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찬가를 구현하는 건 sf의 단골 소재다. 

라노벨 '나는 덧없는 꿈을 달에게 듣는다'가 그런 소설이었다. 



나는 덧없는 꿈을 달에게 듣는다



 제목 중2병 쩐다.

 이 소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먼 미래, 우주 콜로니 시대.

 지구는 파탄나 인류는 콜로니 생활을 하게 되었으나,

 수천년에 달한 콜로니 생활도 자원이 부족해 결국 인류는 절멸하고 말았다.


 텅 빈 콜로니만이 지구와 달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 뿐이다.

 인간은 사라졌지만 콜로니의 기계들은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월면탐사로봇이다.

 월면탐사로봇은 달을 계속 탐색하며 지도를 만든다.

 그것이 인류로부터 받은 명령이다.


 계속 달의 뒷면을 돌고,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달의 지도를 갱신한다.

 
 콜로니의 메인 AI는 이미 지시를 멈춘지 오래다.

 현재는 오히려 월면탐사로봇을 보조하는 AI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로니의 이상을 탐지하고 수리를 제안하는 건 월면탐사로봇이니

(콜로니가 망가지면 월면 탐사로봇도 기능이 멈추게 되니까)


 그리고 수백년 뒤,

 월면탐사로봇은 여전히 달을 탐사하고 있다.

 그런데 수백년이나 지나 버그가 생기고 만다.


 귀신이 보인다.

 한 소녀가 나타나 계속해서 로봇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너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걸 하는거야?'

 '네가 하는 일에는 그 어떤 가치도 없어'


 그 말을 들은 월면탐사로봇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고민한다.


 하지만 AI로써 월면탐사로봇은 그렇게 뛰어난 존재가 아니다.

 이 지도를 만드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여기에 무슨 가치가 있는가.

 그 정답을 찾는건 자기 기능으로 무리라는걸 깨닫고 귀신에게 답한다.


 '신경쓰지마. 나는 내 할 일을 할 뿐이야.'


 그러면 귀신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사라진다.


 그러던 어느날 월면탐사로봇은 한가지 새로운 흔적을 찾는다.

 찾을 수 없었던 달 콜로니의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흔적을 찾아낸 것이다.


 달 콜로니는 사실 달의 표면이 아니라, 달의 지면 아래에 있었기에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흘러 달의 지형이 변화하면서 콜로니가 드러난 것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졌네'


 월면탐사로봇은 달 콜로니를 중심으로 달의 지도를 갱신해야 한다는걸 깨닫는다.

 그래서 달 콜로니로 진입한다.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달 콜로니 또한 자원고갈로 인류가 절멸한 것이었다.


 '누구 없어요?'


 그렇게 외치는 로봇에게 귀신이 속삭인다.


 '아무도 없어.'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있을 리 없어. 인류는 이미 멸망했어.'

 '아직은 단언할 수 없어. 시설을 전부 확인해보지 않으면 이 콜로니에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없어.'

 '알고 있잖아? 이런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없다는건. 대체 네가 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 어려운 질문을 해봤자 나는 답을 못해. 어려운 질문은 하지마.'

 '넌 정말 고집불통이구나.'


 귀신은 또다시 입을 비죽이며 사라진다.


 그리고 로봇은 찾아낸다.

 냉동수면장치를.


 월면콜로니는 AI조차 가동을 정지시킨 채 모든 동력을 냉동수면장치에 쏟아붓고 있었다.

 언젠가 다른 콜로니에서 아이들을 구조시켜주길 바라며. 하지만 그 동력원도 거의 다 떨어져가는 상태다.


 귀신이 나타나서 냉동수면장치를 가리킨다.


 '다들 죽었어.'

 '살아있는 아이가 있을지도 몰라.'

 '너도 알고 있잖아? 이 시설의 동력은 거의 다 고갈되었다는걸. 이제 한계야. 아이들이 살아있을 리 없어.'

 '그건 확인해봐야 아는거지.'

 '그래... 넌 그런 녀석이었지. 원하는대로 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마음대로 할거야.'


 그리고 마침내 월면탐사로봇은 한 수면장치에서 멈춰선다.

 갓난아이가 살아있었다. 달 콜로니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음...'


 월면탐사로봇은 당혹스러워한다.


 인간이 있었다

 단 한명이지만 인간이 있다.


 아이를 살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월면탐사로봇에게는 기능이 많지 않다.

 아이가 있는 냉동캡슐을 자신의 콜로니까지 이동시킬 능력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두면 아이는 죽을 것이다.


 '그냥 포기해.'


 귀신이 속삭인다.


 '너는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어떻게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란게 세상에는 있는 법이지.'

 '그런걸까?

 '그래.  이것이 인류의 운명인거야.'


 그러자 월면탐사로봇은 잠시 고민하다,

 자신의 콧핏을 뜯어내고 배터리에 연결된 선을 콜로니 컴퓨터에 연결한다.


 귀신은 이 순간, 처음으로 당황한다.


 '뭐하는거야?'

 '이 콜로니는 기본적으로 내가 있던 콜로니와 같아. 부상 기능이 있어.

 부상을 위한 연료를 남겨두고 있어. 그 연료는 남아있을테니 부상시키면 돼.

 그러면 태양열 발전이 이뤄질테고 콜로니 기능이 회복되겠지.

 그 다음은 이곳의 메인 AI가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걸 전부 다 할거야.

 틀림없이 나보다 더 똑똑한 녀석일테니까.'

 '바보야? 너는?"


 귀신은 로봇을 비난한다.


 "부상기능을 가동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나면 너는 기능이 멈춰버려.

 네 콜로니의 AI는 너 같은건 신경쓰지 않아. 그녀석은 생각을 멈춰버렸으니까.


 그리고 이 콜로니의 AI는 네 존재 따위는 알지도 못해.

 어쩌다 자신이 다시 가동되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아이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겠지.


 너는 에너지가 다 떨어진 고철덩어리가 되어 이 어두운 달의 지하 속에서 녹슬고 부서지는거야.

 인간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부르지. 네가 지금까지 한 모든 일들이 의미없던 것이 되어 사라지는거야.

 넌 그런 무의미한 존재가 되고 싶어?'


 로봇은 답한다.


 '그런 어려운 질문하지 말랬잖아.

 의미니 가치니 하는건 나는 몰라.

 그런 질문은 나보다 더 똑똑한 녀석에게 해줘.'


 '그렇다면 네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볼게.

 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부상기능이 작동할 수 있을 확률은?'


 로봇은 이 순간 망설인다.


 '거봐, 네가 지금 하고 있는건 도박이야.

 자신의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이 콜로니가 부상할거라는 보장은 아무데도 없어.

 정말로 이 콜로니를 부상시키고 싶다면 좀 더 확실한 방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동안 이 아이가 버티지 못할거야.'

 귀신이 비웃는다.


 '생각을 좀 해봐. 왜 인간을 살려야 하지?

 이 아이를 살린다는게 정말로 훌륭한 일인걸까?'

 '그건 무슨 소리야?'

 '이 아이는 널 원망할거야. 이 끔찍한 시대에 자신을 살린 너를.

 혼자 살아남은 인간이 이 시대에 대체 뭘 할 수 있지?

 우주의 공허 속에서 고독하고 쓸쓸하게 살다 불행하게 죽는 것 뿐이라고!

 정말 이 아이를 위한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덧없는 꿈 속에서 살다 죽게 해야 하는거 아닐까?

 그게 진정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일이 아닐까? 답해봐.'


 그러자 월면탐사로봇이 답한다.


 '어려운 질문 같은거 하지말랬지.

 난 그런거 몰라.'

 

 월면탐사로봇은 망설임없이 에너지 공급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지하에 있던 달 콜로니가 얇은 지면을 부수고 부상한다.


 '해냈다!'


 월면탐사로봇은 그렇게 외치며 달 콜로니의 표면에서 떨어져 지하 깊은 곳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에너지가 다 떨어져 영원히 침묵하게 된다.


 '......졌다.
 저 고철덩어리에게 졌어.'


 귀신은 그런 로봇을 내려다보며 패배감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우주를 향해 솟아오르는 콜로니를 올려다보며 그 아래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귀신이 달 위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추고, 단 한명의 인간 뿐인 콜로니가 솟아오르며 소설이 끝난다.


 
 그런 이상한 스토리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