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손, 그 오래된 동방의 유물은 소원을 가장 끔찍한 형태로 이루어주옵니다.

오래 전 엘프의 여왕이 세계수를 태우려는 자들에 맞서 그 유물을 썼다가 살지도 죽지도 못한 것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소서..."

"...그러면 니가 막아보거라."

"예?"

"저 마왕의 20만 대군을, 세계의 그 누구도 이겨내지 못한 군대를 한번 니 몸뚱이로 막아보란 말이다!

신들은 도망쳤고, 그들이 남긴 유일한 희망인 용사는 실종되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그... 그것은..."

"나도 이 유물이 가져온 수백가지 참화는 잘 알고있다! 9살때부터 선왕폐하와 왕국의 학자들에게 지긋지긋하게 들었단 말이다!

하지만 이 유물이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은 너도 알지 않느냐!"

"폐하, 더 큰 화를 불러올 필요는..."

"수도에서 고작 3일 거리에 있는 저것들보다 더 큰 화라면 도대체 무슨 화이더냐? 말리지 말거라!"

"폐하, 제물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전부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맞겠지

강제적으로 끌고온 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희생을 더럽히는 것밖에 안된다."

"예. 모두 왕국을 지키고자 모인 이들입니다."

"의식을 시작하지."

"폐하, 제발!"

"고대의 신비한 영이여, 나는 마론 왕국의 국왕 마론 8세이다."

"아아... 결국 저 유물이..."

"왕국이 존망의 위협에 처했으니, 그대의 힘을 빌리고자 함이라..."

"이제 이 왕국은 망했어..."

"이 건장한 청년 50명을 제물로 바치니, 부디 저 마왕군을 능히 쓰러트릴수 있는 군대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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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그래서 이게 뭐라고 생각해?"

"큰... 파란... 구멍? 저 너머에 들판은 뭐지?"

"프랑스놈들의 신무기인가? 예전에도 루르를 점령하려 했잖아, 이번에도 우리땅에 뭔가 수작부린거 아니야?"

"프랑스놈들이 폴란드 국경에다 지들 신무기를 잘도 설치해놨겠다. 완전 반대편인데."

"뭐, 폴란드놈들도 프랑스 편이니까"

"일단 보고하는게 좋지 않을까? 아무리 봐도 우리 선에서 묻을 일은 아닌데."

"일단 보고는 해두는게 낫겠지. 오토 말처럼 프랑스놈들이 뭔가 수작 부려놓은 것일수도 있잖아. 나참, 훈련하다가 별 기묘한걸 다 보겠네."

"그나저나 그 소식 들었어? 정부에서 곧 폴란드한테 단치히 땅 양도를 요구한다는데."

"저저번에는 오스트리아, 저번에는 체코더니 이젠 단치히인가?"

"그래서 요즘 유독 훈련이 많은거래잖아. 폴란드 놈들이 말을 안들으면 짓밟아 버리려고."

"이번에도 프랑스랑 영국이 가만히 있을것 같지는 않은데... 이러다가 진짜 대전쟁 한번 더 나는거 아니야?"

"불길한 소리 하지 마라. 진짜 대전쟁 한번 더 나면 우리가 제일 먼저 죽어."

"전쟁은 좀 그런데... 차라리 저런 들판에서 농사나 짓고 살고싶다."

"하, 지금 정부면 저 들판조차 침략하려고 들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