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서 졌다고?"

 "사체조차 제대로 회수 못 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지휘관은 침을 삼켰다.


 비록 '훈련'이라곤 하지만, 엄연히 실제 클론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형편이었다. 숙련병이란 개념도 없이 훈련이란 이유로 도살극을 벌이고 있는 거냐면 그건 좀 애매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죽어나간 병사들을 업사이클링 하는 과정에서 죽어나가기까지 기억들도 정보화한 다음에 '지식 주입'의 자료로 활용하는 까닭이었다. 이런 도살극을 벌일 때마다 전투력도 그만큼 증강이 된단 얘기였다.

 덤으로 실전에서도 비슷한 짓을 할 장교들을 훈련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이니 하는 짓이었다. 장교도 그렇게 따지면 지식 주입으로 비슷하게 하면 되는 게 아니냐면 그것도 나름대로 정답이지만 세상사란 게 어디 정답으로만 되어 있던가.


 이 도살극은 군사 훈련이기도 하지만, 일부에겐 연구 자료였고, 일부에겐 유흥거리였다. 그저 군사 훈련이랍시고 끝날 일은 못 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체를 회수 못 했단 건, 그저 전우의 시신을 못 챙긴 불명예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예 없단 얘기로군."

 "지금 남아있는 병력 상태론 이대로 말라 죽을 상황입니다."

 현재 전투에서 병력을 늘리는 방법은 전투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를 신병으로 교체하는 방식이었다. 클론 병사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하거든 그걸 회수해 원료로 삼거나 부상을 처치한 다음에 다시 전장에 내보내는 구조였다.

 실제로 전쟁이 벌어져도 비슷하게 돌아가니깐 훈련에서도 최대한 반영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클론 병사를 같은 무게의 콩을 쏟아부어서 만드는 것에 비하면 클론 병사였던 걸 클론 병사로 만드는 게 훨씬 싼 건 당연하니까.

 근데 그 사체를 회수 못 하고, 부상병조차 포로로 죄다 붙잡혀갔거든 사실상 해당 부대가 새로 병력을 충원할 방법은 없었다. 실전이라면 어떻게든 충원이 됐을 테지만, 적어도 지휘관도 교체되게 마련이다. 지금은 훈련이니까 충원이 없는 대신에 지휘관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있었다.


 "현재 부대 상황은?"

 "총원 1,008명, 전투병과 305명, 지원병과 703명입니다."

 "지원 병과 현황 자세하게."

 "공병 102명, 의무 73명, 정비 199명, 통신 284명, 보급-"

 "잠시만. 통신병 수가 왜 그래?"

 "전황 흐름의 파악이 빠르다보니 통신병과가 가장 많이 생존했습니다. 그들 덕분에 그나마 1,008명이 생환한 상황입니다."

 나름대로 절박하게 굴었던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지금 당장 필요한 건 통신병이 아니라 전투병이었다.


 '빌어먹을.'

 이런 상황에서 지원병과 인원을 전투병과로 바꾸는 방법은 없는 게 아니었다. 실제 전장에서도 여러 번 벌어진 일이긴 한데, 지원병과 인원을 쏴서 죽이거나 중상자로 만든 다음에 상부에 넘겨서 전투병과로 교체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냥 곱게 돌려보내서 전투병과로 바꿔달라고 하는 것보다, 해당 병과의 클론들을 죽인 다음에 그걸 새로 가공하는 게 더 싸게 먹히니깐 벌어지는 일이었다. 실제로 사관학교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었고.


 "공병 빼고 나머지 인원은 전부 전투병으로 교체해. 기갑 운용병 중에서 모자라는 인원 수 채우고, 나머진 보병으로. 준비 다 되거든 시작하자고."

 "알겠습니다."

 부관은 그렇게 말한 다음에 선별 작업을 위해 단말기를 분주하게 조작했다. 그러는 동안에 지휘관은 손이 떨리는 걸 멈췄다.


 아군 인원을 총으로 쏜다는 것부터가 어지간해선 못할 짓인데, 당연히 이 어지간하면 못할 짓을 전투병들이 했다간 프래깅은 억제가 되더라도 사기에 영향을 미쳐서 전투력에 큰 지장을 줬다.

 그렇기에 사실상 6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총으로 쏴서 시체로 만들어야 하는 건 지휘관과 부관의 몫이었다. 부관의 표정은 침착했지만, 그럼에도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필요하단 걸 알더라도 꺼릴 수밖에 없는 짓인 건 분명했으니까.


 "상부에서 승인 됐습니다. 이제... 작업을 시작하면 됩니다."

 그녀의 말에 지휘관은 침을 삼킨 다음에 말했다.

 "날 좀 도와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지원병과 중 공병 인원을 제외한 인원들은 장구류를 착용한 다음에 지정된 순서에 따라 보급고로 오십시오."

 전투에서 졌다면서 정작 보급창 같은 설비는 멀쩡한 거냐고 한다면, 애초에 병영과 같은 설비가 고정된 게 아닌 까닭이었다. 시공간 왜곡 기술로 인하여 캡슐 하나로 건물 같은 것도 쥐락펴락 하는 상태였다. 이런 캡슐들은 지휘관이 관리하고 있는 형편이었고.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캡슐 안에 건물을 죄다 집어넣는 식은 아니고, 좀 더 복잡한 방식이라고 하던데, 거기까진 지휘관조차 아는 영역은 아니었다. 다만 그 건물들 중엔 역할별로 구분이 되는 게 있었다.


 '보급고'라는 장소는 물건을 비축해두는 곳이란 이미지지만, 실상 이 보급고를 통해서 보급 자체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설비였고, 그래서 보급병들은 이런 보급고를 지키는 전투병의 성향도 어느 정돈 갖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보급고를 지키는 등의 수비적인 병력보단 최대한 공격이나 기습 등의 적극적인 전투를 수행해야 되는 병력이 필요하기에 보급 병과에 있는 병력들도 총으로 쏴서 전투병으로 교체하려는 것이다.


 "우리들, 이제 죽겠네."

 이에 대해 전달받은, 보급고로 오라는 지시에 해당되는 인원들이 보인 반응은 대체로 저랬다. 막상 일이 들이닥치거든 사람 같은 반응을 보이긴 하는데, 그 전까진 아무래도 자기에게 들이닥친 일이 아닌 것처럼 굴었다.

 하기야, 클론이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거들랑 보급 교리가 그렇게 쓸데없이 잔인하게 돌아가진 않고, 장비를 바꿔 끼워서 어떻게든 전투를 수행하란 식으로 굴었을 터였다.



 '…….'

 601번째로 보급고에 오라고 하달받은 인원은 의무병과 인원들이었다. 그녀들 같은 경우엔 경상자들 처치가 아직 밀려있으니, 그들의 상태를 최대한 진단하고 처방하는 상태였기에 가장 나중에 번호가 배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의무병들은 최후의 임무를 마치고도 한동안 시간이 남았는데, 이 시점엔 '작업'이 500번 대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들은 마치 일제히 짜기라도 한 듯 아무런 말도 없었다.


 애초에 그녀들의 역할은 그녀들이 필요한가 싶은 경상자를 상대하는 것 아니면, 사실상 회생 불가능한 이들을 안락사시키던 역할이었다. 그런 그녀들 입장에서 자신들이 살해당할 때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려니, 아무래도 뭐라 말할 기운도 없었다.

 아니, 사람의 죽음을 자주 접하다보니 원체 말이 없었는데 말이 안 나올 이유가 하나 생기니 그야말로 적적했다. 그런 와중에 그녀들의 숙소에 방송이 울렸다.


 "531~540번 인원은 보급고로 오십시오."

 덤덤한 척하는 것도 없이 해당되는 인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보급고로 향했다.


 하필이면 10명씩 묶여서 보급고로 오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601번은 저승길 길동무도 없이 혼자서 죽을 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려니 꽤나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단 생각도 했다.

 그렇게 순번이 점점 다가오면서 그녀도 결국 표정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뿐 아니라, 그녀의 바로 앞에 순번에 있는 인원도 표정이 무너진 상태였다. 저항할 순 없다고 해도 표정이 무너지는 건 결국 어쩔 수 없었다.


 "591~600번 인원은 보급고로 오십시오."

 마침내 앞선 순번까지 오자, 그들이 일어섰다. 그녀만이 남게 됐을 때,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인해 결국 눈물을 흘렸다. 어차피 이럴 순간이 오리라고 예상했지만, 이건 너무 싫은 기분이었다.



 "601번 인원은 보급고로 오십시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방송이 들리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대충 전투복 소매로 눈물을 훔쳐낸 다음에 애써 표정을 고치며 보급고로 향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토록 두려운 일이었는데, 막상 때가 들이닥치니 생각보다 평온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보급고 앞에 나서려니, 부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지 서있었다.


 "오셨군요, 601번."

 "할 말이라도 있나요?"

 "지휘관님께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당신을 601번으로 남겨뒀는데... 미안해요."

 부관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우리가 패배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테니까. 패배한 이상 감수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까 전에 그렇게 울어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건 참 신기한 일이었다. 부관의 표정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녀는 말을 이었다.

 "부관님,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우리들의 희생, 의미 있는 거죠?"


 "물론이죠."

 이대론 기회조차 없는 지휘관에게 그녀들이 죽어서 전투병으로 바꿔지거든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 딱 그 정도의 의미였지만, 누군가에겐 절박한 기회였다.


 "그럼 됐어요. 부관님, 수고하셨어요. 우리들의 희생이 의미있는 게 되도록 수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601번은 처형장에 들어갔다.



 처형장 내부엔 지휘관이 굳은 표정으로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엔 10개의 올가미와 거기에 목을 내걸 수 있도록 하는 자그마한 의자 같은 받침대가 놓여져 있었다.

 일이 진행된 시간으로 봐서 목이 졸려 질식할 때까지 기다렸던 건 아니고, 목이 졸리는 와중에 전기 충격을 가해서 살해하는 방법을 쓴 것 같았다. 실제로 지휘관의 옆엔 테이저 건이 놓여진 상태였다. 테이저 건이라곤 해도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출력을 내는 병기였다.

 다행히 시체더미 같은 건 없었다. 아마 시체가 된 다음에 부관과 같이 보급을 위해 제조사에 바로 그 사체들을 보낸 모양이었다.


 "지휘관님의 호출을 받고 왔습니다."

 그녀의 말에 지휘관의 시선이 그녀를 보는데, 그 눈빛엔 명백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그에 위축됐고, 지휘관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마지막이구나?"

 "……."

 그녀가 압도당해서 뭐라 말을 못 하던 때에 지휘관의 표정도 점점 누그러졌다. 그런 다음에 그가 하는 말이 이랬다.


 "내 얘기 좀 들어주겠어?"

 "얼마든지요."

 경상자들을 상대한다는 게 무슨 뜻이냐면, 부상은 심하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공황에 몰린 경우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전투 참가 경험이 많은 병사들이 주로 이랬는데, 그런 이들의 예기치 못한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따라 조치를 취해서 다시 전투에 투입하는 게 의무병의 주요 임무였다.


 "나 때문에 죽어갈 너한테 할 말은 못 되겠지만, 내가 무능해서 너희들을 결국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근데 더 무서운 건 뭔지 알아?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실패하는 거야. 실패해서 더 이상 살릴 이도 없이 그대로 밑바닥에 처박히는 것이지."

 "……."

 참 사치스러운 고민이었다. 클론이 장교 노릇을 하는 거라면야 애초에 이런 훈련에 낄 이유가 없으니 시민권자가 강화 육신에 동기화해서 이런 훈련을 치르고 있는 것일 텐데 뭔가 궁상맞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지휘관이 계속 말을 이었다.

 "사실...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뭔가 살아남아야 하는 게 옳은 건지조차 모르겠어."


 "지휘관님."

 "……."

 "마음 굳게 먹으세요. 앞서 희생된 자매들 모두 지휘관님의 기회가 되기 위해서 그렇게 쓰러져갔던 것이니까, 마음 굳게 먹으세요. 이미 일은 벌어졌고, 돌이킬 수 없다면 그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거에요. 이렇게 해서 얻어낸 것의 가치에 집중하고, 불씨를 살려내는 거에요."


 "……."

 "……."


 뭔가 아주 덤덤한, 그녀가 할 말이라기엔 상당히 이상한 그런 말이었다.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햇으니, 지휘관의 입장에선 얼마나 더 그랬을까.



 지휘관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음에 그녀의 몸을 뒤돌아세운 다음에 그대로 그녀의 전투복 하의 지퍼를 벗겨내더니 속옷째로 끌어내렸다. 그녀의 하체 맨살이 드러날 즈음에 지휘관도 지퍼소리를 내더니 뭔가 주섬거렸다.

 그런 다음에 그녀의 몸 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이내 그녀의 몸 전체를 장악한 것마냥 쫙쫙 퍼지기 시작했다. 그에 그녀는 최대한 반응하지 않으려 애썼다. 어쩔 수 없이 움찔거리는 것이며 숨을 헐떡이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 결국 그녀는 죽어야 할 판이니까.

 그녀가 최후까지 남은 건 결국 지휘관이 이런 작업을 하면서 받았을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위한 조치라고 부관으로부터 들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최대한 그 스트레스는 풀어야 했다. 그게 사실상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였으니까.


 '제발... 얼른 끝났으면...'

 수치심, 역겨움이 그녀를 관통했다가 억눌려졌다가 했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이것보다도 더한 경우가 있다거나 하는 건 아무래도 우스웠지만, 그녀가 맡은 일이 이런 것이었다. 그녀가 결국 이렇게 될 터였다.

 오히려 그렇게나 원하던 목숨줄이 늘어난 셈이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냔 생각마저 하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끝내 남아있는 수치심과 역겨움은 하는 수 없이 그녀가 소리없이 울게 만드는 이유였다.

 애써 눈물이 얼굴에 안 묻도록 바닥에 바로 떨어트렸지만, 바닥에 떨어진 눈물 자국은 어쩔 수 없었다.


 '뷰룻! 퓨퓻!'

 "……!"

 지휘관이 느꼈던 스트레스가 그녀의 몸에 스며든다. 그녀는 약한 오르가즘과 강렬한 스트레스에 휩싸여서 입을 열어 숨을 헐떡였다.


 '이제 끝나겠지? 그래, 끝...'

 '찌걱!'

 "흑!"


 실전 훈련이었다. 언제 적이 쳐들어와서 개판을 칠지 모르는 와중에 이러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에 뭐라 말할까 싶어 은근히 뒤돌아봤다가 지휘관이 짓고 있는 표정에 결국 정면을 쳐다봤다.

 그녀의 몸이 지휘관이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토해낼 때까지 감당하더라도 풀리지 않을 그 응어리에 그녀가 제압되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트레스를 마저 짜내는 데 동참했다.



 "헉?"

 지휘관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시계였다. 시계는 601번째를 이 곳에 부른 지 1시간이 지났단 말을 하고 있었다. 엄연히 실전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시간 낭비를 했다고 생각하려니 섬짓한 느낌이 들면서도 부관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으니 그를 믿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휘관은 자신이 자지를 박아넣은 601번째의 상태를 살피려 할 때, 그녀의 자세가 무너지면서 그대로 허리 위쪽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그에 지휘관은 황급히 자지를 뽑고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다.


 "이봐, 괜찮-"

 거기까지 말한 다음에 그는 어이가 없어서 쓰게 웃었다. 어차피 죽이려고 들었던 것도 있고, 이미 죽어있었던 것이다.



 그런 다음엔 그는 그 사체를 정중하게 떠나보냈다. 정중함관 거리가 100만 광년 멀어진 지 오래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렇게 그녀는 이번 훈련에서 발생한 사체들이 모인 곳으로 보내졌다.



 "의무병 시체잖아? 대조해봐."

 이 곳이 보통 클론들을 재가공하는 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생 작업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다. 보통은 그런 절차가 있거든 비용이 늘어난다고 그냥 원료로 만든 다음에 새로운 상품을 제조하지만, 지금 이 곳은 훈련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소모란 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고, 원료로 만든 다음에 재가공하는 것보단 소생 절차를 하는 게 더 싸게 먹히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총 맞거나 신체기관이 전기로 지져져 못 쓰게 됐다고 해도 그런 걸 교체하는 게 통째로 원료로 만들어서 가공하는 것보단 싸게 먹힌다.

 군용 클론과 민간 클론의 몇 안 되는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군에 종사하는 시민권자들 중에서 이런 것까지 아는 경우는 드물었다.


 "의무병과 확대를 요청하는 부대가 있습니다."

 "그래? 그렇담 소생시켜서 그 쪽에 보내."


 그렇게 성처리를 하다가 죽어버린 의무병에게 부활 조치가 이뤄졌다. 망가졌던 신경계는 교체됐고, 그녀의 몸 안에 있는 것 중에서도 교체가 필요한 부분은 교체가 이뤄졌다. 사타구니의 성기는 자궁째로 들어내진 다음에 새로운 자궁으로 교체된다.

 당연히 기억 소거도 진행됐다. 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그녀 생전에 쌓였던 경험들은 남겨뒀고, 이번 훈련에서 쌓인 전투 기술이나 노하우 등은 그녀에게 주입됐다. 그렇게 새로 단장을 마친 다음에 그녀를 원하는 부대에 호출됐다.



 '한숨 돌렸군.'

 훈련 시작 시점엔 상대측이 공세종말점을 앞당길 정도로 맹렬한 공세에 크게 당했다지만, 이후에 공세종말점에 부딪힌 적의 조직이 깨진 틈을 노려서 각개격파에 성공한 터였다. 그렇게 죽어나간 아군의 사체와 적군 사체, 포로 등을 부대원으로 바꾸면서 지휘관은 제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에 이르러서 그는 적의 지휘부를 급습하여 적의 지원 병과 대다수를 포로로 잡고, 아군측과 연계해 포위 작전을 실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상점이 그리 나쁘진 않겠단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만큼 침착하게 굴면서 그는 포로를 확인했다. 아군 병력을 죽이는 걸 아군에게 맡기는 건 못할 짓이었지만, 적군 포로를 사살해서 보급고를 통해 아군 병력으로 바꾸는 건 아군에게 위임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지휘관은 차근차근 포로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러다 지휘관이 발걸음을 멈추고 포로 하나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딘가 낯이 익군 그래."

 "……."

 "어디 제조사 출신이지?"

 "M양행입니다."

 의무병과 클론을 왜 제약사에서 만드는가 싶을 텐데, 요즘 제약이나 의료기기를 다루는 의료 관련 기업들은 해당 기기를 다룰 수 있는 이들도 같이 묶어서 팔고 있는 상태였다. 애초에 클론 제조 자체가 생물공학의 영역에 있다보니 한 다리 건너면 있는 관계이기도 했고.

 그렇다보니 군용 클론도 의무병과는 제약사에서 제조된 클론이 납품되는 경우가 잦았다.


 "너희들이 개죽음 당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이 이런 이상에야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진 않겠지."

 영문 모를 소리였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지휘관도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포로들을 점검하러 앞으로 나갔다.



 "부관."

 "네, 지휘관님."

 "저들, 살려준다고 해도 소용 없겠지?"

 그 질문에 부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든 저들은 훈련용 클론이니깐요. 훈련이 끝나면 모두 살처분당할 뿐입니다."

 "그랬었지."

 지휘관이 넋두리를 하는 듯 말하는데, 그런 다음에 지휘관이 결심을 했는지 이렇게 말을 맺었다.


 "포로 처리와 사체 교체 등은 맡길게. 하던대로 처리하자고."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다면 지금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최대한 아군으로 바꿔놔야 옳았다.



 '탕!'

 '타당! 탕!'

 잠시동안 보급고 근처에서 총성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질질 끌 이유따위 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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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어라기엔 상당히 애매한 내용인지라 고어 갤에 올릴 수위는 못 되는 것 같지만, 고어 비스무리한 내용이 나오니 간판에 고어라고 달아봤다.

 분명 이런 글을 쓰려고 빌드업을 저렇게 한 건 아닐 텐데, 이상하게도 이런 글이 나온 것 같다. 다음 번엔 좀 더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다.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