화려하게 불탔어. 


 그 이유는 존나 간단해. 진짜, 기똥차게 잘 쓴 NTR물이거든. 나도 이거 읽고 며칠동안 소설의 구절 하나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한 NTR물이라면, 절대로 내가 리뷰를 쓰지 않았겠지.


 씨발 내가, 그 15화를 라이브로 따라가며, 그 이후로도 매일매일 다음화를 애타게 기다리지도 않았겠지. 씨발 염병!!


이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가득한 결말까지 이어지는 스토리 요약이야. 솔직히 안 읽어봤어도 직접 이 소설을 읽어볼 생각은 없잖아. NTR단이면 몰라도.


 이 소설의 시작은 간단해. 


 시골 청년 루카. 시골 처녀 엘리. 천재 마법사 세라. 이 셋이서 띵가띵가 잘 살고 있는데, 어떤 금발 여기사가 찾아와서, 넌 용사고 얘들을 데려가서 마왕을 조져라. 그래서 주인공은 저 마왕을 조지면 내가 존나 출세를 해서 엘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다! 대충 이런 생각으로 수락하고 마왕을 조지러 가고...


 사천왕을 상대하기 직전에, 파티에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걸 느껴서 사람을 구함. 셋 다 남자로. 애미 씨발.


 그리고 주인공은 3번째 사천왕을 조지고, 돌이 됨. 마왕의 저주로.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여기사는, 허영과 진실로 똘똘 뭉친 그냥 걸레년이었고.

파티의 믿음직했던 힐러는 최면으로 세라를 따먹고, 세라가 사실 천재 마법사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밝혀지고.

주인공의 멘토역할까지 했던 레오는, 주인공의 소꿉친구인, 사랑하는 엘리까지 노리고, 끝내 1주일간, 소설에서는 의도적으로 생략된 끔찍하기 그지없는 일을 벌이지.


결국 주인공의 소꿉친구인 엘리마저, 주인공이 아닌, 세상을 떠나고. 자신을 잊지 말라고 웃으며 말하면서. 주인공은 그 모든 것을, 귀로, 눈으로, 공기의 흐름으로, 냄새까지. 모두 느꼈어. 


그리고 모두가 떠난 마계. 겨울, 설원. 주인공은, 모래를 토하며 깨어나.


그리고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되지. 


세상은 변했어.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쓰레기들은 모두 명예로운 자리에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었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추악하게. 아랫사람들을 짓밟으면서, 그때와 다를것 하나 없이.


궁수와 여기사는 시련을 딛고 마왕을 무찌는 용사 부부. 사실 마왕은 만난 적도 없다는게 킬포인트.


세라는 교단의 성녀, 라고 쓰고. 교단 공인 창녀가 되어 있었고. 

파티의 힐러는 교단의 대주교가 되어 있었지.


마지막으로 레오. 루카는 레오를 따라가는 것이 엘리의 선택이라면, 엘리를 놓아줄 수도 있었으나, 엘리는 죽었고, 루카의 세상은 무너졌어. 루카의 세상을 무너뜨린 레오는, 황실의 비선실세가 되어 나라를 뒤에서 주무르고 있었지.


그리고, 루카는 여행의 동반자가 될 레이첼이라는 여자를 만나고 가짜 용사의 저택으로 향해.


여기사는, 아이도 마음대로 가지지 못하고 자신을 무참히 짓밟은 남자에게 휘둘려 살고 있었어. 저딴 식으로 살거면 왜 주인공을 배신했는지도 이해가 안 돼. 


궁수의 저항 따위는 간단하게 씹으며, 잔혹한 첫 복수가 시작돼. 그의 몸 여기저기를 분지르고, 찢어발기고, 마지막에는, 그의 후장에 자신의 연인이 당했던것처럼, 화살과 포션 병을 박아넣고 성난 군중에게 그를 먹이로 던지지.


여기사는 손수 찢어버려. 물리적으로. 몸의 끝부터, 꽃잎을 떼어내듯, 하나씩, 하나씩. 살려달라고 처절하게 비는 그녀에게 단 한 마디를 남기며.


"안 돼."


그 후로 향하는 곳은 교단.


가짜 대주교, 바비. 만들어진 성녀, 세라.


가짜 대주교를 죽이기 위해서는, 성녀가 필요했어. 군중들을 선동하기 위해서였지.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러 간 루카는 한숨을 쉴 수밖에는 없었지. 세라는 교단의 공공변소가 되어 있었으니. 평생 친구를 배신한 끝이 고작 저거라니.


루카는 세라의 성대만을 빼앗아. 그녀의 목소리를 빼앗아, 레이첼에게 그녀의 목소리를 넘겨주고 그녀의 목소리는 군중들을 움직여 바비를 무참히 죽였어.


세라는, 무너진 교단에 홀로 남았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로. 죽이지 않은것은 옛 정 때문일까.


그리고 마지막의 시작.


석화주문의 정체는 바로 마왕의 저주였어.


루카. 세타. 아르타니. 베룸. 에렝게티. 루타.


루카. 세타의. 이름으로. 너의. 시간을. 멈춘다.


이제, 레오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지.


 레오.


 루카에게 검을 가르쳐준 옛 동료, 하지만 지금은 그저 찢어죽여도 시원찮을 철천지원수.


 루카는 경비를 뚫고 그를 만나고 간단히 이겨버려. 그리고 엘리의 석상의 행방을 묻지만, 이미 부서진 뒤라는 대답만이 돌아왔지. 


 더 이상, 레오에게 볼 일은 없었어. 루카는 레오의 음경을 손으로 직접 뜯어버리고, 그의 앞에서 그의 딸을 죽이지. 


 그리고, 세상에. 레오는 자신의 여동생과 근친을 해서 애를 낳은거야. 


 주인공은 더 끔찍한 복수를 선사했지. 그의 앞에서 그의 여동생과 아들을 미약에 절여서, 근친상간을 하게 만들고. 레오의 감정을 유도해서, 레오가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이게 만들지. 그리고 끝에는, 절규하는 그를 죽이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지만, 끝이 아니었어. 복수자는 따로 있었으니까.

복수자, 레이첼. 복수의 대상은 용사, 루카.


레이첼은 마왕이야. 아무런 이유 없이 쳐들어온 용사가 자신의 백성을 학살하고 끝내 자신의 사랑하는 남편을 죽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레이첼은, 루카에게 상실의 고통을 그대로 안겨주기 위해 루카를 돌로 만들었어. 나머지 복수는, 다른 애들이 해 줄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레이첼의 예상은 완벽히 들어맞았고. 


 그녀는 엘리에게 토끼의 모습으로 다가가, 루카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엘리에게 마왕의 좌를 넘기며 스스로의 시간을 멈추게 했어. 그렇게 해서 죽은 엘리는 다시 마왕성에서 깨어나고, 모든 기억을 잃고 마왕이 된거야. 


 레이첼의 복수의 완성은, 그렇게 마왕이 된 엘리를 루카가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 루카를 도우며 이끌어왔던 것이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복수와 함께 사람들을 구하던 루카를 보며 마음이 달라졌어. 루카한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어. 애초에. 


 이 모든것을 마왕성 앞에서 털어놓은 레이첼은 마왕을 향해 가는 루카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루카는 마왕과 대면해. 


 자신의 세상을, 이제는 마왕이 되고 모든 것을 잊은, 사랑하는 엘리와. 


결국 루카는 엘리 앞에서 무너져. 자신은 여전히 시골에서 살던 그 어린 아이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다시 지난 날을 생각하며,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려.


루카. 용사이자, 마왕의 신랑. 


마왕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주문을 외우는거야.


루카. 엘리. 아르타니. 베룸. 에렝게티. 마덴.


루카. 엘리의 이름으로, 너의 시간을 뒤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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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면 모든 기억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희망을 안고, 과거로 돌아가.


너를, 절대로 잊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그렇게, 다시, 시골 청년 루카. 시골 처녀 엘리. 천재 마법사 세라. 이 셋이서 띵가띵가 잘 살고 있는데, 어떤 금발 여기사가 찾아와서, 넌 용사고 얘들을 데려가서 마왕을 조져라. 루카는 이걸 하면 명성...


머릿속을 고통이 덮치고, 떠오르는 한 마디. 가짜 대주교를 죽일 때 함께했던 한 아이의 말.


  "오빠. 망설이지 말고. 곁에 있는 언니에게


 키스해주세요!"


모든 것이 떠올랐어. 고통. 복수. 마지막. 회귀.


그리고 놓친 모든 것. 행복. 


 그것은, 처음부터 옆에 있었어.


 

 마침내, 처음부터 이야기했어야 했던 그의 마음을 고백한 루카는, 자신의 빛을 끌어안으며 청혼하지. 박하꽃으로 만든 엉성한 반지를 끼워주며.


 용사의 운명, 그런것을 왜 시골 청년에게 강요하냐며 스스로 생각하며, 그는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뒤로 되돌아서.


 순박한 시골 청년, 루카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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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줄거리 요약이었어. 


소감은... 상당히 재밌었다는거야. NTR은 죄악이고,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찌끄레기지만, 이 소설은 어째서 내가 따라갔는가. 


 복수는 사이다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더라.


 오히려 시원함보다는 찝찝함을 남기면서 생각하게 되었지.


 달콤하지 않은 복수, 그 속의 고뇌.


이 소설의 복수는 루카가 자신의 원한을 푸는 것이 아닌 엘리에게 달려가는 과정이었어. 결국에는.


 또한 또 다른 복수자, 레이첼은 자신의 분노가 잘못된 곳을 향했다는것에 후회하며 스스로 슬퍼했죠. 그녀의 복수는 완벽하게 끝났지만, 그녀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


 하지만, 루카는 결국 행복을 되찾았어. 복수가 아닌 방법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소설은 네토라레로 시작했지만, 끝은 전혀 달라.


복수물이기 이전에, 용사물이고, 성장물. 그리고 그 끝은 결국 순애.


 이 소설을 보며 참 여러 생각이 들었어.


혹시 나도 언젠가, 내 옆에 있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포착하지 못하고, 크게 돌아서 불행을 맞이한 적은 없나.


쓸데 없는 기회를, 낭떠러지로 가는 길인줄 모르고 낚아채서 불행을 자처하지는 않았나.


 행복은 항상 가까이에 있어.


 여러분의 옆에 있을 수도 있으며, 바로 앞에 있을 수도 있지. 혹시 몰라. 안 보이더라도 뒤를 돌아보면 있을수도 있어.


 놓치지 말고, 몰라보지도 마.


 그 행복은, 우리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