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큰 나무잖아 나무! 근데 뭘 그리 신성시 여기고 지랄을 하냐!"

 

탄광 일을 끝내고 여관에서 맥주를 마시던 여성 엘프가 말했다.


바지를 입고 웃통을 깐 상여자스러운 복장.

알코올에 취한 그녀는 평소 쌓아뒀던 말들을 전부 쏟아냈다.



"갈! 멍청한 귀쟁이들 같으니라고!"



그러자 마주앉은 드워프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가슴골이 파인 옷에 치마를 입은 남성스러운 복장.

그는 드워프들의 자랑인 활의 시위까지 맨 채 당장이라도 쏠듯했다.



"자, 자. 다들 진정하시죠. 너무 흥분했습니다."

"맞아, 같은 문명인끼리 그러지 말자고."


일행인 마족 신관이 둘을 중재하고, 지혜로운 수인 마법사가 도왔다.



"저 둘은 왜 싸우는 거야?"

"하하, 지하왕국의 엘프들과 대수림의 드워프는 예로부터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하거든요."


이들을 옆 테이블에서 지켜보던 순수한 고블린이 의문을 가지자 신사적인 오크학자가 설명했다.



"큰 일입니다요, 큰 일이야! 드래곤 살려!"


그러던 중 갑자기 여관에 드래곤 짐꾼이 들어와 소리를 질렀다.


"열등한 드래곤이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거기다 소리까지 지르며 장사를 방해하다니!"


드래곤은 가장 낮고 비참한 취급을 받은 열등종이기에, 마침 술을 마시던 다른 모험가 일행은 짐꾼에게 화를 냈다.


기사는 지팡이를 꺼내 마법을 쏠 준비를 하고,

마법사는 방패와 메이스를 꺼내들었으며,

성직자는 언데드 전사를 부를 준비를,

격투가는 총을 쏠 준비를 했다.



이에 드래곤 짐꾼은 벌벌 떨며 황급히 말했다.


"히익, 그,그게 다름이 아니라 지금, 이 도시로 인간들이 날아오고 있다고 합니다요!"


"뭣, 인간?!"

"인간이라고!?"

"끼야아아악!"


짐꾼의 말에 여관에 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하늘을 쳐다봤고, 



크앙

크아아아앙

끼요오오옷



도시를 향해 일제히 날아오는 인간 무리를 발견하고 공포에 질려 황급히 도망쳤다.


천공을 날아다니며 입에서 불을 뿜고 마법을 부리는 괴물인 인간은 평범한 이들은 상대할 수 없다.


이것이 이세계의 상식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