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가 운다.

이 잔잔한 시골에서는 흔한 일이다.

아니, 아닌가?

이 시골에서도 거대 귀뚜라미는 흔하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마을의 숲에서는 강대한 짐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짐승들은 냥코를 적대시하며 신의 우상을 파괴했다.

우리 마을의 냥코들은 짐승들을 막으려고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짐승들의 습격으로 우리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남아있는 냥코는 나 뿐이다.


다른 냥코들은 모두 피난을 갔지만, 이 마을에 존재하는 신전의 관리자로서 나는 이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이미 저 밖에는 거대 귀뚜라미를 비롯한 짐승들이 신전을 둘러싸고 있다.

나는 저 짐승들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모든 걸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리고 무너져가는 신전을 보는 건 얼마나 비참한지.

내 무력함이 너무나도 증오스럽다.


난 신전의 폐허를 보게 된다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신전에서 끝을 맞을 생각이다.


내 뒤에는 신전의 중심, 신전의 심장 '포노스'가 있다.

그리고 내 앞에는 모든 것을 부수고 들어온 짐승이 있었다.


이제는 끝이다.


하지만 미련이 있었던 걸까.

신전의 심장을 한 번만 만지고 싶었다.


어떤 것이기에 만지는 것도 금지되었던 걸까?


어째서 무력한 내가 저 심장을 지키게 만든 걸까?


'포노스'를 만진 순간.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포노스'와 같이 모르는 장소에 떨어져 있었고.


내 앞에는 검과 총을 들고 머리에는 모자를 쓴,


한 냥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