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작가들이 필력이 지리니 뭐니 말이 많지만 사실 소설 작가들이 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업적 중에서 가장 명성을 챙길 수 있는 것은 한가지 장르를 유행시키는 거임.


예를 들면 환생좌를 통해서 현판에서 회귀물이 본격적으로 유행을 탄 것, 신의 탑을 통해서 탑 등반물이 생겨난 것, 전독시로 인해 시나리오 등반물의 설정들이 생겨난 것, 나혼렙 웹툰을 통해서 현판의 웹툰화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것 등등이 해당 작품을 연재한 작가들이 만신이니 필력의 신이라느니 칭송받는 이유임.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관중은 진짜 인류 역사에서 소설의 유행에 거대한 획을 하나 남겼음.


'수호전'


수호지로 아는 사람도 있고, 위서라면서 비난 하는 사람도 중국 내에서는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소설의 주요 특징은 한가지 단어로 정리가 가능함.


'俠'


사실 중국에서는 이 소설 이전까지는 협객이란 단어는 존재했음.


당장 사마천의 사기만 보더라도 열전에 유협열전이라는 전국 시대 당시, 진~한 무제까지의 협객을 모두 기록한 책이 따로 있을 정도니 대충 협객이란 이미지는 중국이 과거부터 숭배하던 그런 관념이라고 봐도 됨.


다만 사람들은 이러한 협객의 행동에 열광할 뿐, 그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가상의 인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는 않았음.


근데 수호전이 나오면서 그런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소설로 '무협'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음.


그리고 중국인들이 그렇게 찾는 '강호'라는 키워드도 사기에서 시작되어 수호전을 통해 일상화가 되었다면 수호전의 위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지 알 수 있음.


그리고 이 인간이 만들어낸 또다른 장르가 있음.


'대체역사물'


말 그대로 실제 역사가 아닌 사실들도 취합해내서 하나의 역사처럼 만드는 소설의 장르인데 세간에서는 '아서 왕 궁정의 코테니컷 양키'가 최초라고 하지만 나는 이걸 최초로 시도한 것도 이 인간이라고 생각함.


지금도 초딩들이 역사서로써 가장 먼저 접하는 '삼국지연의'.


이 소설도 원래 있던 '삼국지'에서 민간 설화, 야사들을 취합하고 나관중이 각색해서 만든 소설인데,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조조에 대한 재평가임.


지금도 촉빠 논란에 시달리는 삼국지연의에서 뭔 조조의 재평가냐 할 수 있는데, 명나라 당시만 하더라도 조조의 이미지는 악비를 죽인 진회가 지금 중국에서 받는 평가가 조조보다 양반이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평가가 씹씹나락을 찍었었음.


근데 나관중은 조조가 왜 역사에서 비난받을 짓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선한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발굴하고 각색하면서 ㅈㄴ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시켰음. 


그 유명한 서주 대학살마저도 조조의 아버지의 죽음이 트리거가 되었다고 서술할 정도로 묘사하는데 이정도면 그냥 세탁기를 돌리는 것도 모자라 한번 일광소독해서 새거로 만드는 수준임.


그리고 그 밖에도 유비를 덕장으로 칭송하면서 민심을 잃지도 않았으며, 제일 존재감이 옅은 손권마저도 손책과의 우애, 주유와의 군신관계를 강조시키면서 오나라의 정당성을 주장하게끔 만들었고, 조자룡의 장판파 일대기를 과장과 극적인 연출을 서술하면서 역사속에서 가장 저평가 받았던 장수를 현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로 만들어버림.


대충 이것만 봐도 진짜 소설계의 G.O.A.T는 나관중이라는 주장에는 아무도 이견을 보이진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