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어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보는 걸로 하죠."

 다음 번에도 만나는 것처럼 말한다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오늘까지다. 그럼에도 황홀했던 순간은 이걸로 끝이다.

 저 여자는 이제 진짜 애인에게 안겨 앙앙대거나 하겠지. 저런 여자들과 엮이는 남자들은 분명 행복하겠지. 너무 단정짓는 거라기엔, 저 여자와 함께한 시간이 제법 아름다웠다.


 "잘 가."

 "그럼 수고하세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잔인했다. 그녀와의 만남은 끝이지만, 그가 해야될 의무는 아직 끝난 게 아니란 걸 상기시키는 말이었으니까.



 저출산을 넘어서 무출산 시대가 개막되자, 우리의 대단하신 정부는 본질이 조폭 아니랄까봐 그 해결책을 참 조폭 같이 내놨다.

 그게 바로 지금의 이 '출산의 의무'였다. 당연히 그에 대해선 반발이 있었다. 오죽하면 남녀 갈등이란 것조차 봉합됐을 정도라곤 했지만, 정부는 신속하게 계엄령을 내리고 그 시위대를 해산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다는 변명이 다른 곳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는 걸 이제라도 시행한단 것이었고. 실제로 그러했으니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별 다른 탈이 없었으리라. 그래, 적어도 전차로 사람을 깔아뭉개진 않다며 그들은 정신적으로 딸치며 예쁜 여자들이랑 오늘도 떡을 치고 있겠지.


 그럼에도 자유 연애가 남긴 흔적은 여전했기에 생겨난 게 지금의 이런 상태였다. 평생 연애도 한 번 못할 팔자들에겐 꿈도 못 꿀 여자들과 데이트라도 하는 것. 물론 조롱하거든 말끼리 교미하기 전에 암말을 교미 준비시키는 용도로나 쓰고 끝이라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조치는 마냥 그렇게 끝내는 게 아니었다.


 우수한 종자들의 후손들도 결국 그들의 번식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도 있을 터이니, 결국 못난 유전자들도 필요하다던가. 그렇게 해서 나 같은 처지들도 정말로 여자를 껴안을 수 있었다. 그들이 원한다면야.


 "만나서 반가워."

 그녀들 대다수는 직업적으로 나 같은 처지들과 몸을 섞어대는 처지였다. 그렇기에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동안에 모든 일은 끝나야 했다. 창녀와 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매춘은 여전히 금지된 것이었다. 남녀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여겨졌던 것도 결국 여성단체가 배신하면서 자기네들의 이권과 관련된 걸 지켜낸 덕택이었다.

 자위를 할 거면 차라리 섹스를 해라!


 노예는 명령을 따라야 한다. 성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되는 관문이라니, 따라야 한다.

 별별 이유를 다 지어내면서 국가는 애국을 강요한다.



 '웃기는 처녀들이야, 정말.'

 그녀는 평소에도 처녀들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그들이 예쁘다면야 진작에 거기 남아있지 않고 어떻게든 건져내졌을 테지.

 결국 남는 건 그녀처럼 사실상 창녀의 길을 택하는 어지간한 여자들이었다. 처녀들처럼 얼굴에 철판을 깔 수도, 귀부인이나 첩들처럼 귀하게 대접받을 이유도 없다면 남는 건 오쟁이들과 오지게 구르다가 그 중에서 하나와 엮이는 길만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었다.


 연애라고 하기엔 지극히 기계적이고, 지극히 반복적인 작업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남자들과 뒹굴어도 정부란 놈들은 관리를 똑바로 하는 것인지, 제 짝을 무조건 찾아주곤 하니깐 그것만 믿고서 오늘도 그녀는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상대하는 이들은 다 똑같았다. 그토록이나 원하는 이상형들은 진작에 귀부인들과 첩을 이루거나, 모범적인 부부가 된 지 오래였다. 남아있는 거라곤 이미 종마들의 교미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잔뜩 발정나버린 시정마들이었다.

 패배자들은 서로가 다른 상대를 그리며 서로를 안았다. 그래야만 겨우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기에.


 거기에 애무는 없었다.

 거기에 사랑은 없었다.

 거기에 전희는 없었다.


 그저 해야만 되는 일을 하려고 두 남녀가 만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서로가 걸치고 있는 최소한의 예의를 배려심 없이 벗겨낸 다음에 서로의 상태를 대충 확인했다.

 그렇다곤 해도 이미 서로 발정은 된 상태였다. 남자들은 일련의 데이트를 통해서, 여자들은 일을 앞두고 약물과 약간의 손장난을 통해서 준비를 해두고서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만큼 확인은 지극히 짧았고, 이내 그 두 사람의 몸이 한 데 엮이기 시작한다.


 남자는 남편이 되기 위해, 여자는 어머니가 되기 위해 그렇게 몸을 섞을 따름이었다.

 그러다 간혹 정말로 마음이 맞는 경우가 생기거든 그대로 붙게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적어도 그들은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 지옥도에 발을 들인 지 시간이 제법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가운데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리라.


 "아흑!"

 삽입이 끝까지 이뤄졌을 때, 그녀는 나즈막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다들 거기서 거기라곤 하지만, 그녀는 이게 무슨 차이인진 알았다. 자기랑 만나기 이전의 여자에게 정말로 만족하던 시정마들이 주로 이런 식으로 자지를 있는대로 키우곤 했으니까. 그런만큼 그들은 거칠었다. 자신들이 그토록이나 원하던 여자가 아니라 전혀 다른 여자가 자기에게 안겨진 모습을 깨달을 때마다 그들은 흥분하고, 거칠어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눈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불행하게도 그 시점에 그가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는 바람에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그에 그녀가 눈을 피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아마 재수가 없으면 두들겨 맞을 수도 있었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하거든 그 놈은 감옥에 가는 걸 넘어서 정말로 노예로 전락하겠지만, 그럼에도 간혹 가다 그렇게 여자를 두들겨 패서 감옥에 끌려가고 여자는 중태에 빠졌단 소식이 뉴스에서 들리는 게 현실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그나마 이걸 좋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아파?"

 그렇게 말해놓고도 그는 어이가 없었다. 굳이 신경쓸 여자가 아닌데, 신음소리를 내지른 것에 대해서 그는 그렇게 물었다. 잠시나마 이 여자에게 그녀를 대입하고 있던 까닭이었는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나였고, 눈 앞에 있는 여자는 자기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에 저렇게 말했다. 그에 살짝 후회도 하려는 때에 그녀가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는 채로 말했다.

 "계속해. 괜찮으니까. 기분 좋아서 낸 거야."

 그 말에 그는 하던대로 허리를 놀리면서도 그녀의 눈치를 봤다. 정말로 기분이 좋은가, 아니면 그저 비위를 맞춰주려고-


 그러다 느낀 점은 여느 때와 달리 자지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정말로 죽여줬단 것이었다. 뭐라고 해야될까. 늘상 여자와 정말로 교미할 때마다 느끼는 일종의 콩깍지였다. 거사가 끝나고 나면 이내 물러가버릴 그런 콩깍지일 게 분명하다 느꼈기에 그는 시선을 뗐다.


 그렇지만 여느 때와 달리 천천히, 조금이라도 더 이 느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말을 몰아가는 느낌으로 그녀를 몸에 녹아들어갔다.

 그에 그는 시선을 뗀 걸 다시 붙였다. 그녀의 반응에 다시금 집중했다. 그녀가 무심하게 구는 것 같으면서도 침이 고이는 걸 삼키고 있는 것이라거나, 창녀처럼 폰질이나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느낄 때, 그는 이게 심상치 않단 걸 느꼈다.



 "좀 빠르게 해주지 않겠어?"

 그녀는 이런 경우를 잘 알았다. 교미가 이뤄지는 암수 사이에 생기는 콩깍지였다. 물론 이 감정에 기대서 결혼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들었지만, 그 결말은 좋지 않았다. 조금은 머리가 좋거든 출산 의무를 다 할 때까지 결혼 생활을 한 다음에 이혼해서 독립하는 것이었고, 그렇지 않거든 순식간에 이혼해서 사이좋게 이 지옥도에 다시 발을 들이밀거나였다.

 그녀는 적어도 좀 똑똑한 놈과 작전을 짜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런 콩깍지에 씌인 놈들은 죽어도 상종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프면 말해줘."

 "알았으니까, 아프면 그만하라고 소리지를 거니까 빨리 하고 끝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 눈치를 살폈다. 거칠게 나올 거라 생각해서 싫었는데, 이젠 천천히 해서 싫다는 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들어온 피스톤질에 그녀는 숨이 턱 막혔다. 이내 호흡이 돌아왔고, 그녀도 갑작스럽게 바뀐 박자에 익숙해졌지만 이건 분명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그에 그녀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자길 보고 있었기에 그대로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수치심을 느꼈다. 여태까지 보여지고 있었는가도 싶은 이상야릇한 수치심에 그녀는 눈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도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맞서 봤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 눈싸움은 그칠 겨를이 없었다. 서로 눈은 깜박이지만, 눈싸움처럼 되버린 그 와중에 그가 피스톤질을 조금은 늦췄다.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그가 입을 얹는다. 그녀의 앙 다문 입술을 열심히 적시며 혀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썼다.

 그 말라붙은 입술을 핥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혀가 알려왔다. 그런 와중에 그 입술이 갑자기 열렸고, 혀가 그 안에 그대로 빠졌다.

 이내 혀는 뭔가에 닿았고, 그 뭔가가 자길 열심히 핥아대는 걸 느꼈다. 어릴 때 키운 개가 기분이 좋아서 손을 핥아대는 것처럼, 그것이 혀를 핥고 있었다. 그에 그는 눈을 떠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

 "……."

 그 모든 일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친 후에, 그들은 말없이 서로의 옆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서로의 표정을 살필 겨를은 없었다.

 이미 정해진 시간은 끝나가고 있었고, 적어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는 옆에 누워 있었다.


 "나가야 하지 않아?"

 그의 말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시간 연장 끝까지 하지 뭐."


 그렇게 단말기를 툭툭 건들더니, 그녀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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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떡 같은 낙서를 싸지른 걸 수습한답시고 써봤는데 이건 좀 괜찮을련지 모르겠다.

 아무렴 ㅈ 같은 글 보고 눈 버렸을 분들에게 이건 좀 괜찮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