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도 알겠지만, 지금으로부터 3시간 뒤 아군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된다. 제군들은 그 선봉에 서서 아군의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단 사실을 명심하도록."

 사망까지 앞으로 3시간, 전차병들은 3시간 뒤에 있을 공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자신의 임무를 숙지했다.


 전차와 전차병의 관계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최근 대세는 전차 1대에 전차병 1명을 태우는 것이었다.

 예전에 전차병을 여럿 태우던 이유였던 장전, 운전, 관측 등 여러가지 요인은 이미 네트워크전 교리가 완성되면서 전차 스스로가 해결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전차에 탑재된 각종 장비와 전차 외부에 마련된 아군의 기반이 전차병의 필요를 줄였다.

 그렇다면 아예 전차병을 없애자니, 이러한 무인 전차는 전투 상황엔 적합해도 도시를 점령하거나 하는 상황에선 불상사를 일으키기도 좋았다. 가장 대표적인 건 적군과 민간인 구분을 무인 전차는 사실상 못 한다는 점과, 민간인도 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단 게 그랬다.


 그렇기에 전투 상황에서 활약할 전차가 선두에 서고, 보병은 전차가 활약하기 어려운 지점을 확보하거나 점령하는 상태로 역할이 분화된 것이다. 그러다 클론 기술이 부각되면서 이런 상황은 더 심화됐다.

 클론이 있거들랑 전차병을 여럿 태워도 되는 게 아닌가도 싶지만, 이미 전차의 발전사가 1인 1차의 형태로 발전이 이뤄진 까닭에 관성적으로 전장에 나서는 병사들은 전부 클론으로 교체된 지금도 1인 1차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었다.


 왜 싸워야 되냔 고민이 없었다. 시민들 중에서 징집하거든 전쟁에 휘말린 것 자체에 부조리를 느끼게 마련이고, 이를 통제하는 데 비용이 들었지만 클론에게 있어서 그런 의문은 애시당초 용납되지 않는 사치였다.

 그저 싸워서 살아남으면 괜찮고, 죽거들랑 어쩔 수 없이 자기 임무는 다 마쳤단 것만이 그들에게 허용된 생각의 폭이었다.



 '드르릉!'

 사망 1시간 전, 그녀는 시동을 걸었다.


 클론 병사들이 전부 여군으로 채워진 이유에 대해서 말하라면 이래저래 많은 말들이 오갔다. 어차피 근력에 있어서 클론이거든 성별 구분이 없거든, 남자인 걸 죽이는 것보단 여자인 게 죽어나가는 게 적의 입장에서 피로도가 더 올라간단 말도 있고, 그저 높으신 분들 취향이란 말도 있다.

 결론을 말하라면 반반이었다. 종교상 이유와 같은 별별 이유로 여자에게 죽거든 천국에 못 간단 식의 인식을 가진 사회가 많은데, 그런 사회를 상대론 전투력에 별 차이가 없거든 여성 클론으로 부대를 꾸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으니까. 그리고 생산성의 문제도 있었다.

 괜히 남성형, 여성형 라인을 나누거든 그만큼 개발 비용은 개발 비용대로 깨지고, 생산비도 그만큼 늘어나서 비효율성이 증가한다. 어차피 전투력이 같다면 적어도 성별 라인은 통합하는 게 옳았다.


 그런 사정을 거친 끝에 전차병도 결국 여성 클론이었다. 전장의 일선에서 보이는 이들은 전부 여성들이며, 생리 현상 같은 비효율적인 면은 당연히 통제가 된 처지들이었다. 외형상 여자였고 기능도 여자라지만 정작 임신은 못 하는 식으로 구성된 부대원이다.

 그녀들은 그런 자신들의 사정에 별 다른 이의를 가지지 않았다.


 오늘, 곧 1시간 뒤에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만 인지하고 그 곳에 투입되면 될 일이었다.



 '투웅!'

 '콰앙!'

 사망 5분 전, 적 전차를 시야밖에서 레이더 관측이 됐기에 바로 해당 좌표에 포탄을 날렸다. 아쉽게도 아군의 다른 전차가 쏜 것과 같은 적을 쐈기에 탄약 낭비가 좀 있었지만, 기선 제압엔 성공하였다.


 "기동!"

 전차병 혼자서 전차를 운영하는 건 아무래도 심심한 일이다. 죽는 것도 자신이 죽는단 인지도 못 하고서 갑작스럽게 날아든 철갑탄이나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에 당해서 죽어나가는 것이다보니, 첫 전투에 긴장 좀 하고 나거든 그 다음은 무료한 작업의 반복이었다.

 누군가 알던 얼굴이 전투가 끝나고나면 사라져있지만, 이내 새로운 얼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런 나날들이 쭉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하는 짓이 굳이 기합을 넣지 않아도 작동을 시키면 알아서 작동이 되는대로 일일이 기합을 넣는단 것이다.


 "조준, 발사!'


 '투웅!'

 '콰앙!'


 상당히 지루한 작업이지만, 전투 과정은 꽤나 순조롭게 풀리는가 싶었다. 언제나처럼 사냥에 실패하는 일은 없었으니-


 '휘유우우우우웅!'

 사망 10초 전, 그녀의 귀에 울리는 소리가 점점 더 뚜렷해졌다. 무전으로 다른 이들도 위협이 감지됐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그녀는 뭘 해도 피할 수 없는 지점이니, 죽기 전에 한 발이라도 적군을 더 쏴서 죽이란 명령이 내려졌다.

 그에 그녀는 건조하게 외쳤다.


 "조준."

 7초 전.


 "발사!"

 5초 전.


 '투웅!'

 '콰앙!'

 2초 전, 성공했다. 하지만 그녀가 느낀 감정은 많이 다른 감정이었다.



 "싫어어어어엇!"

 그녀가 눈물을 흘리려고 할 무렵, 전신에 고통이 알알이 박히는 걸 느끼며 그녀의 의식이 멎었다.



 "으, 이번엔 누구 차례냐?"

 24시간 후, 전투가 끝나고 후발대 중에서 아군 자산의 회수를 맡은 부대가 그녀의 유해가 놓인 자리에 도착했다.

 항공폭탄에 정면으로 직격당한 전차라지만, 폭탄이 전차 내부를 파고든 건 아니고, 전차 옆에서 전차를 통째로 터트린 것이다보니 폭발에 직접 노출된 부위를 제외하면 딱히 크게 손상은 없어보였다. 물론 저 안에 있는 조종사였던 것의 상태는 많이 심각하겠지만은.


 "멘디."

 "야, 멘디! 확인하고 와. 구난전차 신호 때리고 있을 테니."

 "알았어."


 멘디는 클론은 아니었다. 다만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선택한 게 결국 군문이었는데, 전쟁에 휩쓸린 경우였다. 그래도 일선에서 직접 싸우는 위험 업종은 아니고, 일선에서 벌어졌던 참사를 며칠 지나서 수습하는 단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렇다보니 온갖 끔찍한 광경을 다 봤는데, 이번엔 뭐라고 할까. 평범했다.


 '끼익.'

 "윽, 씨발."


 차라리 폭탄이 전차 내부에서 날뛰었거든 해치를 열자마자 고약한 악취가 반기진 않았을 터였다. 적어도 화약 냄새에 중화가 됐을 텐데, 전차 안에 있는 조종수는 폭발의 충격에 몸이 버티질 못 하고 결국 숨을 거둔 경우였다.

 이렇게 되거든 몸뚱아리 형상은 비교적 괜찮은 것 같아도, 몸 속의 상태는 그야말로 심각한 상태였다. 온갖 오물을 머금고 있던 게 몸뚱이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죄다 쏟아내고서, 이제 전차 안에 숨어들었던 벌레들에게 먹히고 그들의 새끼를 사체가 품고 있을 단계였다.


 멘디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래도 1인승인지라 사후 수습이 용이하단 장점은 있었으니, 해치를 열고 거기 보이는 상태만 점검하고 바로 무전을 때려도 됐던 것이다.


 "여기는 멘디. 사체 한 구가 형체는 유지한 상태로 악취를 내뿜고 있다. 그 외 특이한 사항은 없다."

 전차가 파괴된 이유 같은 건 진작에 네트워크를 통해 파악이 된 터였다. 적의 항공폭탄이 전차 옆에서 터진 여파 때문에 전투불능이 됐단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런 전차는 정비를 거치면 재활용이 가능하니, 조종수만 새로 투입하면 전력 복구가 가능한 자원이었다.

 그런 다음에 멘디는 해치를 닫으려다 눈 뜨고 죽은 사체와 얼굴을 마주쳤다.


 '재수없게 뭐야.'

 멘디는 해치를 도로 닫았다. 동정심을 갖거들랑 눈이라도 감겨주는 게 도리였지만, 멘디 부대가 처리해야 될 전차가 이거 하나가 아니었다. 저 앞으로도 이렇게 터져나간 아군 전차가 수십 수백은 더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일일이 이런 식으로 죽었을 전차병들 눈을 감겨주는 것도 일이었다. 악취가 손에 묻는 것도 고역이다.


 그렇게 멘디는 복귀했고, 그들은 다음 조사지로 떠났다.



 '위이이잉-'

 그로부터 8시간이 더 지나고서야 구난전차가 그녀의 유해가 잠든 곳을 방문해서 수습에 나섰다.

 먼젓번에도 처리해야 될 게 많다보니 아무래도 늦어졌던 것도 있고, 이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가 지연되면서 구난전차가 투입되기엔 부적합하단 판정이 종종 올라온 까닭도 컸다.

 그렇지만 기어코 이 일대도 정리되면서 구난전차가 찾아와서, 그녀의 유해가 든 전차를 통째로 들어올려서 근처의 철도망으로 향했다. 그 곳까지 인도한 다음에 다른 전차들 중에서 회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걸 또 회수하러 갈 터였다.



 '쉬이익! 쉬익!'

 3시간 후, 그녀의 유해가 실린 전차는 유해를 빼낼 생각은 않고, 해치를 연 작업자가 전차 안에 분사한 연기를 맞고서 도로 해치가 닫혔다. 해치 안에 그들이 뿌렸던 연기의 정체는 소독제와 살충제, 그리고 탈취제가 섞인 것이었다.

 그녀의 몸에 기어다니던 벌레들이며 그 새끼들도 그녀처럼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정비소에 도착할 때쯤이면 전차 안에 살아있는 것이라곤 미생물 같은 걸 빼면 남아난 게 없을 터였다.



 5시간 뒤, 그녀의 유해가 들어있는 채로 전차가 정비소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열차편에 실려졌다. 짐칸에서 들썩거리면서 움직이는 와중에, 그녀의 유해도 서서히 자세가 무너지더니 그대로 전차 한쪽 편으로 꺾이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닥에 새우잠을 자는 것마냥 쪼그라져서 떨어진다.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여태까지 용캐도 자리에 앉아있었다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좌석에서 결국 떨어지는 사체가 절대다수였다. 오죽하면 정비소에서 유해가 꺼내질 때, 좌석에 앉아있는 것들을 '독한 것'이라고 표현할까 싶을 정도였다. 그녀의 유해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향했다.



 "새로 물건 들어왔다. 빨리빨리 준비해!"

 6시간이 더 지나서, 그녀의 유해는 정비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비소에 도착한 파손 전차들이 가장 먼저 거치는 단계는 전차 안에 있을 유해를 먼저 꺼내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건 전차 옆구리에 조그맣게 난 구멍을 열어서 그 안으로 탈취제를 다시 투입하는 것이다.

 살충제와 함께 탈취제도 집어넣었다곤 하지만, 미생물에 의한 분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에 그만큼 악취가 다시 풍기기 시작할 때였기에 탈취제를 넣어서 악취를 잡은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사체는 악취의 원천으로 자리잡고서야 다시금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이내 그녀의 사체는 포대에 싸여진 다음에 크레인으로 들어올려져 덤프트럭에 처박혔지만, 잠시나마 사체는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빛을 보는 동안에 그녀는 눈이 감겨졌고, 입고있던 전투복과 속옷이 벗겨진 다음에 그 과정에서 그녀의 몸에 붙었던 벌레들의 사체는 도로 그녀의 보지나 입속에 쑤셔넣어진 다음에 포대에 담겨졌고, 지퍼가 닫혔다.

 그녀 말고도 수두룩하게 많은 사체가 그런 식으로 처리된 다음에 덤프트럭에 가득 담기자, 덤프트럭은 클론을 재생산하는 공장으로 출발했다. 그런 다음에야 그녀가 타고 있던 전차에 대해 정비소가 할 일을 시작했다.



 4시간 뒤, 포대에 실렸던 유해가 덤프 트럭에서 와르르 쏟아졌다. 그 포대들은 바닥의 조립라인을 따라 이동하는데, 최종 단계에선 결국 집게로 포대가 하나씩 들어올려졌다.

 그렇게 들어올려진 포대는 적당한 장소까지 그 상태대로 옮겨지다가, 재생산을 위해 유기물을 녹이는 화학용제가 담긴 탱크 위에 놓여졌을 때, 집게손이 지퍼를 열었다. 그렇게 그녀의 사체는 화학용제에 빠져들며 녹아내렸다.


 군문에 들었단 이유로 번식 시늉도 못 내본 처녀의 사체가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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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얘기가 딱히 없다고 하기엔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구나.


 고어는 물론이고 야설도 손에 제대로 안 잡히고 그랬다. 이유를 말하라면야 이제 와선 미친 놈 하나 때문이라고 말하고 치울 일이다.

 그걸 접하고서 처음에 분노하고, 그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당혹스럽기도 했는데, 그런 다음엔 글을 쓸 때마다 뭔가 패배한 느낌이었다. 그런 것도 소재로 삼는 미친 놈들도 많고, 그런 미친 짓 없이도 꼴릿하게 써놓는 나보다 잘난 놈들도 많은데 내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이 글이 그걸 극복했단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며 올려본다.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 많았고,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