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설을 풀기 전에 여러분들이 잠시 알고 가야 할 것이 있소. 바로 동방 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욜시다.

 동방 땅 기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환핀대전으로 몰락한 환국의 후예가 그 곳의 짐승과 교미하여 일대의 주민들을 이루게 됐단 말인데, 실상 그 후손은 갈래가 여럿이라, 반달곰의 후예가 예맥이요, 호랑이의 후예가 삼한으로 동이를 이뤘다. 그리고 불곰의 후예가 북해로 가 빙궁을 이뤘으며, 늑대의 후예가 북적에 들어 사슴과 교미하여 북적 오랑캐 무리의 기원을 이뤘으며, 뱀의 후예가 곧 서쪽으로 빠져나가 그 일대의 호랑이와 다시 교접한 것이 작금 중원의 기원이라, 현재 중원을 강탈한 공산도적이 진작에 멸종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판다나 자신들을 여러 번 겁간한 적이 있는 늑대며, 심지어 그 산물에 불과한 탈모환자 같이 되도 않은 걸 내세우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개탄스러운가. 이는 호랑이 없는 곳에 온갖 잡것들이 왕이 되는 것처럼, 작금 중원이 탈모병자의 문화 대혁명으로 호랑이와 용의 씨가 마른 까닭이로다.

 이런 역사는 지극히 단편적인 면을 갖고 있으나, 삼한과 예맥이 남북국을 이룰 무렵엔 이미 그 땅은 곰의 피가 흐르지 않는 이가 없으니, 이는 그렇게 되기 이전 시점에 예맥의 영웅인 고거련-곧 고려 장수왕-이 동이를 평정하여 일대의 혈통을 예맥계로 채운 바가 있는 까닭이다.

 허나 자식이 부모에게 반항하듯, 최후에 승리를 거둔 삼한계의 신라가 자신들이 뿌리를 되찾는단 미명하에 호랑이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으니, 이에 그 곳 사람들의 인식 역시 곰을 미련하게 여기고, 호랑이를 숭상하여 산군이라 하는구나.


 "소리를 얻고 싶으냐?"

 이야기는 신내림을 받은 어느 한 소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보통은 이 신내림만으로 무당이 되어야 옳을 터인데 하필이면 이 소녀에게 내린 신이 매우 고약한지라, '득음'을 이룬 소리꾼들에게만 자신의 신력을 베푸는 못된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소녀가 동방 땅에 얼마 남지 않은 도사를 찾아가 득음의 비법을 물으니, 도사가 짐짓 뜸을 들여 저렇게 되물으니 저 도사의 성질도 가히 고약타.

 "네, 제발 부탁합니다."

 그에 도사가 앞서 본인이 줄곧 언급한 바를 쫙 언급한 다음에, 이렇게 덧붙이는구나.

 "지금 이 땅의 소리가 너를 통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까닭은 천지인의 합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니, 네 안의 천지인이 제대로 합일이 된다면 능히 소리를 얻어 소리를 내리라."

 "천지인의 합일은 어떻게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도사왈,

 "보아하니 네게 모자란 것은 땅은 이미 이 곳과 합일을 이뤘으매,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네게 신이 내린 것을 보아하니 역시 합일을 이뤘도다. 그러니 오로지 하늘의 기운이 네게 이어지지 않음이 문제로구나. 허나 마침 네가 있는 이 근처에서 그 모자란 연을 이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다만 네 목숨을 걸고 해야될 것이로다. 그래도 내 말을 듣겠느냐?"

 "듣겠습니다."


 "이 산에 계곡이 사방으로 수려한데, 개중에 한 곳이 계곡이 동굴을 가리고 있는 곳이로다. 그 동굴을 네가 스스로 찾아서 그 곳에서 달아나지 않거든, 능히 네가 득음할 것이요, 나아가 이 땅에서 불자요, 유자요 행세하는 사특한 무리들을 능히 제압하여 이 땅에 다가올 재난을 능히 물리치고도 남으리라!"


 그에 소녀는 온 산을 뒤지고 다니길, 10년 동안이나 그 산을 헤매고 또 헤매었다. 그러는 사이에 소녀는 득음이 없이도 무당 소리는 들을 정도로 컸으며, 그녀를 찾아서 굿을 해달란 이들을 간혹 만나서 굶는 일이 줄어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도사가 말한 동굴은 그녀가 계속해서 찾아다녔음에도 보이질 않기에 무당은 점차 산에 발걸음을 뜸하게 하다, 자신의 신력이 점점 약해지는 걸 느끼고서 산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 때의 계절이 여름이었다.


 '너무 덥구나.'

 마침 피서할 곳이 많아 무당은 근처 계곡에 들렀는데, 때마침 주변을 둘러보니 그녀가 10년 동안 헤맨 산인데도 본 적 없는 풍광이었다. 이에 그녀는 계곡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과연 그 뒤에 어둠이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가 도사가 말했던 바와 흡사한 것이었다.

 이에 무당은 주변을 둘러본 다음에 계곡의 안으로 들어가는데, 당연히 그 과정에서 온몸에 물을 흠뻑 적시고서야 계곡 건너편의 동굴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그에 그녀는 일단 자신이 입었던 옷을 그제라도 벗어서 널어놓았다. 그런 다음에 침을 꼴깍 삼키고 동굴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데, 그 발소리가 동굴에 울리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듣기 좋았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이내 그녀의 눈앞에 번쩍하고 나타난 호박색 눈동자와 함께 달아나버렸다.


 "……!"

 'OO!'

 차마 형언할 수 없는 포효소리에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아 사정없이 오줌을 갈기니, 마침 그녀를 지킬 옷조차 없는 상태인지라 그 오줌보가 그대로 그 존재에게 닿을 정도로 세찼다. 이러는 와중에 두려움에 질렸던 무당은 산군에게 감히 불경한 죄를 범한 걸 깨닫고서 그대로 엎드려 절하며, 자신이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죄를 하였다. 자신이 갈긴 오줌의 지린내가 코를 찌르더라도, 그녀는 그대로 엎드려 산군에게 그저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애쓸 따름이었다.


 이에 몇 분이 지났을까, 산군이 자신을 왜 이리도 안 잡아먹는 것인가 하여 그녀가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산군의 얼굴이 대번에 자기 코앞에 있어서 그녀가 놀란 가슴에 도로 고개를 처박았다. 그런 다음에 자세히 귀를 기울이니, 산군이 자신을 향해 코를 벌름거리며 뭔가 확인하는 것만 같았다. 이에 그녀가 호랑이와 비슷한 급인 곰 앞에서 죽은 척을 하면 위난을 벗어날 수 있단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서 그대로 꾹 참고서 침을 다시 꼴깍 삼켰다.

 헌데 그 침 삼키는 소리가 컸던 모양인지, 그 때, 산군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어째 이제서야 찾아왔느뇨?"

 그에 그녀가 놀란 마음에 고개를 더 박으려다 이내 그녀의 얼굴이 땅바닥에 붙어서 그녀가 오줌을 싸갈긴 것조차 묻히고 있단 걸 깨닫고서 도리어 고개를 조금 들어 답했다.

 "아이구, 산군 어른. 제가 속세의 홍진에 정신이 팔려 이제서야 죽을 각오로 산군 어른을 찾으러 오게 됐나니, 그저 살려주십시오."

 "됐고, 일단 네가 내는 소리부터 들어보자."

 그렇게 산군이 말한 다음에 산군이 그녀의 뒤로 순식간에 움직이니, 그녀는 꼼짝할 틈도 없이 그대로 자신의 비부를 산군에게 내민 암캐처럼 변했는지라, 이에 무당은 뭐라 항의라도 하기 전에 산군의 자지가 예맥 핏줄의 여식이 그 동안 지켜온 처녀를 뚫고서 마구잡이로 유린하기 시작하였다.


 "아흑!"

 그에 그녀의 점차 소리를 흘리니, 이에 동굴이 그녀가 낸 소리를 따라서 창을 하니 그저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인데도 마치 노래처럼 들린다고 여길 정도로 감미로운 맛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 취해서 그녀는 점차 더 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신음소리는 교성으로, 교성은 곧 창을 하듯 일정하고도 흥미롭게 울려퍼지는구나.

 "하윽! 산군 님의 자짓! 소녀에겐 무척, 무척이나 부담스럽사옵니다."

 "아앙, 아팟! 아파앗! 살살, 살살! 해주세요!"

 그런 와중에도 산군은 그녀를 갖고서 마치 악기를 조율하는 것처럼 냉혹히 다룰 따름이니, 그녀는 그에 따라 자신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하였다. 왜, 사람도 고양이 갖고 단또단또하면서 연주를 하는데 지금 산군이 무당을 대하는 폼이 꼭 그 모양새였다.


 "OO!"

 "으햐악! 으허억, 으헉! 응고오오옥!"

 마침내 산군이 표효하면서 무당의 몸 안에 자신을 듬뿍 남기기 시작하니, 이에 그녀도 그녀 스스로 듣기에도 과연 자신의 목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고혹적인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퍼지는 걸 들었더라.



 "네 소리는 잘 들었다. 너를 통해서 내게 아직 희망이 있음을 느꼈으니, 안심하거라. 지금 그 모습으로 득음에 이르긴 어려울 터이니, 입구의 계곡물로 네 몸을 깨끗이 씻고 다시 이리로 오거라. 네가 득음하여 널 단국의 새로운 왕으로 삼을까 하노라."

 그렇게 그녀는 풀려났으매, 이는 산군의 자비에 의한 것이었다.


 허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때 무당이 산군의 말에 순순히 따르지 않았단 점이니, 만일 그녀가 입구에 이르러 목욕재개를 한 다음에 두려움을 품지 않고 널어놓은 옷을 도로 입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이후 중원엔 공산도적이 범람하고, 열도에 왜구가 창궐하여 환의 후예들이 모두 상처입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이후, 산군은 마지막으로 단국의 왕으로 내세울 인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 하는 것에 슬퍼하여 동굴 밖으로 기어코 나서며 사람을 물어 죽이다 포수의 총에 맞아 세상을 하직하였다.

 그리고 이 산군이 죽었단 소식에 무당은 소스라치게 놀라 산군이 잡힌 현장에 다가와 그대로 통곡하여 득음에 성공하였으나, 안타깝게도 득음을 이룸과 동시에 졸도하여 명을 다 하고 말았으니, 애석하도다.

 심히 애석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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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비극으로 끝내는 건 그리 취미는 아니지만, 환핀대전 운운한 이상에야 대체역사 쓸 거 아닌 이상에야 이렇게 마무리 하는 게 깔끔한 것 같았다.


 조금은 꼴릿함에 포인트를 주고 싶었는데, 설정이 탄탄하지 않거든 그거 설명하느라고 야설의 핵심 부분에 비중이 낮아지는 게 있는 것 같다. 음, 뭔가 함부로 지르거나 시작하는 건 위험한 일인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이거 지름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