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이 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냉전시기 한국에 소개된 얼마 안되는 러시아 현대 문학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솔제니친이 소련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가였거든. 

특히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러시아 강제노역소의 참혹한 실상을 폭로한 문학으로써 전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뭐 그런 소설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파고들지 말고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 소설은 군대에서 읽으면 진짜 꿀잼인 소설이다.


 왜냐면 이반에게 감정이입이 잘되거든.

 옛날에 읽어서 기억이 모호하지만 이런 내용이었던거같다.


 작중 슈호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 쨩.



 슈호프는 레닌그라드 전쟁에서 나치의 포로가 되었다가 간신히 탈출해 본진으로 귀환한 병사였다. 그런데 상관이 슈호프가 나치에게 정보를 팔아넘기고 돌아온 간첩이라고 보고하여 강제 수용소로 가게 된다.


 맨 처음에는 커다란 강제수용소에서 있다가 작은 수용소로 자대배치를 받는다.

 슈호프의 이야기는 그 작은 수용소에서 이미 짬밥을 먹을 대로 다 먹은 상병짬이 되었을 때즘에 시작한다.


 '기상입니다~!'


 슈호프는 아침에 일어나자 한숨을 쉰다.

 바깥을 보니 날씨가 ㅈㄴ 추워보인다. 다른 수용자들도 불평한다.


 '이런 날씨에 일과를 하러 나가야 하다니.'

 '와 씹, 얼어뒤지겠다.'

 '야 오늘 밥 뭐냐'


 뭐지 이 군대스러운 대화와 풍경은.

 어쨌든 수용자들은 주섬주섬 침상을 정리하고 밥시간을 기다린다.

 밥은 반 별로 나눠서 순서대로 먹는다. 이들은 머릿속으로 자신들의 밥 시간이 언제 올지를 계산한다.


 밥을 먹는 순서가 맨 처음이라면?

 그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나쁘진 않지만 이후의 배식을 생각해야 해서 밥을 많이 못얻어먹는다.


 다른 반이 다 밥을 먹고 난 다음 자기들 순서가 온다면?

 이건 최악이다. 밥도 다 식었고 남은 것도 얼마 없어서 조금 밖에 못먹는다.


 어쨌든 이들은 언제 밥타임이 올까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다 밥타임이 오자 나간다.

 밥을 타러 줄을 서는데 수용자중 한명이 배식담당에게 속삭인다.


 '이봐. 나한테 수프 건더기 좀 더 줘. 이게 뭐야 국물뿐이잖아.'

 '안돼, 가. 너만 처먹는거 아냐. 꺼져.'


 슈호프는 그 모습을 보고 ㅎㅎ 하며 속으로 비웃는다.

 밥을 많이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짬찌같으니라고.


 슈호프는 식판을 내밀고 배식담당에게 말한다.


 'ㅇㅇ씨. 제가 저번에 도와드렸던 일 있지 않습니까? 제가 더 해드릴게 있을까요?'

 '오, 슈호프씨. 아뇨. 그걸로 충분했어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배식담당은 활짝 웃으며 슈호프의 식판에 건더기 많은 수프를 넣어준다.

 우와 하고 수용자들이 부러워하는 가운데 슈호프의 어깨가 떡 벌어진다.


 보았느냐 짬찌들아

 밥은 이렇게 타는거다


 그리고 슈호프는 자기 밥을 다 먹은 뒤 수용소 당직 관리자의 밥을 타는 역할을 한다.

 수용소 당직 관리자의 밥을 타고, 사무실로 올라간다.


 '당직님. 밥타놨습니다. 드시러 내려오시죠.'


 당직은 다른 관리자들과 대화를 하다 잠시 생각한다.

 슈호프는 여기서 긴장한다.


 과연 당직은 밥을 먹을 것인가. 먹지 않을 것인가.

 고민하던 당직은 바깥 날씨를 보고 중얼거린다.


 '다 식었겠구만.'


 나이스! 슈호프는 이때 환희에 젖어든다.

 당직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자네가 먹게.'

 '넵!'




 아침에 두끼를 먹다니.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다.

 슈호프는 식당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당직의 밥 앞에 앉는다.

 그리고 스푼을 집어 그 당직의 밥을 먹으려 한 순간 


 '어이, 슈호프! 작업나가자!'


 작업 관리자가 슈호프를 부른다.

 슈호프는 당황한다.


 '어... 작업이요? 무슨 작업요?'

 '저짝에 담장 무너진거 있잖아. 그거 보수해야해.'

 '그런 얘기 못들었는데요.'

 '나도 방금 들었다. 빨리와. 급하니까.'

 '하지만 밥이...'

 '너 밥 먹었잖아.'


 슈호프는 결국 관리자에 의해 식당에서 끌려나간다.


 '내 밥...!'


 당직의 밥은 다른 수용자들이 달려들어 처먹고 있다.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이 추운 날에 실내 작업도 아니고 담장 작업이라니.

 오늘은 운수가 ㅈ같은 날입니다.


 슈호프는 무너진 담장 앞에서 한숨을 쉰다.

 관리자도 담장 앞에서 한숨을 쉰다.


 '야 이거 이 추운날에 어떻게 타르칠을 하냐. 너 이거 해봤냐?'

 '관리자님 이거 겨울에 안해봤어요?'

 'ㅇㅇ 나 이거 안해봄.'


 슈호프는 이 순간 머리가 회전한다.


 '아 이거 그럼 제가 시키는대로 하시면 됩니다. 제가 해봤거든요.'

 '어 그래? 그럼 니가 하는 말대로 하자'

 '넵 제가 말하는대로 하면 됨다'


 그리고 슈호프는 다른 수용자들을 지시하며 담장 보수 작업을 시작한다.

 이 순간 슈호프는 쾌감을 느낀다




 '내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황제의 권력인가'

 '나는 이 세계의 왕이다! 황제 슈호프란 말이다!'


 참으로 ㅈㅂ스러운 쾌감이다.

 그렇게 담장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일과시간이 다 끝나간다.


 일과가 끝나면 모두 공터 한가운데 모여서 당직에게 인원보고를 한다.

 모든 반이 모여서 인원보고를 한다. 그런데 한 반에서 한명이 비는거다.


 '너희 왜 한명없냐.'

 '글세요.'

 '돌았냐?'


 영하의 추운 날씨. 모두가 공터에서 벌벌 떨며 수군댄다.


 '아 씨바 어떤 미친놈이 짱박혔어?'

 '그새끼 이름불러 그새끼 오늘밤에 잠 다잔줄 알아라'

 '씨발놈 설마 탈출한건 아니겠지?'

 '돌아버리겠네! 그러면 저녁밥 없는데!'

 '내 그새끼 하는 꼴 보고 알았다. 그새끼는 딱 관상이 스파이였어!'


 모두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그 한명이 나타난다.

 그는 추운 작업을 피하러 창고에서 짱박혀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


 아 탈출한게 아니었구나

 이제 들어갈 수 있다

 저녁밥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저새끼는 이제부터 간첩이다

 저새끼랑 노는 놈도 간첩이다


 수용자들은 분노를 다스리며 숙소로 돌아가고 아침처럼 밥 시간을 기다린다.

 슈호프는 아침과 같은 행운이 자신에게 찾아오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건더기가 적은 수프. 슈호프는 아오 씨발 운수 개떡같은 날 하며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런데 숙소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같은 반의 수용자 중 한명이 집에서 소포를 받은 것이다.


 과자와 소시지가 잔뜩 든 소포. 

 그런데 걔랑 슈호프랑 친하지 않다.

 내무반 정치구도에서 슈호프의 라이벌이자 정적이다.


 슈호프가 업무능력으로 에이스라면 

 저녀석은 집에서 소포를 많이 보내줘서 에이스인 녀석




 아 ㅆㅂ

 슈호프는 ㅈ되었음을 느낀다.


 슈호프는 과자나 소시지를 부쳐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일을 돕거나 하는 식으로 에이스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슈호프가 베푼 작은 은혜들은 과자와 소시지의 가치보다 낮다.

 이제 저 슈호프의 정적이 과자와 소시지라는 압도적인 자산을 수용자들에게 분배할거고, 반의 권력구도가 바뀌게 될 것이다. 슈호프의 입지가 아래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 반을 지배하는 황제는 저녀석이 될 것이다.


 몰락을 직감한 슈호프.

 오늘은 참으로 ㅈ같은 날이구나 하며 눈을 질끈 감는데...


 그때 관리자가 나타난다.

 소포를 받은 수용자에게 손짓한다.


 '야, 당직이 너 좀 와보라는데.'

 '저요?'

 '그래요, 너요, 너.'

 '아 잠깐만요, 제가 아직 소포를...'

 '닥치고 따라와.'


 열린 소포를 숨기지 못한 채 슈호프의 정적은 관리자에게 끌려간다.


 자아. 이 상황은 무엇인가.

 황제의 보물창고가 열려있다.

 황제는 사라졌다.


 약탈의 시간이다.

 혁명의 시간이다.


 수용자들은 왕정을 무너트리려는 혁명가들처럼 용감한 표정으로 소포를 향해 다가간다.

 바로 이 순간, 슈호프가 그들을 막아세운다.


 


'코노 어리석은 놈들! 주인이 없는 물건에 손을 대려 하다니!

 동료의 물건을 약탈하려하다니! 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더냐!'


 나름 에이스인 슈호프가 그렇게 외치자 다들 소포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리고 슈호프의 라이벌이 수용소로 돌아온다. 그는 그대로 있는 소포를 보고 당황한다.


 '어떻게... 내 소포가 그대로...'

 '아 내가 도둑질 못하게 막았지.'

 '이럴수가 슈호프씨, 당신... 당신은 제 진실된 친구입니다.'

 'ㅎㅎㅎ 이제 알았냐?'


 슈호프는 어깨를 으쓱해보며 슬쩍 소포를 바라본다.

 슈호프의 라이벌이 소시지를 덥썩 집어서 슈호프의 손에 쥐여준다.


 '이것은 당신 몫입니다.'

 '어우, 뭘 이런걸 다. 잘먹을게.'

 'ㅎㅎ 동료끼리 서로 나눠먹어야죠.'



 이렇게 슈호프는 라이벌에게 굴복하지 않고도 소시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덧붙여 슈호프는 정말로 올바른 사람이라는 평판까지 얻은 건 덤.


 슈호프는 침상에 누워 소시지를 햝아먹으며 생각한다.



 오늘은 참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고.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이렇게 끝나는 소설이다.


 군대에서 읽으면 몰입감 장난 아닌 소설임.
 상상 이상으로 코믹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