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이 중기병 랜스 돌격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는 이런 식으로 기병들이 되는 대로 돌격해서 보병진을 난도질하듯이 파고드는 것임


하지만 사실 중기병 돌격은 이런 식으로 하면 죽기 딱 좋았음




기병은 말을 타는 것에서 나오는 기동력과 말의 몸무게를 이용한 충격력을 장점으로 삼고 있음


이는 곧 기병을 원활히 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가속 거리를 확보해야 하고, 이 거리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기병은 그냥 피격면적이 좀 많이 큰 보병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함




그랬기에 위의 짤들처럼 무질서한 돌격을 가할 경우 기병대는 순식간에 큰 위험에 빠지게 됨


대부분의 말들은 앞에 보병대같은 장애물이 있을 경우 본능적으로 멈추려 하기에 쉽게 돌격력을 잃고 적의 반격에 노출되기 마련이었고, 돌격력을 유지해서 보병 전열에 파고들더라도 속도를 잃은 채 보병대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기병은 매우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에 불과하니까


거기다가 말은 생명체다 보니 기수를 등에 태운 상태로 계속 달리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었음, 이렇게 지쳐서 기동력을 잃은 기병대도 적에게 따라잡혀 공격당하기 딱 좋았고


요약하자면 마구잡이로 돌격하면 '큿 죽여라'에 최적화된 인재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




그러면 실제 중기병 돌격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느냐


간단히 요약하면 말에 타서 좀 빠른 팔랑크스나 다름없었음


ㄹㅇ 진짜임




중기병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적의 대열을 꿰뚫는 칼날이 아니라, 팔랑크스처럼 적의 대열을 후려갈기는 망치와 비슷하게 기능했음


각 기병 사이의 간격은 좁은 것을 넘어 아예 갑옷이 없으면 다리가 짓눌려 뭉개질 정도로 밀착했고, 앞뒤 간격도 최대한 좁게 붙여서 묘사하자면 '사과를 던졌을 때 그 사과가 땅에 닿지 못할 정도로' 빽빽한 대열을 이뤘음


이런 밀집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중기병들은 전장에서 돌격 지점에 돌입할 때까지 트롯(도보 기동과 비슷한 속도)으로 걸어갔고, 100m 이내에서 서서히 가속, 50m 지점에서 느린 갤럽(약 15km/h)에 도달해서 적진에 꼬라박음


아예 극단적인 경우에는 20m 지점까지 트롯으로 이동하다 막판 급가속을 걸어서 적 대열에 충돌하기도 했고




돌격 거리까지 느리게 걸어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병대는 쏟아지는 화살비를 정면으로 뒤집어써야 했고 기병이 접근하는 걸 보고 준비를 마친 보병대에게 달려들어야 했음


이 때문에 지휘관들은 가장 사기가 높고 숙련된 정예병들을 맨 앞에 세워서 두려움으로 인해 기병 대열이 와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였음


그러지 못해서 대열이 중간에 흐트러질 경우 보병대에게 충분한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곧바로 반격당해서 기동성을 잃은 채 고립당하고...


'큿 죽여라'







요약


중기병은 랜스 차징을 걸 때 매우 빽빽한 밀집방진을 짠 뒤 가장 빠른 시점에도 15km/h 정도인 느린 속도로 적진에 달려듬


제대로 돌격을 꽂아넣으면 망치로 때리듯 적 보병진의 전면을 뭉개놓을 수 있었지만 통제 없이 무질서하게 달려들거나 중간에 대열이 흐트러지거나 하면 박살나지 않고 곧바로 반격에 나선 적에게 역으로 박살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