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빙의물에 빙의한 주인공


최종보스가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세계관이지만 어차피 곧 망나니에 빙의할 주인공이 다 해결할 것을 알기에 맘 편하게 아카데미나 다니기로 함



"커헉! 우읍!"


아프다. 진짜 죽도록 아프다.


 얻어맞은 배에서 고통이 몰려오고 입에선 헛구역질이 나온다.


 그렇게 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린채 배를 부여잡고 있자니 뒤통수와 이마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진다.


 누군가 내 머리를 짓밟은 것이다.


 "그러게 평민 주제에 왜 깝치냐? 응? 퉷."


 뒷목으로 차갑고도 끈적한 감촉이 느껴진다. 눈동자만 굴려 올려다보니 마치 벌레를 내려다 보는 듯한 눈동자가 보인다.


 제국 4대 공작가문 중 하나인 아스라이트 공작가의 막내, 카일


 다른 이름으론 제국 최고의 망나니


 내가 그에게 뭔가를 잘못했던 건 아니다. 그저 전생의 지식을 활용해 평민치고는 조금 높은 성적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왔을 뿐.


 그리고 그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이다. 평민 주제에 좋은 성적을 받았던 것이 그의 심기를 거슬러 계속 괴롭힘 당하기나 하는 일상


 그래도 참았다. 어차피 지나갈 일이니까. 곧 있으면 주인공이 빙의해서 사라질 괴롭힘이니까. 그저 참고 넘겼다.


 그런데 저 놈이 선을 넘었다.


 "이 개...!"


 퍽


 망나니놈이 다리를 들었다가 다시 내 머리를 내리친다. 말하던 중간이라 혀를 깨문 것인지 혀 끝이 아릿하지만...


 가슴이 미어지는 지금 그딴 고통 따위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시끄럽다고 새끼야. 야, 난 그만 가볼테니까. 얘, 다시는 못 대들도록 잘 밟아놔라."


 "네, 공자님"


 이윽고 시작된, 카일 똘마니들의 집단 구타, 그걸 그저 버티면서 카일 저 개자식의 뒷모습을 노려보다


 "어쭈? 눈 안깔아?"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뺨에 차갑고도 축축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겨우 떠보니 보이는 누군가의 실루엣


 "이...바보야...왜 그랬어...왜..."


 그녀의 눈물이 차가운 빗물과 함께, 내 가슴을 적신다.


이 세계에 다시 태어나고 얻게된 소꿉친구이자


 아카데미에서 공작 가문의 막내에게 찍혀 따돌림 당할 때도 계속 곁에 있어주었던


 나의 별이자 나의 태양이자 나의 사랑


 그리고...나와 가까이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어제 카일에게 겁탈 당해버린 그녀, 록산느의 울먹이는 얼굴이 흐릿한 눈가로 비춘다.


 나 때문에 본인이 더 고통 받았음에도 내 아픔을 더욱 슬퍼해주는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니 무력함이 온 몸을 감싸돈다.


 그래 평민 주제에 공작가의 막내한테 덤벼든다는 게 어리석은 짓이긴 했지.


 그러니 조금만 더 참자, 더 참아서 주인공이 빙의되면...빙의되면...뭐가 달라지지?


 빙의된 망나니, 그러니까 카일은 승승장구 할 것이다.


  아스라이트 공작가문 사람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평범한 행동만 해도 '우리 도련님/아들/오빠가 달라졌다'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고


 그의 원래 약혼녀, 그를 싫어하던 학생회장, 이국에서 온 엘프 공주를 꼬셔서 하렘을 만들 것이고


 결국 많은 사건을 해결해나간 그는 제국의 영웅으로 칭송 받을 것이다.


 그것이 원작대로 흘러간다면 '카일'이 맞이할 영광스런 미래다.


 

 누구 맘대로?



 피가 들끓는다. 그 개자식 몸에 있는 게 전혀 상관 없는 빙의자고 나발이고 상관없다. 카일 아스라이트라는 인간이, 카일 아스라이트 이름을 가지고, 카일 아스라이트의 외모를 가진 자가, 영광스러운 미래를 얻는 꼴 따위, 보고 싶지 않다.


 사실은 다른 사람이라고? 알게 뭐야. 그래 봤자 이미 사라진 진짜 카일은 고통 받지 않는다고? 알 게 뭐야. 의미 없는 복수라고? 알게 뭐야.


 다 싫다. 다 싫어.


 카일의 망나니 행적을 방관했던 공작가도, 폭력을 제대로 제지 안했던 아카데미도, 카일의 업보를 옆에서 지켜봐 놓고 조금 착한 모습 보여줬다고 결국 카일에게 반할 히로인이란 창녀들도, 그저 증오스럽기 그지 없다.


 애초에 카일을 용서하냐 마냐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간들은 그들이 아니잖아?


 머릿속에 수많은 히든피스가 떠오른다. 지금껏 주인공이 가져가서 세계를 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손대지 않았던 수많은 기연이 떠오른다.


 그깟 세계 따위 내가 구할 테니까.


 지금만큼은 나의 힘이 되어줬으면 한다.


 이 불타는 복수심이 결국 세계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 전에





 망나니에 빙의해서 아카데미 다니는 내용이 나올 때마다 '과거의 학폭 사실이 주인공의 발목을 붙잡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