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좀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정통 판타지니까...


태초에 하늘과 땅, 빛과 어둠, 생과 죽음을 만들고 경계를 내세운 창세신.

그 존재는 세상을 관리하기 위해 8명의 여인에게 '계승되는' 힘을 각각 주었고, 세간에선 그녀들을 마녀라 불렀다.


계승되는 힘은 인간의 생명을 아득히 뛰어넘는 만큼, 각자의 영역을 맡았던 마녀들은 죽음 이후에도 균형을 지키고자 힘을 물려줄 후계자들을 선별했고, 전통이라 볼 수 있는 이것은 힘을 넘보는 이 없게 비밀리에 내려져 왔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다 하던가.


최초로 힘을 물려받은 마녀들 중에서도 제일 강력하고 사악했던 마녀. '불사'의 케리드웬.

이명 그대로 영생을 사는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힘을 물려주지 않은 채 힘과 경험을 쌓아왔다. 웃기게도 그 누구보다 죽음과 끝을 두려워하면서.


생과 사의 순환을 겪지 못한 마녀는, 고독히 미쳐버릴 수 밖에 없었다. 세상 그 어떤 재보나 명예도 그녀의 갈증을 축일 수 없었고, 그 어떠한 아름다움과 맛있는 음식도 그녀에게 자극이 되지 못하였다. 


미친 듯이 힘을 갈구하며, 수하를 모으고 남의 것을 넘보았다. 설령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인간들의 나라던, 주제도 모른 채 힘자랑이나 해대는 드래곤이나 키메라같은 마수건, 심지어 그녀와 같았던 이들의 힘을 물려받은 다른 마녀들조차도.


그리고 그 이후에 나오는 주인공. 당대 제국 최강의 기사라 불리는 강함과 정의로움을 지닌 그는, 가히 영웅이라 불리며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니. 둘도 없는 그의 절친과 함께 기사로써 그들의 주군인 공주를 모셨다. 

하지만 제국의 성장을 견제했던 타 국가들의 협공에, 함정에 빠져 일만이 넘는 적군을 홀로 막아서며 친구와 연모하던 공주를 구했지만, 그 대가로 주인공은 목숨을 잃고 말았고...그의 모든 것은 사후 그의 친구가 물려받으며, 자연스레 공주와 결혼하는 것도 친구였다. 


어떻게든 지우고자 했던 제국의 흑역사 중 일부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이었으니.


그때, 다 죽어가는 주인공 앞에 나타났던 불사의 마녀. 신화 속 악마가 그리했듯, 그녀의 수족이 되어줄 강자들을 모으던 그녀는, 언데드가 되어 불사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대신 충성을 강요한다.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으나, 주마등 속에 비치는 무수한 인연들, 그리고 마지막에 비치는 공주의 미소.


영웅이라 칭송받는 그였지만, 그 또한 결국엔 한 명의 인간. 그 모든 것을 저버릴 수 없었던 기사는, 인간으로써의 모든 것을 불사르며 해골기사로 부활한다.

아무리 부수고 찌르고 베어도 재생하며 쓰러지지 않는 몸. 살은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요, 그가 지닌 것은 단 두 자루의 피칠갑된 검과 낡은 갑옷 한 벌이지만. 마녀에게 받은 힘과 전생의 기술은 시간을 지나며 더욱 강해지고...


마녀와의 계약으로 제국은 건드리지 않게 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무수한 피를 다시 묻히며 제국에서는 불멸의 전설, 타국에서는 공포스런 상징으로 변하고야 만다.

그러다가 만난 1500년 이후의 연인이었던 공주의 후손. 외모는 판박이지만, 더 이상 주인공에게 의지하지 않는 강한 조국을 만들고, 역사에 남겨진 그의 개고생을 아는 만큼 연민하며 그에게 '영원한 안식', 즉 죽는 방법을 찾아주겠다고 함. 무력하게 비명이나 질러대는 계집아이가 아닌, 판을 볼 줄 아는 지략과 성인 남성의 두개골 정도는 간단히 으깨버릴 정도의 힘을 지닌 채. 


그 누구보다 조국을 위해 싸웠건만, 시간이 흐르며 부패하고 나태해진 지도층과 일부 백성들마저도, 그들의 안위와 재보를 위해 역으로 기사를 모함하는 모습은 그녀가 치를 떨며 제국에 온갖 정을 떼게 해주는데 충분했으니까.

서른 살도 안 된 젊은 여자의 헛소리. 힘 없는 정의는 무능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봐온 기사였다.


하지만 영겁에 가까운 세월에 메마른 감정들. 그로써도 되돌이켜보게 되는 이 모든 것들의 의미. 지쳐있던 그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조국의 신하로써 마지막 의무라 생각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끝을 원하는 기사와,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공주의 모험이 시작되고, 이를 막아서고자 하는 무수한 세력들.


마녀와 해골기사에게 무수히 당하며 복수를 원하는 종족들. 시간 앞에 쇠하며 부패한 인간의 제국. 본능만을 따르는 무수한 괴물들. 


그리고 다른 마녀들조차 그녀를 막기 위해 주인공에게 협조하는, 만악의 근원이자 진 최종보스 '불사'의 마녀.


무수한 이해관계가 얽히며 가라앉은 시간 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막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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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가 스토리 시놉시스. (이 소설 세계관에서 마녀는 창조신 바로 아래급인 신들로 취급)


예전에 여기서도 다른 커뮤에서도 한번 평가 받았었는데, 90년대 대여점이냐고 소설 안 읽어봤냐고 악평들 좀 많았어서 좀 묻어놨었음.


노벨피아 같은 경우는 요즘 트렌드가 다 그렇지만, 상태창이나 회빙환, 그리고 TS같은 양산형 요소들이 훨씬 더 잘 먹히니까. 개인적으로 다른 건 몰라도 상태창은 도저히 못 읽겠더라. 


근데 오늘 노피아서도 오랜만에 괜찮은 정통 판타지 발견하고, 나름 애착을 가졌던 소재라서 한번 다시 꺼내봤어.


솔직히 이거 쓸려면 공동작가 구해야 할 정도로 필력이나 아이디어가 좀 안 좋지만...그래도 나름 신경써서 고민해봤던 이야기라.


다른 정판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은 뭐 애착 가진 스토리나 생각해둔거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