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요약 있음

https://novelpia.com/novel/23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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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오토바이가 누비던 심야의 도시도 잊혀지고

전뇌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여형사도 점점 투명해지는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사이버펑크가 단순한 sf물이 된 시대에

한 작품이 노벨피아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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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작품을 발견했을때 태그를 보고 거르려고 했다.

얀데레, 집착, 피폐...노벨피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작품들의 태그가 달려있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얀데레를 혐오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이버펑크라는 태그가 눈에 들어왔다.

사이버펑크

동명의 타이틀을 단 게임은 출시하자마자 망해버리고

가끔 보이는 소위 '사이버펑크물' 은 전혀 사이버펑크

하지 않은 작품들 뿐이었다.

네온사인과 레트로한 디자인으로 뒤덮힌 도시면 전부

사이버펑크인 줄 아는 소설부터

사이버펑크의 디자인이 너무 비효율적이고 옛날같아서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까지....

사이버펑크는 단순히 네온사인 디스토피아 도시에서

상대방을 해킹하고 머리에 구멍을 내는 장르가 아니다.

비대칭적이고 비효율적인 디자인에서 나오는

미묘한 긴장감, 비 오는 날씨로 대표되는 불안함,

그러한 요소들이 모인 도심 가운데서 가장

소시민적이고 인간적인 행동을 보이는 주인공들의

고뇌, 그리고 사라져 버린 줄 알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등장하는 대의적인 행동이 함께 어울려 나오는 비협화음이

조화롭게 들려져 버리는 장르가 바로 사이버펑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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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선작을 박은 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최신 회차까지 쉬지 않고 읽은 뒤, 드디어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 걸맞는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얀데레, 피폐, 집착같은 태그는 억지스럽지 않았다.

당연히 얀데레여야만 했고 당연히 집착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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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업의 사병으로 복무하던 주인공은 동료 전투

AI에게 정을 붙인다. 퇴역 이후 이미 구형이 된 AI를

구매한 뒤 새로운 의체를 주고 일리아라고 이름지은 뒤

동거하게 되면서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감정을 서서히 학습한 일리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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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여주인공 전투 AI 일리아의

변화였다. 감정을 비효율적이고 단순한 생체반응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나중에는 가장 감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깔끔하면서도 실감나게 묘사되었다.

주인공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인지한 일리아는 점점

인간적으로 변해가는데 여기서 이 작품의 두 번째로

인상깊었던 부분이 드러난다.

바로 얀데레, 피폐, 집착의 자연스러움이다.

4드론 단골태그 피폐와 집착, 얀데레는 원래

내가 가장 싫어하는 태그들이었다.

애새끼도 아니고 다 큰 여자가 얀데레라며 집착하고

혼자 피폐해지거나 주인공을 피폐하게 만드는 꼬라지를

보면서 줘패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얀데레, 집착, 피폐를 보여주는 여주인공 일리아는

전투 AI였다가 서서히 감정을 알아간다.

마치 갓난아이처럼.

그렇기에 주인공을 향한 집착을 보이고 얀데레로

변질되었으며 자신의 잘못으로 주인공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피폐해진다.

나는 일리아가 이 순간에서야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고

느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대상, 그것이 애완동물이든 부모님이든 장난감이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무척 집착한다. 다른 사람이 손을

대지 못하게 할 수도 있고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으며 혹시나 그것이 다치거나 망가지면

한참을 슬퍼하며 자책한다.

일리아도 그렇다. 무미건조한 전쟁기계에서

감정을 깨우치고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얀데레, 집착, 피폐라는 태그에

개연성을 달아 주었으며 전혀 불편하지 않게

작품 사이사이에 녹아들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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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1.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 걸맞는 분위기

2. 얀데레, 집착, 피폐라는 태그가 불편하지 않음

3. 함 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