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입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우리 강아지 생각난다

그땐 내 정신의 병이 심할 때라 7월에 현부심으로 제대했는데 귀가하니까 익숙한 털이 아니라 뽀송뽀송한 작은 솜뭉치가 달려와서 낯설었어

훈련소에 있을 때 강아지가 죽었는데 내 멘탈이 완전 박살날까봐 일부러 안 알렸던 거야

벌써 1년이나 지났지만 우리 가족들은 정확히 언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안 알려주고 있어 이젠 나도 누구도 원망 안 할 건데 말이지 물론 물건 몇개는 부술 거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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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갈, 가을


낮이 지고 밤이 펴지고
여름의 함성이 가듯
가을의 메아리 오듯
우리들 만남은 여기까지만

밤이 지고
해가 산의 벼랑 끝에 매달렸을 때
새벽의 칠흑만큼
이별의 색을 따라올 색이 없고

아침이 지고
해가 산의 벼랑을 잡고 올라올 때
아침의 시작만큼
만남의 숭고를 따라올 순간이 없고

밤이 지고 낮이 펴듯
시간의 파도가 가듯
사건의 나열이 오듯
우리들 이별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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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존재의 소중함의 무게를 직접 짊어지고 죽음의 잔인함을 받아들이며 순응하는 과정 그 끝에 쓴 시야

작년 이날이 그 아이를 본 마지막 날이니까 내 마음에는 오늘이 그 아이의 기일로 기억에 남아

겨우 2년이라는 짧은 인연이었지만, 내 지금까지의 추억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남았어 그렇기에 가장 뜨거운 기억으로 남아서 아직도 지져지고 있지

다시 생각해보니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지 않을 거 같아 그 어린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고 내 운명을 이따위로 짜신 개좆같은 신이 있다면 갈갈이 찢어 죽이고 갈아마시고 싶거든

사실은 그것이 우리 가족 중 누군가의 과실 때문에 일어난 사고였다면

이런 상상은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