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드래곤이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드래곤의 생활 양식에 대해 알아보자.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수 있는 최대 항행 거리는 대략 1,000킬로미터쯤 된다. 의외로 덩치와 날개 너비에 비해 항행거리는 긴 편이 아니다. 1,000킬로미터면 상당히 길어 보이지만, 기본이 수천 킬로미터인 철새들에 비하면 이는 한참 딸리는 항행거리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첫 번째로는 드래곤이 냉혈동물이라는 것이다. 드래곤 같은 덩치의 괴물이 온혈동물이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을 뱃속에 쑤셔처넣어야 하므로 드래곤은 냉혈인 것이 더 합리적인데, 냉혈동물은 밤에는 일광욕을 할 수 없어 활동이 제한된다.


또한 드래곤의 속도를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빠르게 이동하면 언뜻 생각하기에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털이 없고 비늘로 덮여 있는 드래곤의 신체 구조상 강력한 역풍을 맞으면서 날면 체온이 빠르게 상실된다. 체온의 상실은 변온동물에게는 정온동물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몸의 활동을 저하시켜 결국 추락사하거나 기절하게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드래곤은 넓어야 반경 500킬로미터, 즉 약 780,000제곱킬로미터 정도를 한 마리의 영향권으로 삼는다. 그러나 통상의 맹수와 달리 주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영역 표시가 뚜렷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저 거대한 영토 모든 곳에 자신이 주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영토가 겹치는 경우가 흔하다.


드래곤이 주재하는 "집"의 개념은 사실상 없다. 드래곤은 덩치가 워낙 거대하고 활동반경도 광활하며, 냉혈동물이라서 밤에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드래곤은 대개의 경우 밤에는 동굴이나 땅 속에서 잠을 잔다. 종종 이렇게 잠든 드래곤을 노리고 덤벼드는 맹수들도 존재하는데, 제아무리 비몽사몽간이고 몸이 식어 활발하지 못하다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꼬리로 한번 후려갈기기만 해도 웬만한 맹수는 수십 미터씩 나가떨어진다.


드래곤이 정말 밤에도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을 경우, 숲에 불을 뿜어 산불을 낸 다음 불길을 타고 다니며 몸을 덥히면서 활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자신의 영토에 거대한 피해를 입히기에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만약 드래곤끼리 영토 분쟁이 붙을 경우 이렇게 해서 밤까지 지속적으로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드래곤은 최소한 300년을 산다. 이 중 20년 가까이는 청소년기이고,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 이렇게 오래 살면서도 드래곤은 평생 단 하나의 짝만을 만난다.


드래곤의 번식양상은 다음과 같다. 드래곤은 대개의 경우 암컷의 덩치가 수컷보다 더 크고 힘도 강하다. 이는 새끼를 지켜야 하는 성별으로서 숙명인 셈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파충류와 달리 먼저 구애를 해 오는 쪽은 대개 암컷이다. 덩치가 더 크기 때문에 영토도 더 광활하고 훨씬 더 먼 거리를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이 구애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더라면 암컷 항행거리의 70% 밖에 날아갈 수 없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암컷의 개체수도 적어지고, 그런 만큼 그렇지 않아도 개체수가 적은 드래곤에게 유전적 다양성의 부재를 불러올 수 있다.




만약 하나의 수컷을 두고 다수의 암컷이 경쟁하게 될 경우, 드래곤이 벌일 수 있는 가장 화려한 혈투가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사생결단 식으로 싸우는 이유는 한번 수컷을 놓치면 다시 최소한 400킬로미터 가까이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짝이 정해지면 수컷과 암컷은 함께 비행하면서 짝짓기 의사를 타진하는데, 이 상황에서 종종 수컷의 마음이 변하거나 암컷이 비호감이라서 수컷이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수컷이 거부를 표현해도 암컷이 덩치로 찍어눌러서 굴복시키기 때문에(...) 맺어지는 경우가 많다.


드래곤은 파충류이므로 난생을 한다. 드래곤은 한번에 1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여기서 많아야 3개에서 4개 정도만 부화한다. 드래곤은 태어날 때에는 고작 40센티미터 크기이지만 일단 성장을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폭풍성장하여 20년 안에 최소한 6미터에서 7미터 내외의 덩치를 갖추게 된다.


다음 시간에는 드래곤 이야기를 마치고 새로운 동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