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생태계에 한번 드래곤을 소환시켜 보자. 과연 드래곤은 어느 생태계에서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이고 어떻게 살아갈까?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에 등장하는 드래곤 발레리온. 이런 거대한 괴물 같은 드래곤을 지구에 소환시키면 숲을 불태우고 동물들을 으스러뜨리면서 생태계 파괴자로 군림할 것이므로 생물 마니아인 우리는 생태계 보존을 위해 이런 드래곤을 소환할 수 있는 주문은 접어 두고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투슬리스. 이렇게 적당한 크기, 적당한 스펙, 적당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드래곤을 소환시켜 보겠다. 드래곤의 스펙을 지구에 적응할 만하게, 너무 먼치킨이 되지도 않지만 그래도 드래곤이라는 격에 걸맞는 수준으로 정해 보자.


일단 드래곤의 크기는 대략 7미터이다. 이보다 커질 경우 현생 육상동물 가운데 가장 큰 코끼리보다도 3배 가까이 거대한 크기가 되어 버린다.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비행 생명체인 익룡이 기껏해야 12미터 정도에서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여, 몸길이는 7미터, 날개폭은 7미터에서 꼬리 길이인 2.5미터를 뺀 4.5미터의 두 배인 9미터에서 10미터 선으로 잡도록 하겠다.


드래곤의 체중은 사실 드래곤이 불가능한 가장 큰 이유다. 왜냐하면 익룡들도 1,000킬로그램을 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드래곤에게 반중력 마법을 걸어서 체중은 고려하지 않기로 하자. 그건 너무 답이 안 나오는 계산이 된다.


드래곤의 식성은 잡식성이다. 많은 영상 매체에서는 드래곤을 육식성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드래곤의 거대한 몸집과 현생 대형 포유류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초식도 가능한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드래곤은 파충류로 취급한다.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육상 생명체였던 공룡이 파충류(정확히는 지배파충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래곤 역시 공룡처럼 파충류이되, 걸을 때는 다리를 악어처럼 반쯤 접고 걷는 반직립 보행을 하도록 하겠다. 또한 드래곤은 난생이고, 그 크기를 고려하여 정온동물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공룡과는 달리 완전한 변온동물로 생각하겠다. 정온동물일 경우 체온 유지를 위해 먹는 양이 엄청나고 현생 생명체들의 생태계로는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불을 뿜는 기믹이다. 지구상의 그 어떤 생물도 불을 뿜어내지는 못한다. 처음에는 이 기믹을 삭제할까 생각했으나 이 불을 뿜는 능력이야말로 드래곤의 트레이드 마크이고 드래곤의 생태계적 지위를 결정할 최대의 변수 그 자체이기에 삭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은 해결책이 바로 메탄가스다.


메탄 분자. 메탄은 원래 사람도 방귀의 형태로 뿜어낼 수 있고, 코끼리의 경우 소화효율이 좋지 않아 엄청난 양의 방귀를 뀐다.


드래곤 역시 코끼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귀가 아니라 트림의 형태로,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트림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약간 작위적이라면 작위적인 설정을 해 보자. 드래곤은 메탄을 마구마구 뿜어내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사과학 신학자들이나 과학 소설에서는 메탄을 뿜어낼 수 있다는 설정만 던져주고 끝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대체 그 뿜어낸 메탄에 어떻게 불을 붙일 것인가? 단순히 메탄을 뿜어내는 것만으로 불을 뿜을 수 있다면 이미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의 항문은 노릇노릇하게 익어서 남아나지를 않았을 것이다. 메탄을 뿜어내는 건 뿜어내는 거고 그 메탄에 불을 붙이는 건 다른 문제다. 여기서 실마리를 제시하는 동물은 의외로 아마존 강의 전기뱀장어이다.


전기뱀장어는 최대 최대 859볼트의 전압과 3.2 암페어의 전류를 만들 수 있는 동물이다. 이것은 발전기의 역할을 하는 전기 생산 기관이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1미터를 넘지 않는 전기뱀장어가 저 정도 전력을 내기 위해서는 몸 대부분을 전기 생산 기관으로 써야 하지만, 몸길이만 7미터에 두개골만 해도 족히 길이 90센티미터 크기는 넘을 드래곤에게는 턱 밑에 전기뱀장어보다 조금 작은 전기 생산 기관을 달아 주고 피하지방으로 감전을 막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정도의 전기를 가지고 스파크가 튀게 할 수만 있다면, 메탄에 불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즉 드래곤의 스펙을 정리해서 결과를 산출하면 


1. 몸길이는 7미터, 날개 너비는 10미터

2. 체중은 부끄러워서 비밀

3. 식성은 잡식성

4. 불을 뿜을 수 있음


정도가 된다. 이 드래곤이 생태계에 던져지면 생태계는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