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그러니까 전형적인 이미지로 따지거든 박물관이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도서관에 비하면 연륜이 짧은 편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연륜이 짧은 편이니까. 도서관이 저 먼 옛적의 고대 이집트, 아시리아에도 있었던 것에 비하면 박물관은 시대가 한참 지나서 남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나서야 비로소 형성되는 개념이다. 그것도 이웃나라 수준이 아니라 대륙 건너편에서 이질적인 문화재를 입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생겨나는 게 박물관이다.


 달리 말하자면, 도서관과 박물관의 영역이 겹친다고 보긴 어려웠다. 도서관이 말 그대로 지식의 전당이라면, 박물관은 뭐라고 해야되나. 지식보단 좀 더 총체적으로, 해당 박물관이 지향하는 주제와 관련된 걸 과시한단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되겠다.


 '성 풍속 박물관'

 그렇기에 최근 들어선 '박물관'과 놀이공원이나 오락실처럼 오락으로 가득 찬 구역 사이에 구분이 없어진 상태다. 물론 박물관 쪽이 좀 더 근엄한 체 구는 건 있지만, 요즘 생겨나는 박물관들의 특징은 오락을 어느 정돈 수용한단 것이다. 아예 '오락'을 주제로 삼은 박물관들도 생겨나는 판인데, 지금 저런 간판을 달고 있는 박물관도 그런 유형의 박물관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저 박물관에서 매춘을 하라거나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커플들을 위해 대실 정돈 해주는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매춘은 그런 연애완 또 다른 것이다.


 성 풍속 박물관의 대다수 구역은 일반인들을 위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성 풍속 박물관 하고 끝나는 시설은 못 됐다.

 그 산하에 갖은 박물관이 있는데, 개중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은 연애사 박물관, 용품 박물관과 같은 곳이었다.

 연애사 박물관은 각 시대마다 연애와 관련된 기록들을 전시하고 그걸 최대한 풀어서 해설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여기엔 문학을 갖다놓지, 외설을 갖다놓진 않기에 조금은 심심한 그런 곳이었다. 물론 그런 만큼 일반인들의 발길이 가장 잦은 곳이기도 했고, 실제로 연애사 박물관의 의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역할이었지, 박물관의 수익을 담당하는 구간은 못 됐다.

 용품 박물관은 콘돔이나 각좆(딜도), 오나홀 같은 걸 전시해놓는 곳인데 이 구간은 좀 노골적이긴 해도 뭔가 이야기를 하는 곳은 아니다보니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물건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세상에 이런 물건도 있구나, 이런 것도 있지만 이 구간의 진짜 의의는 이제 각종 성인용품 제조사, 유통사들의 광고를 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광고비 받으려고 있는 구간이다.


 그렇지만 좀 더 과격한 영역을 원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박물관 입장에서도 커플만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무래도 스스로 수익에 제한선을 긋는 것과 다를 바 없다보니, 이런 영역에서의 마케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젠장, 이런다고 성노예를 세운다거나 직접 매춘을 할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최근에 교류가 시작된 테인 그룹이라고 하는 곳에선 시체밭을 만들어놓고선 놀이공원처럼 조성한 경우도 있다곤 하지만 그걸 여기에 곧이곧대로 갖고 왔다간 당장 항의가 빗발칠 터였다. 기술이 없는 건 아닌데, 그게 순전히 불쾌하단 이유만으로 불편해할 인간들이 속출할 터였다. 테인 그룹은 기업을 빙자한 망나니 새끼들이니 그런 불편충들의 머리에 총을 쏴서 해결을 했다지만, 여기선 그게 정답은 못 됐다. 애초에 놈들도 테인 그룹이 세계를 한 번 갈아엎어서 일이 그리 된 거란 걸 생각하면 뻔할 뻔자다.


 '그렇다고 아예 다른 박물관을 조성할 수도 없고.'

 총기 박물관, 선박 박물관... 이런 걸 만들 재원이 성 풍속 박물관에 있을 리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쪽에 환장하는 분들은 그와 관련된 전문 박물관을 들르지, 굳이 성 풍속 박물관에서 새로 낸 총기 박물관에 오진 않을 터였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박물관 측이 새로운 마케팅으로 고민하는 와중에 방문판매원이 와서 하는 말이었다. 그에 마케팅 담당자가 물었다.

 "성전환이야 우리 주제와 부합하는 점이긴 하지만, 이게 인기가 있을련진."

 "어차피 이런 걸 취급하는 곳이 성 풍속 박물관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첨단 과학의 영역이 어디까지 대중들에게 다가왔는지 알려주는 것도 박물관의 업무 아니겠습니까? 정 아니라면 직접 시행해보셔도 좋습니다."

 "엑."

 저도 모르게 담당자가 한 말이었다. 하지만, 판매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비록 지금은 배불뚝이 아저씨라곤 하지만, 한때 담당자는 여자라면 그저 좋아하던 20대의 불에 타버린 기억들이 남아있었다. 그 때 그가 좋아했던 걸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마냥 정상적이고 쭉 뻗었으면서 가슴 큰 그런 여자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담당자는 잡식성이었다.


 "아니면 원하시는 분을 모시고 와서 반응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직접 시행한다는 게, 그 성전환기를 써봐도 된단 겁니까?"

 "물론이죠. 그리고 이 성전환기는 그저 그 상태로 성전환을 하는 게 아니라, 모에빔(MOE-Beam;Master of Eros Beam) 시스템이라고 하여 대상자에게 최적화된, 부작용은 최소화한 외형 변환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인신공격이지만, 한편으론 부작용이 없단 얘기였다. 아니, 애초에 이 얘기에 솔깃한 이상 더 이상 막을 순 없었다.

 "솔직히 테인 그룹의 행태에 대해서 저는 병신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병신같은 것 때문에 솔깃하군요. 좋습니다. 제가 직접 한 번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이 때만 하더라도 담당자는 저 판매원이 짐승으로 돌변할 수 있단 건 상상도 못 했다.



 "여보, 오셨어요? 아니, 이 양반이 술 좀 작작 먹으라니까?"

 조금은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오늘도 야근을 좀 했겠거니 싶었다. 그래도 마케팅 담당자라고 하거든 야근을 안 할 법도 한데, 야근을 사서 하는 성질머리니 그러려니 했다. 근데 술이라도 좀 걸쳤는지 얼굴이 새빨간 상태였다. 술도 못 하는 양반이 술 먹는 건 좋아해서 늘 보던 풍경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괜히 더 짜증이 치솟았다.


 "어, 그렇게 됐어. 그래도 마누라, 좋은 소식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괜히 사타구니가 움찔거렸다. 그렇다고 성욕이 들끓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성욕이라면, 엄.

 "됐어, 이 화상아! 뭐 구상한 게 통과라도 된 것 같아?"

 "응, 반응이 좋을 것 같아. 근데 있지. 나 너무 슬프다! 으허허어어어억!"

 아내는 그저 그게 술주정인 줄 알았다. 남자가 말하기엔 차마 말 못할 처녀상실의 슬픔을 아내가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단 걸, 그는 알았기에 일부러 술주정 티를 내는 것도 있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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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줍잖게 섹스신을 넣느니, 이렇게 마치는 게 더 나은 것도 같다.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이라 테인 그룹은 운운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중간에 결국 운운하고 말았다. 그래도 직접적인 관련은 없단 걸 밝힌다. 모에빔이 운운된 거야, 교류로 인해 수입이 됐단 것 정도로 하거든 아예 관련이 없다곤 말 못 하겠지만 말이다.


 테인 그룹이 언급될 때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그런 경향을 줄이려곤 하지만, SF라거나 미래 기술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동경심이 필자에게 있어선 '테인 그룹'이란 것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이런 이상에야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느낌이 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겠다. 아무래도 대안을 마련해야 될 텐데, 대안이 마련될 때까진 테인 그룹이 계속 언급되지 않을까도 싶다.


 박물관도 시리즈로 내는 것도 좋겠지만, 결국 이건 단편으로 마치는 게 좋을 것이다. 테인 그룹과 이미 엮인 이상에야 장편으로 가거든 더 기괴한 게 튀어나올 것 같으니 말이다.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