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마음껏 이용해주세요."

 들박 페티시가 유행하면서 시작된 '들박용 상품' 시장은 이제 또 다른 유행기를 맞고 있었다. 앞서 일어났던 유행이 실상 '페어리'라 불리는 생체 오나홀 상품이 히트를 치면서 부수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던 거라면, 지금의 유행은 작정하고 개발된 상품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상품들이었다. 덩치는 어지간한 상품들과 똑같지만, 무게는 페어리 수준의 생체 오나홀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였다. 아무리 무거워도 20kg이 넘지 않는 조금 큰 페어리들이 바로 그녀들이었다.


 당연히 생체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는 상태는 아니었다. 조만간에 이런 사양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상품들이 출시될 것이라곤 하지만, 아직은 섹스를 하는 와중에 이뤄지는 체력 소모도 감당 못 하고 그대로 숨이 넘어가서 죽어버리는 경우가 절대다수였다.

 개중에 운 좋게 살아남았거든 이 살아남은 개체를 확보하려고 애쓰는 풍경도 있을 정도로, 이들의 생존율은 더럽게 희박했고 살아남더라도 그리 좋은 꼴을 보긴 어려웠다. 생체 실험이란 소모성이 매우 짙으니깐 말이지.


 "그 쪽 소개를 좀 더 하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음 할 일에 집중했다.


 이런 까닭에, 이 모델들은 전희랄 것도 없이 바로 삽입을 해도 제 성능을 낼까 싶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맨살끼리 맞닿는 짓을 할 순 없기에 보통은 이런 상품엔 딜도와 젤이 함께 나오게 마련이었다. 지금도 딜도가 젤에 푹 담겨져 있었다.

 이 젤이 번들 거리는 걸 보지에 집어넣어 묻힌 다음에 그걸 윤활액 삼아서 사용하란 것이다.


 "저는 시리즈 에키벤의 초기 시리즈의 단점이었던 보온성과 내구성에 보완이 이루어진 기종입니다. 커스텀의 영역 역시 넓어졌- 히끅!"

 보지에 젤이 번들거리는 딜도가 들어가니, 그녀가 한참 자기소개하던 걸 멈추고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체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은 광경에 그는 적당히 그녀의 보지를 헤집어놓은 다음에 딜도를 뽑아냈다.

 적어도 삽입할 땐 따뜻한 상태일 때 집어넣고 싶었으니까.

 "보온성이 좋아졌다고?"

 "네, 그렇습- 끄흥!"

 그녀의 대답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바로 그녀의 보지에 삽입했다. 그에 자지러지는 반응이 마치 갓 잡은 생선이 펄떡거린단 느낌에 가까웠다. 저 나름대로는 살기 위한 발악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기엔 또 약했다.


 내구성이 보강되네 뭐네 하더라도 삽입하자마자 바로 픽 죽어버리던 게 삽입하고 피스톤질을 좀 하다보면 죽어있는 정도로 보강된 수준이라곤 해도, 벌써부터 이런 반응이라니 뭔가 당혹스럽단 느낌이었다.

 그런 상태로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그녀의 몸이 그 얼마 안 되는 체력으로 열심히 그에게 안기며 최대한 그가 일어나는 걸 보조하는 게 느껴졌다.


 20kg도 안 된다곤 하지만 들박이란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가는 짓이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이 서비스를 사들인 고객이라면야 에키벤 시리즈를 비롯한 들박용 상품들은 제법 만족스러운 구성이었다.

 적어도 '지배'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수요를 충족시키는 맛이 있었다. 그에 따라 자지에 힘이 절로 들어가는 걸 그가 느꼈다. 여태까진 아무래도 밋밋했던 섹스에 다시 생기가 돌아온 듯한 그런 느낌이다.


 "커엇... 너무 커..."

 빼달라는 말이었다. 이 시점부터 서서히 자신이 죽어나가고 있단 걸 인지한 여자가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아등바등 구는 것도 상품을 즐기는 포인트였다. 명백하게도, 그녀는 죽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었고, 지금 죽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참혹하다면 참혹한 살해 현장이 곧 만들어질 터였지만, 그녀는 그런 와중에 움찔대면서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단 걸 느꼈다. 한편으론 자길 어서 죽여달라고, 빨리 죽여달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은 그런 애처로움도 같이 몰고 왔으며, 그는 그에 그녀를 꽉 끌어안고 피스톤에 집중했다.



 "아악! 싫어, 그마안! 그만! 제발 살려줘! 죽기 싫어! 살려주세요! 제발 빼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제발! 제발! 제발! 이렇게 죽긴- 히아약? 흐악!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자지를 만족시키기 위하던 생체가 사체로 바뀌는 순간은 제법 극적이었다. 조금은 가만히 있길래 조금은 얌전하다 싶었는데, 그저 힘이 없던 걸 죽을 지경이 됐단 걸 깨닫자 최후의 힘을 쏟아내며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다가 그녀는 자지에 애액을 쏟아내며 더 이상 힘을 주지 않았다.

 그녀의 본분은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부턴 오로지 사용자의 몫이다.


 이건 마치 정해진 왕도를 따라서 진행하는 룰이 샌드박스 형식으로 바뀐 것과 비슷했다. 사체에게 온기를 바랄 수 없단 점에서 완전한 샌드박스 형식이라고 부르긴 어려웠지만, 여기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아주 다양했다.

 어차피 생체 폐기물들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닌가도 하지만, 보통 이 지경까지 몰린 생체 폐기물들은 상태가 굉장히 심각한 경우가 허다하기에 조금은 차이가 있었다. 온전하지 않은 시체와 온전한 시체 사이엔 별 차이가 없을지라도, 지금 이건 만들어진 시체다. 이게 핵심이다.

 육체에 잠시 생명을 불어넣었던 게 이제서야 꺼지고 만 것이라고 하거든, 그래야 이런 거래가 성립되는 걸 겨우 이해할 수 있겠지.



 '찌걱, 찌걱.'

 그녀가 최후로 쏟아낸 윤활액이 마르기 전에 새로운 윤활액을 주입하거나, 적어도 윤활액을 발라가면서 계속 사용해야 됐다. 아직도 한참 남아있는 젤은 그걸 위해서 있었는데, 자지에 직접 뿌리든, 딜도로 묻히든 그건 선택사항이었다.

 다만 지금의 자극이 유지되거든 사정하기엔 매우 충분했고, 윤활은 매우 원활하게 진행된 처지였다.

 '찌걱찌걱! 찌걱! 찌걱!'

 여기서 또 질내에 사정하느냐 아니냐가 나뉘는데 이건 마치 라면 매운맛과 순한맛 중에 어떤 게 더 맛있냔 수준의 장난에 불과했다. 다들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있지만, 실상 그게 뭐가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질내에 사정하거든 아무래도 젤을 바르는 수고가 덜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추가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장애가 많았다. 자기 정액이라 하더라도 자지에 정액을 골고루 묻게 되는 걸 꺼릴 수도 있고, 젤을 추가 투입은 해야될 텐데 딜도에 자기 정액이 묻은 걸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두렵다고 기껏 사체로 만들어서 임신의 위험을 확실히 제거해놓은 게 아깝게 밖에다 사정하는 게 말이 되냔 의견도 많았다. 어떻게 즐기든 결국 그건 본인들 몫이라지만- 아, 생물을 이런 식으로 함부로 다루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그렇게 딴지 걸던 놈들은 다 죽어버렸으니 일이 이렇게 된 것 아니겠는가.



 결국 선택은 바깥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용할 땐 안에다 싸겠지만, 적어도 당장은 그리 급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암만 자기 정액이라도 자지에 골고루 묻히는 건 아무래도 꺼림칙한 일인 건 사실이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자지 끝에 남아있는 정액을 방에 준비된 티슈로 훔쳐내듯 닦았다. 그리고 들박하다가 침대에 놓아서 그런지 약간 개구리처럼 자세를 잡고 있는 여체를 봤다. 그에 다소 꼴 사납단 생각을 하던 것도, 조금 꺼림칙하단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거부감과 맞서서 다시금 그 앞에 설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이 품던 뒤틀린 욕망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이미 그 욕망에 잠식된 처지이기에 지금 이러고 있는 것이란 걸 인지할 수도 있지만, 역시 참을 수 없었다.


 망자를 되살려내거나, 적어도 언데드처럼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망자와 플레이하는 것-시간(屍姦)이란 말은 좀 비하하는 뉘앙스가 아닌가-엔 의외로 한계가 많았다.

 섹스란 행위 전반이 서로 살아있단 게 전제되어 발전됐다보니 아무래도 이건 혼자서 생쇼하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오나홀로 할 수 있는 플레이들은 당연히 될 테고, 면간 같은 정돈 상황극이랍시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건 자위나 섹스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짓거리엔 이 짓거리만의 영역이 분명히 있었고,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지금 눈앞에 있는 게 시체란 점에서 파생됐다. 비록 그녀가 살해당한 연원을 따지고들자면 매우 복잡하고, 단편적으로 보거든 지극히 단순하지만, 단편적인 상황을 상상하는 것 정돈 얼마든지 가능했다.

 가령, 비록 그녀는 태생이 허약했기에 복상사로 죽었지만 그 죽음의 원인은 사용자에 의해서 얼마든지 임의로 바뀔 수 있었다. 전쟁에서 신경 제압을 통해서 몸뚱아리만큼은 온전하게 보존되어 죽어나갔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니면 좀 더 리얼리티를 위해서 그녀의 몸에 이런저런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거든 그냥 안에다 한두 번 싸지른 걸로 성욕이 풀린 경우에 추가 요금을 더 감수하고 하는 것이지, 지금 이 상황엔 그리 적합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가 맞았을 또 다른 죽음들을 고르다가, 마침내 자지가 반응하는 것이 생기자 그는 일단 자지를 집어넣었다. 비록 아까 전에 비하면 많이 식어있다지만, 여전히 미지근한 감각이 남아있는 몸뚱이로 자지가 복귀했다.

 그녀는 죽은 상태지만, 아직은 생체 전반이 죽은 건 아니다보니 근육에서 아련한 진동이 느껴졌다. 사정한 지 시간이 지나서 제법 둔감해졌다곤 해도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감각엔 충분히 강렬한 자극이었다. 더군다나 열기를 이미 잔뜩 올리고서 집어넣은 것이었다.


 수없이 많은 생체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축제가 열릴 때마다, 그 축제의 여흥을 위해서 성교를 거치치 않은 클론을 살해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지금 그녀는 그런 의식으로 인해 생겨난 부산물이었다.

 그렇게 죽은 처녀를 그가 없앴고, 그가 이제 추가적인 여흥에 돌입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건 마치 새 상품에 수녀복이나 무녀복 같은 걸 입히고서 처녀를 따버리는 것과 흡사했다. 어찌보면 지금의 이것도 그거랑 연이 닿은 걸지도 모를 터였다. 처녀를 없앤단 점에선 상통했다.



 "이런 빌어먹을."

 이 모든 설정에 의해 시작된 일이 끝날 무렵, 사용자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깨달았다. 아무리 급해도 젤을 추가적으로 투입한 뒤에 사용했어야 훼손이 안 일어났을 텐데, 그 젤 넣는 걸 깜박하고 만 것이었다.

 그에 대한 대가는 조금은 참혹했다. 사체의 하복부 점막이 자지에 들러붙더니, 이젠 아예 진흙에 자지를 넣은 것마냥 뻑뻑한 감촉이 몰려왔다. 이대로 자지를 뽑으면 자궁은 몰라도 질이 뒤집혀서 뽑히도록 설계된 덕이었다.

 젤 바르거든 계속 사용할 의사가 있단 것이고, 젤 없이 삽입해대면 사체가 마찰열에 반응해서 점액질을 분비하는데 조금만 기세가 수그러들거나, 혹은 정액 같은 것과 반응하면 응고가 된다거나 그랬을 터였다.

 '몇 번은 더 써먹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허리에 힘을 주어 서서히 뽑아냈다. 조금 괜찮거든 젤을 펴발라서 점액을 녹인 다음에 재활용을 할 수도 있단 기대감 덕이었다.



 "후우!"

 저 여자가 생전에 자신은 기존 모델들보다 내구성이 보완됐다 말한 게 허언은 아닌 모양이었다. 조금은 거칠게 굴었는데도, 기존 모델들이 자궁이 뜯어져 나오던 것과 다르게, 그녀는 자궁입구는 뒤집히지 않고 질만 쑥 빠져나왔으니까.

 물론 이건 이것 나름대로 그로테스크였지만, 적어도 이런 상태면 젤을 곱게 발라서 응고된 점액을 제거하고, 다시 거기에 젤을 바른 다음에 재활용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츄릅.'

 능욕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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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떳떳하게 공개할 수 없어서 그저 품어만 뒀던 글감은 이걸로 다 내보냈다. 이런 속도로 글 올리는 것도 이 글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맨날천날 이런 생각만 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우울해지니까. 아무래도 아무 곳에서나 밝히기엔 사람들 눈쌀 찌푸리게 하는, 우울한 소재들이 아닌가.


 그런 우울한 글들도 이 곳에서라면 그래도 나름대로 대우는 받을 것 같기에 올릴 수 있었다. 저번에 올린 '의무' 편은 아무래도 추천이 없는 걸로 봐서 섹스신을 조금은 넣었어야 했는가도 싶었다. 나름대로 꽤 괜찮게 뽑혔다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성적 자극은 부족했던 모양이다. 반성하겠다. 글쓴 놈만 즐거운 글을 쓰는 건 그리 좋은 건 아니잖은가.


 채널에 올린 글들이 부디 여러분의 생활의 즐거움이 되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그래도 여태까지 조심하며 글 올린 것들에 댓글 올라오고, 추천도 받으면서 응원이 많이 됐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