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을 숨겨준 것에 대한 죄는 분명하지만, 물증이 없으니 함부로 속단하긴 이르다... 이게 자네 결론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의 말에 상급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다시 읽었다.


 그도 정보부의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었다. 정보부 사령부가 있고, 자기가 거기 소속이란 걸 아는 걸 빼면 정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의 관할이 아니었다. 딱 하나, 자신의 업무를 저 사람에게서 지시받고, 임무 결과를 저 사람에게 보고하라는 것. 그게 그가 아는 정보부의 실체였다.


 "그래서, 자네가 원하는 건 뭐지?"

 "비록 그 여자에게 물증은 없지만, 그녀의 사정을 생각하면 그녀 근처에 불순한 움직임이 벌어질 겁니다. 그걸 기다리다가 붙잡으면 정보부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냐면 정답이다. 하지만 이게 딱히 틀린 판단이라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가 그녀를 전담한단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정보부 요원이 붙어있거들랑 그 저열하고 역겨운 족속들이 그녀에게 접근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판단했다.

 그러다 아군 요원에게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네 족속들을 학살하고 점령지에서 물러났단 그 놈들이 그 여자에게 접근하는 것보단 차라리 이게 나은 것 같았다.


 "잘 됐군. 어차피 점령지 관리로 골머리를 썩이던 와중에 정보부에서도 인원을 차출하라고 하던데, 자네를 그 쪽으로 넘겨주는 게 좋겠군, 그래."

 그렇게 말하며 그가 배지를 하나 던지는데, 그걸 받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걸 보며 상급자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벡셀."

 "카흐라."

 "좋아, 그걸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우리들이 임무 개시하기 전에 소집 장소는 알고 있겠지. 행운을 비네."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군 수뇌부에선 적국의 주민이었던 자들의 불온한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정보부가 추진한 정책은 점령지에서 요주의 인물들을 자국 영토 내부로 소개시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도 싶겠지만, 적국의 주민들끼리 지내도록 하거든 적국의 첩보망이란 게 형성되기도 쉬웠다. 그 첩보망에 포섭되어 적극적으로 적성 행위를 할 요주의 인물들을 자국의 수용 구역에 몰아넣고서 통제하는 식이다.

 물론 민간인들의 불만이야 하늘을 찌르겠지만, 진정한 애국자라면 국가의 방침을 수용하고 순응할 터였다. 고작 그런 문제도 제대로 처리 못할 나약한 놈들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란 태도였다.



 "이주를 하라구요?"

 그렇게 그녀는 강제 이주 대상자로 선정되어, 하루의 기한만 짐을 챙길 시간만 주어져 기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객석이 아니라 화물, 짐짝처럼 실려서 그녀는 적국의 수용소로 이주했던 것이다.

 그녀가 남겨둔 짐은 보상을 해주겠다곤 하지만, 적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그녀는 그 탈영병에겐 살라고 해놓고 정작 저가 자살할 순 없어서 살아가던 터였다.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란 약속까지 했던 터인데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는 수용 구역의 아파트 단지에 배치됐는데, 여기서 그녀는 자신이 적국 남자와 같은 구역에 배치됐단 걸 알았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강제로라도 피를 섞어놓겠단 만행이었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꾹 참기로 마음을 먹었다.



 "안녕하세... 요?"

 그렇게 그녀는 이주지에서 낯 익은 얼굴을 봤다. 그 때 봤던 탈영병이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엄, 결국 붙잡혔는데 여기서 지내는 걸로 얘기가 됐습니다. 보다시피 여러모로 열악한 공간 아닙니까. 근데 부인께선 어째서 여기 온 겁니까?"

 강제 이주에 대해 그녀가 하소연을 하는데, 이에 그는 그 말을 들어주는 척 했다. 사실상 일의 전말을 아는 이상에야 깊게 동조하거나 공감하긴 어려운 얘기였으니 말이다.


 다만 그가 집중한 건 그녀와 가졌던 뜨거운 시간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도 그가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단 걸 느낀 것인지, 점차 하소연의 비중을 줄이더니 이렇게 주제를 전환했다.


 "어쨌든 다시 살아서 만나게 됐구나."

 "그렇네요."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서류상으론 초면이라지만 결코 초면이 아닌 두 남녀, 그것도 서로의 몸을 진하게 섞어대면서 교미했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남녀가 만난 것이다.

 더군다나 훼방을 놓을 사람도 없는데다, 애초에 이 구역의 목적 자체가 적국의 요주의 인물을 수용한 김에 좀 더 생산적으로 써먹잔 것이었다. 비록 나이차가 있다곤 하지만 둘 다 한창 때의 남녀란 건 분명했기에 그 둘은 서로의 몸을 껴안고 더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흐윽."

 신혼 때의 얌전하면서도 용암처럼 뜨거웠던 기억들은 지금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 같은 기억에 바스라지는 느낌이었다. 신혼 때에도 그녀의 보지는 자기 주인이란 걸 정하지 않았던 터였다. 그렇기에 그 이후에 그녀가 겪은 수모들도 견뎌냈던 것일 터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보지를 비집고 들어온 자지는 그녀의 심리마저 휘어잡는 마력이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상황이 그만큼 궁지에 몰려서일까. 아니면 그녀의 진짜 운명이 이런 것이었기 때문일까.


 "으흑! 흑!"

 그녀의 마음에 끼었던 서리가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자, 그녀는 울었다. 기뻐서인지, 슬퍼서인진 몰라도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런 그녀에게 정말로 다행인 것은 그가 그런 그녀의 반응에 겁먹거나 하지 않고,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뿌리 끝까지 집어넣은 채로, 그녀를 꽉 안아주고서 기다려준 것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을까.


 그녀는 손으로 그녀의 얼굴에 묻은 눈물을 쓱쓱 닦아내고선 그에게 속삭였다.


 "미안해. 살아있어준 거 너무 고마워서... 감정을 주체 못 했어."

 저 말이 뭐라도 된다고, 그는 갑자기 그녀의 보지가 좁아졌단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의 자지가 더 굵어지고 단단해지고 만 것이다. 그녀도 그의 자지가 반응을 했단 걸 알아서인지 뭐라 하려던 말을 삼키고 그의 시선을 피하는데, 그에 그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위험한 날이야?"

 "그, 무슨...?"

 "위험한 날이라고 말해."

 그 말에 그녀는 시선을 피하던 걸 거두고,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눈과 눈이 다시 마주친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응. 이대로라면 틀림없이 임신하고 말 거야."

 그 순간 그의 몸이 움직이더니, 이내 폭주하는 기관차라도 삶아먹은 것마냥 그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기억이 안 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억에 선명할 정도로 모든 게 엉망인 섹스였다.


 서로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따윈 없었다. 사정을 하거나 애액을 쏟아냈는지 여부조차 안 따졌다. 심지어 체위를 바꾼다거나 섹스 자체를 즐긴단 그런 것조차 없었다. 짐승의 교미도 이렇진 않을 정도로 오로지 성기의 마찰에만 극도로 집중된 변태같은 섹스였다.

 섹스를 통한 여흥보다도 그녀의 임신에 초점을 더 맞춘 것만 같은 그런 섹스였다. 이걸 섹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고, 차라리 능욕이나 강간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할 정도로 그는 그녀를 사정없이 쉬지도 않고 몰아붙였다. 도리어 그녀가 그의 상태를 걱정할 정도로 아주 세찬 기세였다.


 '팍! 팍, 툭! 투욱!'

 그렇지만 그 맹렬한 기세도 30분간 쉬지도 않고 이어지자 결국 그의 체력에 한계가 왔는지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니, 관성으로 허리를 놀리고 있는 것이지, 사실상 멈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에 그녀가 속삭였다.


 "좀 쉴래?"

 그 순간, 속력을 순식간에 높히더니 그대로 그녀의 질 안에 사정을 했다. 그에 그녀가 그를 보면서 그저 안아주려니깐 그가 말했다.

 "몸은 지치는데 자지는 계속해야 된다고 해서 미칠 것 같아."

 그 말대로였다. 여전히 그녀와 교미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그녀를 오늘 반드시 임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자지였다. 그에 그녀는 그를 끌어안아주면서 말했다.

 "내가 위로 올라갈게."

 그 말에 그는 지쳤단 말과 달리 그녀를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집어넣은 상태로 그녀의 아래로 기어들어가는가 싶더니, 체위 상하를 교대했다. 꽤나 능숙하게 두 사람은 서로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그렇게 반응을 하고보니, 그녀는 괜히 부끄러웠다.


 남편이 죽고 아들을 떠나보낸 다음에 그녀가 겪은 일련의 성행위는 거진 폭행이었고, 그녀가 남자의 위에 올라타서 봉사한 적은 사실상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들이 죽었단 소식과 함께 찾아온 사내에게 몸도 내주더니, 마음마저 내줬다고 생각하려니 그녀는 그런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조국이야 남편과 아들을 앗아갔으니 배신했다고 치자.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반지도 팔아치웠지만 그래도 아들을 위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치자. 그렇지만 아들은.

 죽은 아들에겐 이 사실을 어찌 밝혀야 하나.



 '스윽, 스윽.'

 '삐걱! 삐걱!'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녀는 몸을 앞뒤로 놀렸다. 위에서 아래로 찍듯이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기에 그녀는 그의 몸에 바싹 붙어서 엉덩이를, 온몸을 앞뒤로 놀리며 그녀의 몸에 들어온 자지를 온몸으로 문질렀다.


 "으윽, 좋아. 그렇게 계속..."

 "좋아?"

 "계속해줘."


 그리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자지는 좋다고 그녀의 몸 안에 정액을 싸질러넣었다. 아까 전에 거칠고 난폭하게 하던 섹스완 아무래도 다른 맛에 취한 모양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설명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일 테다.

 그녀의 의식은 굉장히 또렷했다. 그럼에도 뭔가에 취한 듯 몽롱하고, 논리란 게 없어진 것만 같은 기분에 그녀의 몸을 기계적으로, 그러다 조금은 변화를 주면서 그의 몸을 문질렀다.


 "으윽, 간닷!"

 "싸버려."

 그렇게 한 차례 더.

 '뷰붓! 퓻!'

 그렇게 싸고도 자지가 도무지 죽질 않는 것에 그녀는 신기했다. 남편도, 그 어떤 놈팽이들도 그녀의 몸에 이렇게 오래 머물려고 든 적이 없었단 점에서 더 그랬다.


 '스윽, 스윽!'

 '삐걱! 삐걱!'

 그렇기에 그녀는 다시 온몸으로 그에 대한 진심을 표현했다.



 "그만... 이제 그마안..."

 마지막 사정을 하면서 그가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그에 그녀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의 안색을 살폈다. 그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에 답하듯 그도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제 끝내야 할 때였다.

 그녀가 몸을 움직여서 자지를 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좀 도와줄래?"

 그에 그는 팔로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자기쪽으로 당겨서 자지를 뽑았다. 그 순간, 그녀의 보지가 머금고 있던 정액이 그의 배 위에 쏟아졌다.


 정액이라기보단 덩어리진 게 색깔만 하얀 선지 같은 느낌이었다. 핏덩이가 맺힌 것마냥 정액이 맺혀서 그 배 위에서 흐르지도 않고 모양을 딱 잡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 덩어리를 그녀는 마구 쏟아냈는데, 아마 그 와중에 나오는 물들은 그녀의 애액일 게 분명할 정도였다. 저렇게 진한 게 질에서 삐져나올 정도면 대체 얼마나 많은 게 아직도 그녀의 뱃속에 우글거리고 있을지, 두 사람은 상상을 굳이 하지 않았다.


 "아까워라."

 그녀는 그렇게 감상하면서 휴지를 찾았다. 그러다 손수건이 보이자 손수건으로 정액을 닦아내서 가뒀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에 그도 만족스러웠다. 그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만지작대면서 속삭이듯 말했다.



 "부인."

 "응?"

 "괜찮다면 씻을래요?"

 "같이 씻으면 위험하니까, 너 먼저 씻어. 난 식사 준비하고 있을게. 같이 씻는 건 이따가 하자."

 벌써 저녁이었다.



 아직 저녁밖에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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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괜찮다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둘이 오붓하게 됐으니 여기서 엔딩을 내는 것도 깔끔하겠다.


 안 그래도 최근에 충격적인 일에서 제대로 헤어나지 못 해서 그런 건가도 싶지만, 고작 그런 걸 갖고 이리도 충격을 먹었을까도 싶기도 하고 그런 상태다. 하기야, K-군대도 직접 겪은 마당에 그게 뭐가 그리도 대수일까. 그러니 지금 내 상태가 메롱인 건 날씨가 더워서 그런 걸 게다. 빌어먹을 코로나 때문에 에어컨 트는 곳도 제대로 못 가는 마당에 결국 목욕이나 샤워나 해야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 쓰고 정신 차려야겠지.

 여러분들도 몸조심 하길 바란다.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