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왕의 휘하엔 108위에 달하는 마왕과 36명의 마왕에 준하는 존재들이 마왕군의 영역 곳곳을 다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마왕들의 영지는 가장 크거든 성계 몇 개 단위는 우습게 차지하고 있으며, 작을 경우엔 마을조차 아닌 오로지 그 마왕이란 존재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144명의 마왕급 존재들 중에서 가장 변동이 심한 지위는 단언컨대 '고르고의 왕', 고르고스-남성일 경우- 혹은 메두사-여성일 경우-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그 이유는 고르고란 곳 자체가 갖고 있는 상징성에 비하면 고르고 자체의 역량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대마왕의 휘하에 있는 마왕들은 저마다의 이해 관계나 사적인 감정에 따라 파벌을 이룬 상태였다. 이렇게 마왕군의 파벌 정치가 시작되자, '고르고'의 입지는 중요해졌다. 마왕군의 모든 악마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악마가 고르고에서 배출됐으니까. 일종의 성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성지란 입지를 발판 삼아 한때 대마왕마저 쩔쩔 매게 만드는 위세는 결국 대마왕의 승리로 끝났다. 고르고는 지금의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 주인이 바뀌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르고의 왕은 0위인 대마왕 다음의 1위에서 순식간에 144위로 추락했다.

 물론 순서가 서열에 변동을 안 준단 식으로 정신승리를 할 수도 있지만, 현재 마왕군을 이끄는 대마왕은 경쟁 사회를 신봉하는지라 시험 100점을 맞은 걸론 간신히 경쟁 사회에서 그나마 제대로 된 시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성과를 요구했다.

 당연히 저 숫자놀음에 불과하던 위계도 순위로 바꿔놓았으며, 그렇기에 1위에서 144위로 추락했단 건 그저 숫자가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고르고는 이제 완벽한 악마 생산공장이었고, 그 곳의 왕은 마왕군의 파벌 정치에 따라 그들 사이의 거래에 의해 변동이 되는 그런 위치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런 고르고의 왕이 되려는 자가 있기나 하냐면, 있긴 있었다.

 아무리 마왕군의 파벌에 따라 갈아치워지는 존재라 하더라도, 고르고만 따지고 봤을 때 마왕군의 파벌 중 하나를 등에 업은 고르고스 혹은 메두사를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없었으니 그야말로 머리를 조아리며 복종했으니까. 그러한 권력이라도 쥐려는 이가 수두룩했다.



 "오랜만이로군, 여왕."

 이번에 즉위한 고르고스는 자신과 그 배우자와 공동 통치를 선언하면서, 원래 하나밖에 없던 왕좌를 왕좌가 있는 곳마다 하나씩 더 들여놓을 정도로 애처가였다. 그렇지만 이번 고르고스의 아내가 지금 그의 옆에서 다소곳이 앉아서 이 상황을 보고 있는 여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꽤나 많은 첩들 중에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를 그 자리에 앉힌 이유는 그저 지금 고르고스의 개인적인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통해서 고르고스는 이 자리까지 단숨에 올랐던 것이기도 했고, 패배에 절여졌을 운명을 구원받았기에 그녀를 거기 둔 것이었다.

 지금의 메두사는 그들 부부 앞에 끌려나온 저 추악한 노괴가 아니라, 고르고스와 함께 권좌에 앉아있는 그의 아내였다. 그렇기에 고르고스는 그녀를 향해 '메두사'라 부르지 않고, '여왕'이라 불렀지만 실상 그녀를 메두사로 인정한 적도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고르고스의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고르고스에게 그저 머리를 조아리기 바쁜 여왕은 그야말로 추악하고 너저분한 존재였다. 전대 메두사이자, 저 여자로 인해서 지금 고르고스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희생당한 처지였다.

 저 늙은 노괴는 일종의 노계였다. 알도 제대로 낳지 못 하고 그저 욕심만 있는대로 커진 존재가 자신만이 고르고에 있는 반반한 남자들은 전부 자신의 궁에 데리고 와서 강제로 동침하게 한 다음에 마음에 들거든 지금 저 여자의 옆에 있는 개자식처럼 총애를 줬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고르고의 우수한 종자 보존이란 이유로 온갖 고문으로 그 에너지를 뽑아낸 다음에 비참하게 폐기물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보내져 끝까지 절망하게 만들었다. 당장 지금 고르고스만 하더라도 매립지에 생매장 당하며 최후까지 에너지를 뺐길 참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래저래 웃기는 짓만 골라서 한 악녀가 따로 없지만, 마왕군에서 자기자신이나 그 권속, 가솔들을 제외한 나머지에게도 착한 존재란 건 사실상 없었다.


 "……."

 "왜 할 말이 없나? 그 땐 그리도 말이 많더니, 이제 와서야 자기가 저지른 죄가 뭔지 조금은 깨달았나? 안타깝군, 안타까워! 진작에 알았으면 어디 좀 덧났을까? 네 년이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네 어쩌네 지랄하던 걸로 죽어나간 이들보다 아직 살아있는 추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이번 고르고스도 그리 착한 건 아니었다. 일단 지금 이렇게 메두사와 아직도 그 측근임을 자처하는 부류를 알몸으로 묶어서 무릎을 꿇리게 하기 전에, 고르고스는 그녀의 통치 하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추남, 추녀, 여왕의 잔당들을 대거 정리한 까닭이었다.

 혹자는 그걸 학살이라고 부르겠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추악한 존재에게 오염된 고르고를 정화하기 위해선 이것밖에 답이 없었다. 그를 후원하는 마왕군 파벌도 마침 자기네들의 병사가 필요했으니, 서로 윈윈이었다. 죽거나 끌려간 입장에선 그리 말 못 하겠지만.


 "아무래도 최후까지 추악하게 맞을 모양이로군."

 그런 조롱에도 여왕은 도리어 죽음을 각오하고 있으며, 모든 수모도 견딜 각오였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기에 고르고스의 시선은 결국 그 옆에 있는 기생오래비를 향했다.


 "그 쪽도 오랜만이로군. 여왕에게 아첨하던 개자식아."

 그에 그가 고르고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위세라고 얼마나 오래 갈 지 두고보자."

 "오래 가는 게 문제일까. 지금 너희를 청소했단 게 중요한 걸 테지. 그래, 그래도 넌 내가 조금은 기회를 주마."

 "기회라고?"

 그렇게 묻기도 전에 병사 셋이 그들에게 다가왔는데, 그들의 돌발행동에 대비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놈들과 달리 그들은 손에 쟁반을 들고서 그들 앞에 왔는데, 그들의 복장이며 쟁반 위에 들려진 것이며 바니 걸이 접대를 위해 들어오고 있는 광경 같았다.

 실상은 고르고스가 준비한 여흥의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걸 제공하고, 아울러 필요하다면 그들의 행위에 개입하기 위해 특별히 엄선된 정예들이었다. 물론 총기를 들고 있는 것만 못 하겠지만, 언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맨몸으로 저 둘을 막아서야 되는 이들이 저 셋이었다.

 그런 그들이 쟁반을 두 죄수의 앞에 살포시 놨는데, 그 성인용품들을 보자 그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리고 고르고스가 말했다.


 "네가 그토록이나 여왕에게 사랑을 속삭였었지. 그렇담 지금 이 순간 증명해봐라. 자지를 세워 그 말도 없이 벌써 뒈져버린 것처럼 굴고 있는 년의 입에서 교성이 쏟아지도록 해라. 그렇다면 적어도 네 목숨만큼은 살려주마."

 고르고스의 말에 그의 안색이 굳어버렸다. 사랑 같은 게 당연히 존재할 리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 눈에야 저 여왕이 나름대로 괜찮단 걸 넘어서 미색이라 여길 수 있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마법으로 꾸민 것이지 그 실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처지였다.

 그렇기에, 저 여자의 실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에서 섹스를 하라면 당연히 그게 잘 될 리가 없었다. 고르고에서 마왕군의 악마들이 배출된다곤 하지만, 정작 고르고의 주민들은 거진 인간이었다.

 그리고 여왕은 한창 때인 와중에 그래도 국정은 돌본다며 늙을 대로 늙어버렸다. 지금은 마력을 써서 애써 자신의 젊을 적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게 떨어지는 순간 노괴가 나타날 터였다. 그런 육신에다 대고 자지를 세우고 격정적인 섹스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차라리 죽여라!"

 그렇게 말하니, 그 순간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던 여왕이 자신의 옆에 있는 존재를 째려봤다.

 "너 이-"

 "여왕이 뒈지는 건 확정된 것이지. 그러니 적어도 난 사람을 하나라도 더 살리려고 이러는 것인데 망발이 심하군. 그래도 정 힘들 것 같으니, 너희 앞에 그것들을 준비해주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못 한다면 찡찡대기나 할 테냐?"

 고르고스의 힐난에, 그는 자신의 입지가 이따위로 격하됐음을 체감했다. 그에 고개를 떨군 다음에,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성인용품부터 쫙 살폈다.



 어차피 여기 끌려올 때 알몸으로 끌려왔기에, 둘 사이의 교미는 바로 진행될 수 있었다. 구속이 풀리자 여왕이었던 존재가 먼저 그래도 자기 옆에서 함께 죽겠다고 굴던 애첩에게 다가가며 속삭였다.


 "너, 내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니?"

 그녀의 질문에 그는 잠시나마 그렇다고 대답할까 싶었다. 어차피 들통나지 않았던가도 싶으면서도 끝내 이렇게 속삭였다.

 "여왕님을 시해하겠단 무리들 앞에서 이런 수치를 겪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럼... 적어도 너만큼은 살려서 돌려보내줄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여태까지와 달리, 마치 성교를 끝낸 직후에나 봤던 축 늘어진 고추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여왕은 권좌에 있을 땐 좀처럼 하지 않던, 여자가 남자에게 아양 부리는 것 중에선 최고 수위에 있는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쪼옥-'

 일단은 귀두에 키스하며 남성기를 자극했다. 그에 남성기에 조금은 힘이 들어가는 것에 여왕은 자신감을 얻으며 자신의 입 안에 성기를 집어넣고 혀로 핥아가며 '섹스'란 게 성립될 수 있는 길이와 굵기까지 키웠다. 아니, 키울 수 있는 건 최대한 키웠다.

 그렇게 여왕은 조금은 자신감을 가졌다. 결국 자신은 죽더라도, 적어도 이 남자만큼은 살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는 굴욕감을 느꼈다. 여왕 같은 노괴가 하는 펠라치오를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받으면서 자지를 세우는 자신에게 심각한 자괴감이 들었다.


 여왕의 보지가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지를 잡아먹는다. 자지는 그에 그저 보지라고 좋다고 방방 날뛰었고, 그런 만큼 그의 안색은 잿빛으로, 흙빛으로 변했다. 여왕은 그런 어두운 안색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홍조까지 띄워가며 그를 범하고, 범하고, 범했다.

 지금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그에게 쏟아붓고 있었으니까.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란 말이냐?


 그렇게 사실상 여왕이 일방적으로 그를 덮치는 모양새처럼 교미를 나누고 말았다. 고르고스 부부와 그 근위대 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여왕은 자신의 애첩에게 자비를 선보였도다- 그렇게 여왕이 생각할 무렵이었다.


 "여왕, 그게 그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로 기껏 생각해낸 자비던가?"

 그에 여왕이 고르고스를 노려보니, 그는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게 저 놈이 준비한 쇼의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여왕은 그런 의혹을 표정으로 드러냈고, 이에 고르고스는 한껏 더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내가 그래도 마지막은 애인이랑 같이 보내주려고 했는데, 너 스스로가 네 애인을 발로 차는 걸 보려니 불쌍하기 그지 없었다. 노괴는 끝까지 저 자신만 아는 노괴였구나. 그러니, 이제 짐이 노괴를 처단하기 앞서 자비란 게 무엇인지 보여줄까 한다."


 그 순간, 총을 겨누고 있던 근위대 중 몇몇이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그녀를 발로 차 바닥에 쓰러트리게 한 다음에 그녀의 등을 짓밟아 제압한 다음에 고개만 들게 하여 상황을 보게 했다.

 그리고 총도 없이 여왕과 애첩의 정사를 그저 보면서 대기하던 세 명이 천천히 여왕의 애첩에게 다가가면서, 여왕 보고 들으라는 듯이 이렇게 속삭였다.


 "당신이 괴로워하는 모습, 안 됐어요."

 "저희가 그런 당신을 위로해드릴게요."

 "자, 마음 놓고 저희에게 기대는 거에요. 마음껏."


 여왕은 부정하고 싶었다. 자신의 곁에 끝까지 남았던 애첩이 메두사를 참칭하고 있는 저 개자식의 옆에 앉은 여자도 아닌, 아무래도 비렁뱅이에 불과한 그 잡졸에 불과한 여자들에게 그저 둘러싸인 것만으로 자지를 세운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그녀는 그가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능동적인, 적극적으로 여자와 교미하는 모습에 결국 실상을 깨닫고 말았다.


 "너, 이 개자식아! 어째서 내겐 그러지 않았던 것이냐! 네가 내게 순종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단 말이냐! 어째서 그리도 여색을 탐할 수 있단 말이야! 어째서!"

 노괴는 그저 자기 말을 잘 듣는 예쁘장한 애들을 우수하다고 여겼지만, 그 중에서 외모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그녀의 말을 잘 듣는단 건 그녀가 해석할 능력도 없었기에 벌어진 일에 불과했다.

 고르고스는 그런 그녀에게 세뇌되어 끝까지 붙잡혀 있던 애첩을 드디어 그녀로부터 해방시켜주고 만 것이다. 세상에 보지 가진 여자가 저 노괴만 있는 게 아니란 것을, 그녀의 곁에 남았던 애첩에게 가르쳐주고야 만 것이었다.


 노괴는 그렇게 울부짖은 다음에 고르고스를 노려보다, 고르고스가 짓고 있는 표정을 보고서 납득하고 말았다.

 애초에- 저 놈은 이럴 줄 알고 있었던 거였다.


 그럴 만도 했다. 애초에 고르고스도 한때 그녀의 하렘에 있던 소년이었고, 성년식을 치르기 무섭게 그녀의 앞에 대령되어서 접대를 했던 자였으니까. 여왕은 그에 고르고스를 노려봤다.


 "네가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 개자식아!"

 "드디어 울부짖는군. 헌데 이를 어쩌지? 난 너처럼 멍청하지 않아서 내가 이 자리에 계속 있을 거라곤 꿈도 안 꿨거든."

 그런 다음에 고르고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손엔 권총이 들려져 있었는데, 도금조차 안 된 쇳덩어리 같은 걸 손에 들고서 고르고스는 천천히 자신의 근위대 셋에게 봉사받으며 위로받은 존재에게 다가갔다.


 "원래 난 널 처형하려고 했지만, 네가 겪은 일을 보고서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너는 날 용서할 수 있겠느냐?"

 누가 누굴 보고 용서한다고 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고르고스는 그 애첩을 향해서 분노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에 애첩이었던, 이젠 한 사람의 성년이 되어버린 존재가 그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말했다.

 "제가 어찌 전하를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용서를 구할 따름입니다."

 "그렇담 내게 증명해다오. 네 총구가 누구를 겨누고 있는지, 그것만 보여주면 된다."

 그렇게 말하며 고르고스는 그의 앞에 앉아서, 총을 그의 앞에 내려놓은 다음에 일어났다. 그리고 뒤로 조금 걸어 거리를 둔 다음에 그의 앞에 그와 노괴가 보이도록 연출했다.

 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권총을 잡았다.


 이 때만 하더라도 여왕은 그가 고르고스를 쏴주길 바랐다. 그렇게 하거든 권좌에 앉아있는 여자의 앞에 고르고가 통째로 굴러오겠지만, 그럼에도 애첩이 고르고스만이라도 죽여주길 원했-

 '타앙!'

 "허윽?"


 그녀의 몸에서 붉은 것이 번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시야마저 붉어질 무렵에,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저주를 떠안고 태어난 존재였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녀가 그리도 경멸을 받아왔고, 그녀의 통치에도 이리도- 이리도-

 울부짖고 싶어도 울부짖지도 못 하고서 그녀는 끝까지 야수로 남아 죽어갔다.




 "잘 했다. 넌 살려주마."

 고르고스는 그의 손에 쥐어줬던 총을 슬그머니 돌려받았다. 그는 그런 압수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총기를 내줬다. 그런 다음에 고르고스는 그를 접대하던, 자신의 부하 셋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하지만 네 씨앗을 품은 저 셋은 못 살려주겠군."

 그에 그는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감히 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전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껏 얻은 기회를 제 발로 차려는 것이냐? 아니면 저 셋이 너에게 충성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저 셋은 오로지 내게 충성해야 된다. 근데 네가 저들에게 씨앗을 뿌려 더럽혔으니, 내가 그걸 치우려는 것이다. 손님이 어지럽힌 걸 집주인이 치우겠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그런 와중에 그는 고르고스의 표정을 읽었다. 자신의 부하를 죽이려는데도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담 저 자는 진정 살육에 미쳐있는 것인가? 아냐, 살육에 미쳤거든 굳이 이런 식으로 죽이지도-


 "저 세 여자를 죽이려거든 저를 죽이시고 저 셋은 살려두십시오!"

 "왜? 저 셋을 살려주거든 저들의 배에서 네 애라도 나올 것 같더냐?"

 "제게 노괴 말고도 세상에 여자가 있단 걸 알려줬으니 이제 저들 없이 제가 살아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면서 총구를 자기 몸으로 틀어막는 듯이 위치까지 옮기는데, 그에 고르고스는 그의 얼굴에 총을 겨누며 말했다.


 "그렇다면 죽어라."

 그 순간, 그의 시간이 참 지독히도 느리게 흘렀다. 고르고스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까지 천천히, 그의 눈에 보였다.


 '틱!'

 '틱틱!'


 처음부터 1발만 장전됐던 건 아니었다. 그가 노괴에게 쏜 게 한두 발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총에 장전되어 있던 건 전부 다 노괴에게 쏟아낸 것이었다.

 이조차도 어찌 보면 시험이었다. 혹시라도 총알이 남아있었거든, 그도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웠을 테니까. 그런 그에게 고르고스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 셋을 너에게 붙여줄 테니, 너는 고르고의 백성으로 살든 아니면 고르고를 떠나든 마음대로 해도 좋다. 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단 걸, 이렇게 증명했으니 말이야."

 그러면서 고르고스는 권총 노리쇠를 당겨놓고 품 속에 집어넣었다.



 노괴의 사체만 눈도 제대로 못 감고, 이 연극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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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총으로 쏘는 거니까 고어라고 붙이거나, 애인 뺐는 거니까 NTR로 분류를 할까도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래저래 이야기의 집중도가 떨어져서 결국 '변태'로 하기로 했다.


 이 글의 시작은 독재자 앞에서 남녀가 발기도 제대로 안 되는데 총구를 들이민 것 때문에 억지로 섹스한단 글을 보고 써졌는데, 결과적으론 복수극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독재자 앞에서 서로 섹스할 여지도 없는데 억지로 섹스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그것만 묘사하려니 아무래도 이건 무리였다. 이런 점에서 미안하단 말도 덧붙인다. 아무래도 그걸 표현하려니 내 능력으론 이게 한계였다.


 후기 이만 마치겠다. 글 읽어주는 여러분에게 항상 감사하단 말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늘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