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옛날에 비주얼 노벨은 그냥 일러세우고 성우음성 넣은 유사 전자책 아냐? 그렇게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 인식이 바뀐 계기가 있었다


 

  아사프로에서 제작한 프라마이워즈

처음 들어봤을거다. 내가 처음 해본 비주얼노벨이 이거다. 나도 처음 들어본 겜이다. 그냥 비주얼노벨해본적없는데 뭐가 재밌냐고 물어서 추천받은거 한거다


이거 하고 너무 충격받았다

내가 상상한 비주얼 노벨은 소설처럼 스토리를 쭉 따라가는 이야기 중심의 게임이었거든


그런데 이 게임

스토리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스토리는 있는데 플롯이 없다


주인공과 미소녀들이 한집에서 동거하며 생기는 해프닝들... 이런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기승전결이 없다


 플롯도 복선도 없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하나도 예상이 안된다.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토리가 언제 끝날지도 안보이고 어떻게 마무리지어질지도 알수없다.


한치 앞이 예상이 안되고 뭔가 커다란 클라이막스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도 없다. 위기감이 느껴지는 순간도 없다.


 어? 이 이야기 그래서 어떻게 되는거지 언제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는거지 하며 혼란에 빠진 사이에 게임이 끝났다.


진짜 충격적이었음.

뭐야? 이렇게 끝이라고?

  

 등장인물이 이렇게나 많은데 커다란 클라이막스로 가기 위한 빌드없이 계속 잡담하고 뇌절개그만 치다 엔딩이 나온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저 파란머리 저새끼가 눈치없이 지 루트 아닌데 계속 끼어서 개그치다 얘 스토리가 망가진건가? 


그래서 다른 루트를 해봤다

하지만 다른 루트에서도 저 파란머리는 계속 끼어들어와서 뇌절개그를 쳐댔고 분량이 개그에 잡아먹혀서 밋밋한 결말이 났다


확신했다



이 파란머리는 의도적으로 끼어들어오고 있는거다.  이야기의 흐름을 망가트리기 위해서. 그걸 위해 존재하는 녀석이다. 네녀석 설마 2회차냐.



히로인이 하면 안될 얼굴개그도 그만해라고. 니 루트 아닌데 너 땜에 공략중인 히로인에 몰입이 안되잖아


 굿즈 수준 실화냐

  

이게 그건가

극작가 브레히트가 말한 '낯설게하기' 기법이란게 이런건가. 아무튼 얘의 임팩트가 너무나도 강한데다 그걸 작가가 억누르긴 커녕 오히려 풀어두고 있어서 이야기가 정상적으로 빌드되지 않았다.  


이 작품의 기승전결이 불명확한 책임의 절반은 얘한테 있다고 본다. 적절한 타이밍도 아니고 정말 불필요한 타이밍에 끼어들어서 개그를 쏟아낸다. 개그 지분이 너무 커서 이야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기승전결도 형성되지 않는다


진짜 큰 문제는

그게 재밌다는거다

 

얘 나오는 부분은 그냥 다 재밌음.

그래서 재밌으니까 봐준다 하고 넘어가게 되고 개그를 즐기다보니 이야기가 끝나있었다. 


뭐였지? 

이 작품의 주제와 스토리는 대체 뭐였지?

난 이걸 하고 뭘 느꼈지?



ㅆㅂ 이년 밖에 떠오르는게 없다.

 어느 루트를 회상해도 아이사의 얼굴만 아른거린다 

 

 하지만 재밌었다.

 전통적인 기승전결없이, 마치 부조리극처럼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도 너무 재밌었다.


이 작품을 하고 느꼈다

비주얼노벨이 추구하는 이야기의 형태는 소설과 완전히 다르다는걸. 소설과 비주얼노벨은 내용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형식까지도 완전히 다른 장르라는걸. 단순히 소설에 그림과 소리를 입힌다고 비주얼노벨이 될수는 없는거지.


비주얼 노벨 떡밥이 돈 김에 좋아하는 작품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사 ㅈㄴ 커엽다.



https://youtu.be/0tv8IfiL0cM?si=KO0DBu08fNAPSQ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