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따뜻함이 좀 과한, 그래서 날씨가 좋다고 마냥 하늘을 올려다보긴 눈에 해롭고 없던 주름이 파사삭 생길 것 같은 쨍한 햇볕이 따가운 섬. 속한 곳도 온 곳도 향할 곳도 분명 각기 다를 이들이 휴양이라는 목적을 위해 섬뜩하게 갈아둔 날을 무디어지게 두고 긴장을 푸는 기묘한 무대에, 수인과 인간으로 기워진 홀애비 냄새 폴폴 날 것 같은 짝이 하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간은 장년의 남자다. 운동하는 아저씨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거의 쏙 들어갈 것 같은, 옷맵시도 없고 건강 문제로 약간의 염려가 필요해보이는 무던한 사람. 야외파가 아닌지 피부는 제법 하얗지만, 드러난 피부에는 궂은 일을 해서 생긴 것 그 이상의 흉터가 엿보인다. 코와 눈 사이에 패인 자국은 다른 사람을 겁박하는데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에선 쓸 일이 없을테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거기서 눈을 떼면, 아마도 당신은 방금 본 그 남자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얼굴이 없었던 것처럼. 다만 표정과는 상관없이 음울하고 신경질적인 인상이었다는 느낌은 남아있다.


 예사롭지 않은 그는 참 예사롭게도 노점에서 간식거리를 사느라 고생을 겪고 있다. 한 눈에 봐도 간식이 아니라 식사가 될 양인데다 혼자서 꾸역꾸역 해치울 수 있을 양조차도 아니다. 그건 당연히, 동행자가 있다는 뜻이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큰 나무의 그늘 밑에서, 최소 2미터는 넘을 거대한 덩치가 희끗하게 눈에 띈다. 보호색 마냥 검푸른 피부 때문에 알아채는게 더딜 수 밖에. 동물원에서 사자가 타르 구덩이에 빠진 뒤 직립 보행을 깨우치면 어느 정도 비슷한 모습일까. 여행을 급하게 오기라도 한 것인지 입고 있는 옷은 계절에도 안맞고 생활에도 영 불편해보인다. 거기다 가슴께가 납작한걸 보면 남자라고 봐도 무례는 아닐진데, 허리 밑으로 내려오는 옷감의 윤곽은 오해의 여지가 없는 치마다. 분명 본인도 만족스럽지는 않으리라, 리조트에서 저만한 덩치에 맞는 옷까지는 미처 준비를 못했을테니. 옷 때문에 더위를 심하게 타는지 그 수인은 혀를 내민채 초조하게 꼬리를 파닥거렸다. 꼬리에 감겨있는 지팡이 아랫쪽은 이미 배어나온 땀으로 거뭇하게 젖어있고, 시안색으로 반짝이는 눈은 스파클링 에이드와 아이스크림에 못박혀있다. 노점상에겐 좋은 날이다. 아마 저 건수 하나만으로도 오늘 장사는 거의 다 해치우게 될테니.


 일견 위험해보이는 조합이지만, 급하게 만들어 붙인듯 수인의 셔츠 가슴팍에서 팔랑거리는 '해치지 않아요' 라는 종이가 헛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들도 결국 쉬러 온 관광객일 뿐이라는 거겠지. 해는 아직도 머리 꼭대기에 있고 간식은 봉다리 채로 휘두르면 사람 기절시킬 정도로 푸짐하게 포장이 되어있다. 저 둘은 그늘 밑에서 아주 배까고 누울 작정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한참을 그렇게 있을거라면 좀 귀찮게한다고 달아나거나 간식을 째째하게 지들끼리만 먹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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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슨하게 열어두는 첫 광장..

 눈이 피곤해서 어쩌면 금방 자버릴지도 몰라..

 질문이든 노가리든 원하시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