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말많은 히로아카의 주인공인 이즈쿠가 이 템플릿을 그대로 따르긴 하는데

그렇다고 이 템플릿의 모범이라고 할 수는 없음


히어로물의 본질은 선과 악의 대립이며

동시에 그 사이의 모호한 회색 영역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히어로의 모습이 핵심임


현대의 히어로물이 과거의 영웅신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이 부분임

과연 자신의 행동을 '선'이나 '정의'라고 부르기 위한 정당성이 있느냐?

현대의 히어로는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고뇌함





DC 코믹스에서 슈퍼맨과 배트맨은 절대선 히어로의 대명사로 불리우지만

그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히어로보단 빌런이 되기에 더 어울리는 삶을 살아왔음


하지만 이 둘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빌런의 삶이 아닌 히어로의 삶을 스스로 선택함

그 길이 얼마나 괴롭고 험한 길인지를 알고, 또 여러번 겪었음에도 그에 대한 선택을 포기하지 않음



하지만 그들이 악에 대한 갈망을 느끼지 않는것도 아님

그들도 인간이고,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더 쉬운 길, 더 편한길에 대한 유혹을 받음





배트맨의 경우, 빌런을 죽여버리면 일이 쉽게 해결됨

죽어버린 빌런은 이후에 다시 행동하지 못하고, 빌런의 죽음이 알려지면 다른 빌런들 역시 배트맨이 두려워서 쉽게 행동하지 못하게 되겠지


하지만 배트맨은 그러지 않음

자신이 살인한 순간, 다른 빌런들과 똑같은 인간이 될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타락을 끊임없이 경계하며 세운 규칙이 바로 배트맨의 불살주의임


배트맨 스스로가, 끊임없는 타락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겨내서 스스로가 자경단(히어로)으로 있기위해 세운 자신만의 규칙인것임








슈퍼맨은 이야기가 더 특이해진다

슈퍼맨은 애초에 지구인이 아니고,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이 어릴때부터 초월적인 힘을 손에 넣은 케이스임


어린아이의 통제되지 않는 힘은 그의 삶을 망가트리고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를 인류 공공의 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음

하지만 슈퍼맨을 슈퍼빌런이 아닌 슈퍼히어로로 만든것은,

그런 슈퍼맨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과 보살핌으로 대해준 지구인 양부모 덕분이었음


슈퍼맨은 그러한 선한 부모에게 자란 영향으로, 그 역시 끝없는 순수함과 선함으로 똘똘뭉친 어른이 되었음







하지만 위의 두 인물이 시작부분부터 어느정도 완성된 히어로였다면

마블의 스파이더맨은 점차 완성되어가는 히어로의 대명사이자 표본임


알다시피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가난한 학생이었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기까지하는 별로 좋지 못한 삶이었음


이때문에 피터는 초능력을 얻은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초능력을 쓰기도 했고(원래 선한 친구라 악용은 못했지만)

자기를 괴롭히던 플래시 톰슨을 역으로 힘으로 혼내주기도 했음







하지만, 피터는 고모부의 죽음으로 인해 무분별한 힘의 사용은 악당과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


히어로의 조건은 힘이 아니라 그 힘에 따른 책임감

선을 행하고 정의를 관철하기 위한 마음가짐에 있음을 명시하는 대사임


스파이더맨은 이 대사가 있은 이후에 비로소 탄생함






서양권 히어로물을 봤으니 이번엔 동양권의 히어로물을 보자


우선 일본 3대 특촬중 가장 먼저 등장한 울트라맨

울트라맨은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설정이지만

의외로 울트라맨 시리즈의 전체적인 주제는 바로 '지구는 인류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야한다'이다


울트라맨은 우주에서 온 괴수를 외계의 힘인 울트라맨의 힘으로 무찌른다는 내용이지만

작중에서 울트라맨이 하는것은 어디까지가 인류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힘을 빌려주는것 뿐이다

또한 울트라맨이 해치우지 못한 괴수를 인류가 쓰러트리거나, 인류의 지혜로 울트라맨이 괴수를 쓰러트리는 전개도 잦다



이때문에 울트라맨 시리즈는 울트라맨의 힘을 빌려 지구를 지키지만

울트라맨의 힘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주제를 강력하게 내비치고있다

동시에, 지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힘을 추구해 역으로 지구를 망쳐버리는것에 대한 경계 역시 포함하고있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가면라이더는 더 골때린다


애초에 가면라이더는 원래 괴인이다

악의 조직에 의해 괴인으로 개조당한 인간이, 세뇌되기 전에 탈출해서 괴인의 힘으로 악의 조직과 맞서 싸우는것이다


그래서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가면라이더들은 전통적으로 괴인과 본질적으로 같은 힘을 사용한다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 괴인과 히어로를 나누는건

같은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방법론에 불과한것이다



이때문에 가면라이더에서는 히어로가 빌런으로 타락하기도하고, 빌런이 개심해 히어로가 되는 전개가 상당히 자주 나온다

히어로와 빌런을 구분짓는건 힘의 종류나 유무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것이다







그 다음은 슈퍼전대다


슈퍼전대(파워레인저)는 그 기획 단계에서 '팀으로 싸우는 가면라이더'라는 주문을 받았다

때문에 슈퍼전대는 항상 5인체재의 팀전으로 싸우며,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다


때문에 슈퍼전대는 지금까지 설명한 '선과 악 사이의 고뇌'에는 살짝 핀트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슈퍼전대가 분명하게 히어로라고 불리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슈퍼전대가 '5인체제'라는 것이다






슈퍼전대는 결코 혼자 싸우지 않는다


팀으로 싸우며, 누구 한명이 낙오되는 일 없이, 뒤처지는 일 없이

끝까지 함께 싸우며 악과 맞선다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한 편이었던것은 아니다

이들은 하나의 팀이 되기 위해 서로의 개성과 정의를 부딪하고 마찰을 일으키며

수많은 사건과 갈등을 겪으며,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한 끝에

비로소 그들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하나의 팀이 된다


본래 히어로란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강력한 힘을 가진채 혼자서 만들어지는것은 언제나 괴물이기 때문이다









히어로물의 히어로는 초인이 아니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각자의 방법으로 각지의 책임을 지는 평범한 사람들임


그들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인품을 가진 사람들이며 우리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임

우리의 공감을 넘어서 고결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히어로임







가면라이더 류우키에는 토죠 사토루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사람은 '영웅이 되는것'이 꿈인 사람으로

작중 핵심이 되는 '가면라이더 배틀'에 참가한 이유 역시 영웅이 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웅'이 무엇인지, 무엇인 영웅을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영웅이 되어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칭송받는것이 좋을 뿐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영웅이 되기위해서 자신이 존경하는 스승을 살해한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 빌런이나 저지를법한 일을 저지른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태는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가면라이더에 의해 지적된다







그의 실격 원인은

영웅이 고뇌와 괴로움 위에 세워지는 고통스러운 자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단지 그 이름이 주는 허울뿐인 영광과 힘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히어로를 동경했지만 빌런이 되었던 그는















최후의 순간에


가면라이더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짐으로서 영웅이 되었다








현대의 영웅신화, 히어로물


히어로물을 만드는 진정한 핵심은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결국 선을 선택하는 인간의 고결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