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물의 클리셰가 다 그렇고 그렇듯이, 대충 근미래의 어느 시점 정도의 한국이 대충 2차대전 시기의 지구에 트립했다.


뭐, 최대한 요약해도 5700자 정도는 되는 혼란 끝에 한반도는 통일되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을 지원한 대한민국에 힘입어 추축국은 원 역사보다 훨씬 빨리 패망했고, 한국은 덕분에 미국과 소련의 뒤를 잇는 세계 제3위의 열강에 등극하기에 이른다.


너무 간단하게 요약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국가 트립물의 줄거리가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한 번 일어난 일이 두 번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는 것.


그렇다고 트립한국이 지구-2에서 다시 지구-3으로 사출 당하는 식으로 '무한 트립한국'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최소한 이 미친 세상에서 탈출이라도 가능했을태니까.


첫 번째 이변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추축국을 멸망시킨지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평행세계의 지구에서 나치 독일이 이쪽 세상으로 트립해버린 것이다.


한국인들은 그제서야 '트립'이라는 것이 자신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꽤나 늦은 깨달음이었다.


그 나치 독일은 완전히 패망한 원래 역사나, 4드론 러쉬에 당한 지구-2와는 달리 막강한 기술력, 군사력과 광활한 영토를 자랑하는 초강대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악한 국제사회가 뭐라 대처할 틈도 없이 두 번째 이변이 벌어졌다.


독일과 소련이 싸워야 하는 것은 역사의 억지력이라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이번엔 또 다른 평행세계에서 소련이 소환되었다.


당연하지만 이쪽 세상의 소련보다 땅도 넓고 기술력도 좋고 군사력도 쩔어주는 초강대국이었다.


이 시점에서 UN 체제는 완전히 나가리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초강대국인 미국과 한국이라고 해도 자신들과 맞먹는 초강대국이 2개씩이나 나타나 버리면 뭐 손쓸 도리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 '트립'의 여파로 독일과 소련의 영토가 '양자 얽힘'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혼란스럽게 뒤섞여 버렸고...


평범한 국가끼리도 좋게 넘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전쟁광 초강대국 둘이 얽혔는데 뭐, 평화따위는 애저녁에 글렀다.


독일과 소련은 평화로운 교섭을 하려는 의지조차 없이 바로 전쟁에 돌입한다.


여기서 문제는 독일과 소련이 차지하는 영역 만으로 이미 지구 영토의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이 미친 세상에서 탈주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그 시점에서 평행세계의 중화인민공화국이 또 트립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가 트립할 시의 '양자얽힘'은 이번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중국과 소련과 독일의 극동 식민지가 뒤섞여버렸고...


중국은 우선 독일에 선전포고를 때렸다.


살던 세계는 달라도 일단 같은 공산진영이던 소련과는 협상의 여지라도 있지 저 독일 파쇼와는 그것도 없으니까.


물론 이쪽 세상 중국 역시 파쇼였기에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이쯤 되자 이 연쇄 트립 현상은 대한민국에 있어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


벌써 중국과 소련이라는 초강대국 둘이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모두 울고 싶어졌다.


그런데 간절히 기도하면 우주가 나서서 이루어준다는 것일까?


미국인들의 기도에 신이 응답했는지는 몰라도,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같이 발광중이던 미국은 이 정신나간 세상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그 미국 대신에 나타난 것은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이라는 나치와 맞먹을 개막장 사상을 자랑하는 초강대국이었다.


나치스는 최소한 독일인이라도 챙겨주지 얘들은 자국민도 안 챙긴다는 점에서 질이 한층 더 나쁘다.


하여튼, 트립을 멈춰달라는 기도는 그제서야 통했는지 더 이상의 트립은 없었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원래부터 여기에 있었던 국가는 겨우 오스트레일리아 하나 남았다.


그나마 서로 말이 통하는 곳이라고 해봤자 대한민국-오스트레일리아.


끝.


이제 자유세계의 최전선이 된 대한민국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와도 같다.


과연 트립한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세계의 패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레드얼럿 소련: '소비에트의 확장주의적 행보'라는 말 하나로 설명되는 전쟁광 


울펜슈타인 나치 독일: 나치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필요도 없음 


코드기어스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 사회진화론을 추종하는 막장 국가. 나치나 일제도 자국민은 챙기는 척이라도 했는데 얘들은 그런 가식조차 안 떰.


폴아웃 중국: 자기네들한태 자원이 없다고 이웃 국가를 계속해서 침공하다가 끝내 미국에 전쟁을 선포한 파시스트들.


트립한국: 그냥 트립한국. 폴아웃 중국 + 레드얼럿 소련 + 코드기어스 브리타니아라는 환장할 3단 콤보 먹음. 그래도 기술력은 세계제일


오스트레일리아: 개나 소나 국가 트립하는 세상의 유일한 원주민 국가. 당연하지만 이 개지랄 판도에 정신 나가버림.


트립한국이 너무 밸런스 붕괴라는 말이 많던데 이러면 밸런스 좀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