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탈영. 일단 군 수뇌부와 정보부에서 서로 얘기를 짜맞출 때 가장 많이 쓰는 명분이었다. 오죽하면 탈영병의 절반은 무죄요, 정보부의 개라던가. 그렇지만 정보부에서 요주의 인물로 등극한 것치곤 그 여자가 그런 걸 아는 처지 같진 않았다.


 정보부가 왜 그녀에게 주목했는진 모른다. 다만 그가 여태까지 상대했던 적지의 민간인들을 토대로 추측을 하자면, 그녀가 수상하리만큼 싼 값으로, 현지에 산단 이유로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춘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이상에야 현지의 게릴라나 적군 요원의 거점을 마련하니깐 그녀가 그런 수모를 감수하고 있는 게 아니냔 의심을 하는 것도 이해를 못할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정보부에선 그를 그녀의 옆에 투입한 것일 터였다.


 그런 만큼 최대한 조심해서 좌를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보자마자 들끓기 시작한 성욕이 기어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그녀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것 앞에 터져버리고 말았다.


 "빌어먹을."

 이래저래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특히 그를 불쾌하게 만드는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여전히 '적'일 수도 있는 여자의 몸이 여태까지 그가 희롱한 여자들 중에서 가장 최고였단 점이다. 젊은 여자라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자기 나이뻘의 애까지 낳아서 전장에 내보냈다가 죽었단 그런 나이 먹은 여자의 육체에 푹 빠졌던 것이다.

 열등 민족의 여자에게 자신이 흠뻑 빠졌단 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수치심을 느끼던 터였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날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다.



 "일어나셨어요?"

 능숙하게 그의 나라 말로 인사를 건내는 그녀에게 그는 괜히 침을 삼켰다. 어제 그렇게나 몸을 섞어댔는데도 그녀는 수컷으로 하여금 욕망을 들끓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이런 년들이 가장 위험한 경우들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정보부에서도 그것 때문에 그녀를 요주의 인물로 꼽고 있는 것이리라. 마침 그녀가 그의 조국에 대해 원한을 가질 일도 분명했고.


 "부인, 어제 일은."

 "쉿."

 그녀가 자기 코에 손가락을 올리며 말하는 걸 멈추라고 신호를 보낸다. 저 여자는 이래저래 신호를 보내는 걸 좋아했다. 이것도 저 여자가 스파이일 확률이 높단 강력한 증거였지만, 그는 그녀의 몸짓 하나, 발언 하나에 집중하고 말았다.

 그래, 역시 요주의 인물이 될 만 했다.


 "어제 탈영병을 찾고 있더군요. 그렇지만 운 좋게도 그들이 물러갔어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그럴 순 없지 않겠어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죠."

 이 여자가 지금 자신의 앞에 들이닥친 일을 잘 해결하려면 그를 숨겨주거나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를 당국에 신고하고 체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거든 정보부에서도 그녀에 대한 시선을 거둘 터였다.

 그렇지만 그는 고작 떡정 한 번 든 것 갖고 대계를 그르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진의를 물었고, 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을 계속 데리고 지낼 순 없어요. 하지만 종종 들러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서, 오늘 밤까진 방을 빌려드릴게요. 하지만 내일 새벽엔 여길 떠나셔야 해요.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 오늘은 조용히 있어주세요. 알았죠?"

 뭔가 요상한 말이었다. 대체 왜?


 "부인께선 저를 도우시려는 겁니까? 어째서?"

 "원래 전 당신 죽이려고 했어요. 아들이 죽었는데 세상에 저만 남아서 홀로 살아남을 생각을 하려니 아찔해서... 근데 당신이 탈영병이란 얘길 들으니, 내 아들. 내 멍청한 아들이 그렇게라도 살아서 어미 곁에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

 "……."

 "당신도, 어머니는 돌아가셨어도 돌아갈 집이며 가족은 남아있을 것 아니에요? 어쩐지 동병상련 같아서 포기했지. 그렇담 남은 건 뭐겠어?"


 정교하게 연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 여자가 하는 짓을 봐선 그리 간악한 것 같진 않았다. 정 간악할 것 같았음 그를 죽이려 했네 어쩌네 하는 쓸데없는 말을 이런 상황에서 할 필요가 없었다.

 아, 어쩌면 지금 이것도 떡정이 들어서 이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녀가 정보부에서 요주의 인물로 간주할 정도로 위협적인 인물 같지 않았다. 순박한 건 몰라도 억센 동네 아줌마 같은 그런 느낌이다.


 "고맙습니다."

 이 집안 살림에선 과한 식사까지 대접받으려니 그는 괜히 불편했다. 그래도 배가 고팠기에 그는 먹었다. 그러는 도중에 그녀는 그에게 입을 옷을 내줬다. 남편의 옷이었던 것이나 아들의 옷이었던 걸 내준 걸 테지.



 "오늘은 일감 있는지 확인할게요. 오후에도 안 오거든 일한다고 못 오는 줄 알고 조용히 지내요. 점심 식사는 부엌에서 알아서 꺼내드세요."

 뭔가 숨기는 기색도 없이, 그가 식사를 하는 도중에 그녀가 저 말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 시점에 그는 그녀가 위험인물일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걸 느꼈다.

 '그래도 조사할 건 해야겠지.'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그는 그녀의 개인적인 공간을 자신이 침범하고 싶어서 그렇단 걸 인지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었다. 열등 민족이래도 말이 통하긴 하는 걸 보면 아주 열등한 건 아니겠거니 싶기도 하고, 일이 일인 이상에야 필요한 일이니 그녀의 방에 조사 차원에서 들어가야 했다. 결과?


 '별 이상한 흔적이나 징후, 서류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군. 비상금 정도가 고작이지만, 공작 자금이라기엔 민망할 정도야.'

 요주의 인물로 유지할 정돈 되지만, 위험 인물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어폐가 있는 상태란 것만 확인했다. 혹시라도 숨겨진 지하실이나 다락방 같은 게 있는가도 확인했지만, 지하실이나 다락방은 대놓고 나 지하실이요, 다락방이요 하는 것들만 있었다.


 그런 점에서 정말로 그녀를 위험인물로 격상시킬 요인은 딱 하나였다. 바로 탈영병이라고 알렸는데도 그녀가 그를 숨겨주고 있단 점 말이다.



 "오셨습니까?"

 그녀가 집에 들어오자, 그가 마중을 나오는데 그에 그녀는 문을 잠근 다음에야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탈영병이라면서 겁이 없으시군요?"

 "……."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그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됐어요. 추궁하려는 건 아니니까. 아무렴 그 쪽이 여기 오래 머물수록 피차 곤란해지는 입장이니까, 오늘 새벽엔 나가주세요."

 그 말에 그는 괜한 감정에 휩싸이는 걸 견뎌내며 말했다.


 "오늘 밤까진 있어도 된단 겁니까?"

 "……."

 이번엔 그녀가 대답을 않았다. 집 안에 들어와서 그의 옆을 지나가더니, 그제야 그녀가 답했다.


 "이제 와서 뭘 그렇게 망설여요? 일단 씻고 저녁 식사 해드릴게요. 그 동안 위층이나 아니면 어디 적당한 곳에 숨어있던가 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겁도 없이 옷자락을 풀면서 욕실로 향하는데, 그는 그런 그녀를 어제처럼 덮칠 생각은 감히 못 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가 마저 욕실에서 몸을 씻고 나오니 그녀가 옅게나마 화장을 한 게 눈에 띄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옆에 어제처럼 비슷하게 앉으며 말했다.


 "무슨 생각하고 계세요?"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그러면서 두 사람이 눈이 마주쳤다. 그가 말했다.

 "그럼 침실에 같이 좀 가주시겠어요?"

 그 말에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더니, 이내 품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그에게 건냈다. 어제 그가 건냈던 화대다.


 "도로 갖고 가면 생각해볼게."

 "……."

 "오늘 새벽이면 떠날 거잖아? 이런 아줌마한테 돈낭비 해서 어쩌려구?"

 "돈낭비가 아니라 입막음 비용이라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까?"

 그 말에 그녀가 그를 한 번 흘겨보더니, 이내 그의 주머니에 화대를 구겨넣으며 속삭였다.


 "그렇담 이거 도로 가져가. 이거 갖고 어떻게든 전쟁 끝날 때까지 살아남아. 그리고 전쟁 끝나거든 그 때 다시 와. 알았지?"

 남편도, 아들도 적이라던 자신들에게 잃었다던 열등 민족의 여자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구는 심리를 그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자란 늘상 이런 식이던가도 싶지만, 그럼에도 그는 차마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스륵.'

 어제는 그가 갑작스럽게 들끓었던 욕망 때문에 그녀를 2층 복도에서 겁탈했지만, 오늘은 두 사람이 모두 침실에 이를 때까지 별 다른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서로의 몸을 맛본 사이였기에, 침실에 들어오기 무섭게 분위기가 돌변했다. 두 사람은 너나 할 거 없이 바로 서로의 몸을 껴안고 더듬었다. 서로의 사타구니를, 가슴팍을 더듬으며 서로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했다.


 그가 옷을 벗은 다음에 그녀가 옷 벗는 걸 거들었다. 그런 다음에 침대에 걸터 앉는데, 이게 뭘 말하는지는 뻔했기에 그녀는 그대로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입이 자지를 받아들인다. 여태까지 몸을 섞어왔던 여자들 중에서 이 여자보다 능숙하고 기술이 좋은 여자들은 많았지만, 그녀의 입안은 마치 그의 자지를 격하게 환영하는 친척 아줌마처럼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 색다른 느낌에 그는 더는 버틸 수 없어서 그녀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자지를 그녀의 목구멍에 찔러넣고 목구멍 가득, 그녀의 뱃속을 가득 채울 기세로 사정했다. 어제에 비하면 많이 짧고 가벼운 것이었지만, 그는 그마저도 잘 받아내는 그녀에게 빠져들 것만 같았다.


 '꿀걱.'

 사정을 끝내고, 그의 귀두가 그녀의 압안으로 물러났을 때 그녀가 목구멍과 입에 고였던 정액을 삼키는 게 혀를 통해 전해졌다. 그 감촉에 그의 자지는 마치 청개구리마냥 그녀의 입안에 한 차례 사정을 하면서 이것도 마저 삼키란 식으로 굴었다.

 그녀는 그것마저도 삼킨 다음에 그의 자지를 청소했다. 그렇게 청소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는 유심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녀가 청소를 끝내고 귀두에 키스하는 걸로 마무리 짓고 입을 뗐을 때, 그는 그대로 그녀를 안아들며 그녀와 입을 맞췄다.


 잠깐동안, 그녀는 입술을 닫으며 저항했지만 결국 그녀가 눈을 뜨고 그와 눈을 마주치자 태도를 바꿔서 그녀가 입을 열고 혀를 오히려 내밀어서 그의 입안에 들어왔을 정도였다.

 그에 그는 자신의 입 안에 들어온 그녀의 혀를 엉망진창으로 얽어준 다음에 그대로 그녀의 입안에 혀를 밀어넣고 씨름을 했다. 그가 그 날 밤의 정사에서 제대로 기억이 나는 대목은 여기까지였다.



 "으응."

 새벽녘, 그녀가 침대 옆에서 잠꼬대를 하는 소리에 그는 일어날 수 있었다. 어젯밤의 격렬한 정사가 잠시 스친 다음에, 그녀가 알몸으로 있는 것이며 그의 팔을 껴안고 있는 걸 납득하고서 그는 그녀가 껴안고 있는 팔을 배려는데, 그녀가 도리어 힘을 꽉 주며 끌어안는 것이었다.

 그에 그녀는 그녀의 사타구니 근처를 손으로 문지르는데, 그제야 그녀가 눈을 뜨며 그를 봤다.


 "으응, 이제 떠나야 될 시간이구나?"

 그렇게 그녀가 놓아주는데, 그에 괜히 꼴렸다. 막 일어나서 자지가 발기한 상태이기도 했기에 그는 그대로 그녀의 위에 오르고 귀두를 보지에 갖다댔다. 그에 그녀가 눈을 조금 더 뜨더니, 이내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살아서 돌아오면 언제든지 해줄 거니까. 그래두 살아남기 힘들 테니까 특별히 지금만 봐주는 거다?"

 '푸욱!'

 '찌거억!'



 "조심해서 다녀와야 해. 알았지?"

 결국 그녀는 그 격렬한 섹스를 마쳤음에도 속옷에 옷가지까지 제대로 차려입고서 그를 배웅해줬다. 그에 그는 이틀 전 밤에 느꼈던 그 충동에 휩쓸리려던 걸 간신히 참으며 등을 돌렸다. 그런 뒤에야 겨우 답할 수 있었다.


 "신세진 건 반드시 갚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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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에 없던 걸 썼지만, 뭔가 삘이 왔기에 쓸 수밖에 없었다.


 '싸구려 비극'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바로 전에 문학 탭에 올린 그 글이 맞다. 제목 간에 연관성이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이것만큼 적당한 제목을 못 찾아서 '민간인 사찰'이라고 제목을 지어봤다.


 사정 설명하느라 정작 섹스에 대한 비중이 날아간 것 같은데, 다음 화 기약이 없는 이상에야 이건 아무래도 다른 이야기에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