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됐든 덤벼!"

 태어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녀는 벌써부터 자신만만했다. 하기야 그녀는 태생부터 엘리트 첩보 요원. 비록 전투 테스트에 동원됐다곤 해도, 이런 데 흔히 끌려오는 잡졸 사양의 클론들에 비하면 당연히 수월하게 테스트를 통과할 게 자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엘리트였기에, 이 시험의 내용이 뭔지도 알았다. 듣기론 클론 병사들이 된통 놈에게 당했기에 전투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테스트한다고 했는데, 그만큼 난적이긴 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장비조차 졸병급들은 엄두도 못 낼 것이 주어진 마당이다.


 '처벅-'

 "……!"

 그러나 그녀의 자신감은 한순간의 기척과 함께 싹 날아가버렸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고, 그저 미세하게 저 문 건너편에서 뭔가 움직인 기척만으로도 그녀는 공포에 질렸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본 다음에 실험을 진행하는 이가 형식적인 방송을 했다.

 "곧 실험 대상이 나오니, 준비하도록."

 말은 그랬어도 그녀가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애초에 전장에 실제로 내보내는 클론 병사들도 아무런 저항도 못 하다 포식당하거나 모판이 되는 판이었다.

 애초에 놈들을 생포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고, 모판이 되어버린 걸 구출해서 그 뱃속에 있던 새끼를 인공적으로 성장시킨 걸로 시험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놈들을 통제하는 데 애먹어서 여러 연구소가 날아갔고, 아예 행성단위로 궤도 폭격을 때린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괴물을 상대로 기껏해야 엘리트란 의식을 빼면 클론 병사와 최대한 유사한 사양이거나 그보다 열화된 점이 있는 실험체인 그녀가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엘리트 의식 같은 걸론 놈의 정신 제압을 막을 수 없단 것 정도의 성과는 거뒀지만, 그 다음 일은 뻔했다.

 장비가 좋다고? 장비가 좋다고 해봐야 우주 함대에 달린 궤도 폭격 장비 같은 거라도 되는 게 아니거든 별 의미가 없었다. 포병 장비 같은 걸로 제압할 수 있거든 진작에 멸종시켰지, 연구소며 행성이며 두들겨 부순 놈들을 어떻게든 연구하려고 애쓰고 있진 않을 터였다.


 그러니 그저 미리 묵념하고 조의를 표한 다음에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을 여과없이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히익!"

 놈들의 형체를 굳이 표현한다면 촉수 다발이 뭉쳐있는 형상이었다. 그리고 이 촉수다발들이 수정란을 만드는 방식은 생선처럼 체외수정을 통해서 만드는데, 정작 자기네들 몸뚱이론 수정란을 부화시키는 작업을 못 했다.

 그래서 외부종의 몸을 빌리는데, 그저 모태를 제공할 수 있거든 어디든 상관없었다. 조류처럼 아무 때나 알을 낳을 수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태내 수정을 하는 동물에 자기네들 수정란을 집어넣어서 자기네들에겐 없는 모태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찌릿!'

 "크하악?"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해당 생물의 모태가 될 부위를 찾느냐면, 전기 자극을 통해 신체 구멍에서 분비되는 액체의 성분을 분석했다. 애액의 성분 같은 것에 가장 잘 반응하는데, 비슷하게 암모니아, 요산 같은 것에도 반응성을 보였다.

 실제로 남성 클론의 엉덩이 구멍에 암모니아를 듬뿍 발라두니깐, 전기 충격을 가한 다음에 엉덩이 구멍에 수정란을 진입시킬 정도로 반응했다.

 보통 수컷들은 생식기가 돌출되다보니 암모니아가 몸에 묻을 여지가 별로 없다보니 반응을 보고 감지가 안 되거든 그대로 포식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른 반응인 걸로 봐선 암모니아에 반응하는 건 분명했다.


 지금 같은 경우는 엘리트 의식이 효과가 없단 것 말고도, 그녀가 입은 옷이 라텍스 재질로 꽁꽁 싸맨 상태에서 치르는 시험이었다.

 그러니까, 전기 자극을 가해서 오줌을 분비되는 게 유도되더라도 암모니아 같은 걸 감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구는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 가설에 따르면, 그대로 포식하는 게 정답이었다.


 '찌익, 찍!'

 하지만 놈도 라텍스 재질에 들러붙더니 그게 못 먹을 것이라 여긴 것인지 이빨로 라텍스를 찢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그녀의 라텍스 재질 옷이 찢어지면서 그녀의 오줌보가 터져 고였던 부위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에 놈의 반응도 달라져서, 라텍스를 다 찢기도 전에 그대로 그녀의 보지며 항문이며 ,요도며 가릴 것 없이 구멍이란 구멍에 파고들었다. 그에 그녀가 비명을 꺅꺅 질러댔지만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생태였기에 그들은 신경도 안 쓰고 그대로 강행했다.


 놈들과 처음 조우했던, 그리고 대처법을 파악하기까지 희생됐던 클론 병사들처럼 그녀도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겁탈당했다. 단순히 심리적으로 위축당한 와중에 능욕당한단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차원도 있지만, 촉수란 놈들이 꽤나 탐욕스러운 탓도 컸다.

 그저 번식 모태로 쓰거들랑 몰라도,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는 데 몇 시간 정도면 충분하니깐 그렇게 세포 분열이 이뤄지기까지만 살려두면 된단 식이었다. 그러니, 보지나 항문에 파고들면서 그 살점을 물어뜯는데, 절반은 자기네들 먹을 것이고, 절반은 태어날 새끼들을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실제로 클론 병사들처럼 무식하게 내구성과 회복력이 튼튼한 몸뚱이가 아니고서야 새끼가 부화되기 전에 어지간한 포유류는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명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주제에 살아남거든 살아남는대로 또 고약한 상태로 변했고.


 '싫어, 이런 건 엘리트다운 게 아니야... 싫어엇!'

 그 와중에 엘리트 의식이 투철한 그녀는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진 않았는지 엘리트 타령이었다. 이 와중에 엘리트 타령을 하는 게 정상인진 의문이지만, 적어도 엘리트 타령 덕택에 그녀의 정신은 아직 회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몇 년동안 휴양을 취하면서 안정을 취하면서 기억 소거 조치도 어느 정도 취하면 그렇단 얘기인데, 당연하지만 중대한 위험 생물과 접촉 실험을 치르는 클론을 실험 도중에 멈추고 적당한 조치를 취한 다음에 그렇게 애지중지 아껴줄 이따위 없었다.

 그런 걸 정 원한다면 이걸 바탕으로 뽑힌 자료를 통해서 그거 유사한 상황을 지식 주입으로 넣은 물건을 취급하지, 실험을 정말로 치르는 걸 VIP에게 상납할 이유따위 없었다. 뭔 위험이 도사릴지 알고 그런 간덩이가 부은 짓을 한단 말인가.


 달리 말하면 현장에서 놈들에게 당했을 클론 병사들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이미 정신적으로 제압당하고, 보지에 이물이 들어오는 와중에 저항도 못 하다가 보지가 긁히고 파먹히는 고통을 자신이 직접 겪든, 옆에서 지켜보든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여러 개체가 뭉쳐서 군체를 이루고 있다보니, 달리 말하면 옆에서 한가롭게 지켜만 보는 경우는 없고 다 같이 보지에 들어온 이물 때문에 비명을 지른다고 전우애 같은 게 샘솟은 걸로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실컷 당하면서 끝내 다들 정신이 무너져서 뭔가 정보를 캐내려 들거든 그저 단편적인 정보만 입수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고통스럽다거나, 비명을 지른다거나, 공포에 질렸다거나 하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누구나 그렇게 서술할 정보만 생존자들의 뇌에 남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놈들에게 당한 부대는 놈들이 지나간 이후에 구조대들은 한결같이 살아있는 시체더미를 봤단 소감을 남길 정도였다. 차라리 죽어서 널부러져 있는 시체더미를 치우는 게 더 낫단 식의 증언만이 놈들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최대한의 한계라 해도 좋았다.

 안타깝게도 시민권자들 중에서도 비록 업무 상 사용되는 육체를 통해서라곤 해도 직접 놈들의 악명을 겪은 경우도 있었기에, 지금 이 사안은 그만큼 중대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엘리트 의식을 제외하면 하나도 엘리트가 아닌 실험체따위 얼마든지 소모할 수 있는 싸구려 소모품이었다.


 그토록 숱한 클론들의 시체로 이룩한 산과 시민권자들의 피와 눈물로 인해서, 놈들은 이제 고작해야 지식주입으로 양산된 엘리트 의식 하나밖에 기댈 곳이 없는 싸구려 소모품 하나로 실험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을 정도까지 통제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었다.

 아직 인류의 승리 운운할 단계는 아니었지만, 최근까지 마주친 인류의 고난을 드디어 돌파한 것이다. 여기서부턴 대개 일사천리였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소탕 및 포획 작전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 와중에도 부주의로 인한 희생이 나오곤 있었지만 말이다.



 "아흐윽?"

 그 와중에 그녀의 정신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아마 그녀의 내장에 자리잡고 있는 생체 블랙박스, 현장에선 '기생촉수'란 식으로 불리고 있는 물건이 놈들에게 심각한 훼손을 입은 게 분명했다.

 뇌는 정신제압과 육체적 고통에 짓눌려져 지식 주입으로 새겨넣은 정보조차 타격을 입을 정도라지만, 그래도 생체 블랙박스가 멀쩡했거들랑 접촉 초기에 정보가 없다고 대규모 희생을 무릅쓴 작전을 벌일 이유는 없었을 터였다.

 그러나 놈들은 아주 지독한 놈들이라서 생체 블랙박스조차 자기네들 먹거리로 삼거나 모태로 만들어놓으며 훼손했다. 저들 딴에는 본능적으로 그랬던 게 분명하지만, 이것 때문에 인공위성을 띄우고, 나노봇을 대거 살포하며 기반을 마련해서 정보를 수집한 걸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정보 수집을 위한 기지를 세우고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클론 병사들이며 현장 요원들이 쌓아올린 시체는 숫자만 들어도 징그러울 정도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크흑, 흐윽!"

 결국 그녀는 모든 희망이 꺾인 것인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정신 붕괴의 수준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단 식으로 돌아섰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당장 구해야된다고 경고하진 않았다. 그녀는 애초에 저렇게 될 걸 상정하고 제작되어서 실험되고 있는 것이었기에.

 물론 그녀가 멀쩡히 살아돌아오거든 바람직하겠지만, 애초에 엘리트 의식과 몇몇 장비를 빼면 일선에 투입되는 클론 병사와 그리 다를 게 없는 사양이었다. 얼굴 정돈 다르긴 하지만, 외모가 다른 거야 이런 실험에서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녀가 엘리트였던 건 그녀 스스로가 그렇게 자부하고 확고했기 때문인 것밖에 없었지만, 그녀 스스로 엘리트가 아니란 걸 통렬히 깨달은 이상에야 그녀는 더 이상 엘리트일 수 없었다. 애초부터 엘리트가 아니었다곤 해도, 본인 스스로가 엘리트가 아니란 걸 인정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그녀는 엘리트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실험 자료를 뽑아내기 위한 고깃덩어리에 신선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능이 탑재된 것에 불과했다.


 그녀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이렇기에, 그래서 그녀의 정신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었다. 차라리 실험이 아니라 실전에서 이런 상황에 처한 거라면 어떻게든 그녀를 통해 정보를 얻겠단 기대로라도 엘리트 의식이 기대어 끝까지 버텼을 테지만, 아무래도 실험 상황에선 이게 한계였다.

 그렇게 그녀는 엘리트도 뭣도 아닌 존재로 전락하는데, 그 순간 그녀가 느낀 감각은 그야말로 진흙탕에 엎어진 것도 모자라 적군의 군홧발에 머리를 짓밟혀서 일어서지 못 하는 상태에 처한 이들이나 느낄 법한 감정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저항 같은 걸 하자니, 그녀의 의지는 놈들에게 구속당해서 그런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도 나름대로 놈들에게 당한 이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는데, 하다못해 자살하는 것조차도 못 하고 잔인하게 짓이겨지는 까닭이 분명했다.


 그렇게 그녀는 놈들과 실전을 겪은 이들이 어떤 식으로 정보가 제거됐는지 자기 한 몸을 다 바쳐서 알아냈지만, 더 이상 그녀는 그런 사실을 생각해낼 수도, 그것에서 위안을 얻을 수도 없는 처지로 전락한 상태였다.

 모든 게 의미가 없어져서 그저 이 고통의 시간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그녀의 의식이 전환되는데, 이런 와중에 연구원들의 반응은 이랬다.


 "이 정도만으론 모자라. 뭔가 더 있어야 해."

 "아직 끝난 거 아니니, 조금만 더 살펴보죠."



 "여긴."

 악몽이라면 끔찍한 악몽이었지만, 다행히 이건 어디까지나 엘리트 요원의 정신력 함양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였다. 이 정도로도 나가떨어질 것 같으면 애초에 엘리트로서 실격이었던 것이니, 이 정돈 가뿐했다.

 도리어 지금처럼 정신이 맑은 적도 없으니, 그야말로 그녀는 새로운 경지로 올라선 느낌이었다. 한층 더, 엘리트란 이름에 걸맞는 존재로 거듭났단 느낌에 휩싸인 채로 그녀는 지식주입기를 떼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뭔가 이상했다.


 '뭐야. 아직도 하고 있는 건가?'

 아무도 없었다. 으레 이런 상황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대기하고 있는 감독관도, 같이 교육을 받고 있는 자신과 똑같은 형태의 요원들도 온 데 간 데 없이 그녀 홀로 이 자리에 우두커니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녀는 이것도 일종의 시련이겠거니 싶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할 일은 최대한 물건을 챙길 건 챙겨서 생존을 위해서 뭐든지 해야 되는-


 '큭?'

 그 순간, 그녀는 악몽과도 같던 시련에서 느낀 감각이 그녀의 몸을 지배하는 걸 느꼈다. 놈, 놈들에게 정신적으로 제압당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 해서 저항도 제대로 못 하고 그대로 겁탈당하고 고통을 겪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그녀를 관통했다.

 그녀의 눈빛이 한순간에 죽어버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뭔가가 세차게 쏟아지는 걸 느꼈다.


 '이래서야 엘리트로선 실격...'



 "실격……."

 '움찔!'

 한순간에 그녀의 몸을 관통한 통증에 그녀는 눈을 크게 치뜨며 정신을 차렸다. 그 강렬한 통증에도 그녀의 몸뚱이는 나름대로 클론 병사 사양은 됐기에 버텨냈기에 몸뚱아리를 움직일 기력은 보존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바로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보지에서 쏟아내고 있는 걸 통제할 수 없단 걸 느꼈다. 그래, 이미 그녀는 더 이상 가망이 없는 몸이었다. 그녀가 최후에 느낀 인식이었다.



 "아무래도 이 놈들, 신경 장악도 하는 모양입니다."

 "신경 장악이라니? 놈들이 기생충 노릇이라도 한단 말이야?"

 그 말에 보고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놈들과 공생하던 기생충이 번식 과정을 거치면서 모태에 침입한 모양입니다. 이 놈이 뇌신경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그에 모든 의문이 완전히 풀렸다. 어지간한 뇌신경 기생충은 생체 블랙박스, 그러니까 기생촉수와 경쟁 관계라서 도태되기 마련이지만 기생촉수가 이미 번식 과정에서 박살이 나기에 놈들에게 내장된 기생충도 수정란에 함께 묻어나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놈들과 공생하는 기생충이 모태로 가면 이 놈들이 놈들의 수정란이 부화하기도 전에 모든 증상을 일으키는 원흉으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을 하기에 그러냐면 다른 게 아니었다.


 "해당 기생충 샘플 분리하고, 기생충 샘플로 이뤄진 시험 준비해. 해당 실험체는 즉시 재사용하고 폐기 절차 밟아."

 원래 같으면 폐기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지만,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클론으로 시체를 쌓아가면서 안전을 확보한 상태였다. 실험체를 재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재사용 지시를 내린 것이다.

 "알겠습니다."

 덕택에 그녀의 몸뚱이는 좀 더 오랫동안 명줄이 연장됐다. 어차피 엘리트가 아니었다곤 하지만, 엘리트 쭉정이만 남아버린 그녀의 의사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좋아, 덤비라구!"

 즉각적으로 실험 설계가 새로 됐고, 그녀의 상대는 그녀와 똑같은 모델로, 사실상 동일한 과정을 거친 엘리트 요원이었다. 당연히 겉만 엘리트, 정신적인 요소만 엘리트였지 나머지 요소는 그녀와 다를 바 없는 실험체다. 슈퍼 솔저 사양은 못 됐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그저 체력이 약해진 자신과 똑같은 모델을 상대하는 것이겠거니 싶어서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


 '퍼억!'

 동일한 사양의 기종이라고 가정했을 때, 놈들에게 이미 당한 경우엔 뇌에 정보가 깔끔하게 날아갔다곤 해도 본능적인 영역만큼은 훨씬 더 강렬해진 상태였다. 육체적 조건도 항상성의 제약을 받는 정상 상태와 달리 뇌신경 기생충에 의해 폭주하고 있어서 훨씬 더 강하다.

 대략 보통 클론이 유사시에 3배 출력을 낼 수 있다면, 놈들에게 당한 몸뚱아리는 7배가 솟아난다고 보면 됐다. 이렇게 피지컬 차이가 거진 2.5배까지 나거든 게임은 더 볼 것도 없었다. 무기를 들고 있느냐 없느냐 차이조차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커헉?"

 그렇게 또 다른 엘리트 요원은, 엘리트임을 포기한 엘리트 쭉정이가 폭주한 것에 그대로 농락당했다. 그리고 엘리트 쭉정이는 그대로 그녀를 온 몸으로 덮친 다음에 사타구니로 그녀의 사타구니 근처를 부벼대며 희롱에 여념이 없었다.



 이게 또 놈들에게 당한 경우 중에서 골 때리는 증상이었는데, 이게 놈들의 번식에 도움이 됐든, 기생충의 번식에 도움이 됐든 일단 놈들의 수정란을 품게 된 몸뚱아리는 죽어 있거든 그 상태대로 놈들의 번식장이 된다.

 헌데, 클론 병사들처럼 내구성과 회복력이 높아서 그 모든 과정을 겪고도 몸뚱이를 움직일 수 있는 상태거든, 정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최대한 저와 비슷한 종족이 보이거든 그 상대와 서로 몸뚱아리를 겹쳐댔다.

 이건 성별 같은 건 상관없이, 서로 결합할 수 있는 상태거든 최대한 결합했다. 어느 한 쪽이 죽어있는 것 여부는 상관없고, 일단 서로 몸을 포개서 자지를 집어넣든, 보지를 맞대어놓든 간에 그렇게 맞댄 다음에 성교 비슷한 짓을 했다.


 당연히 정상이 아닌 몸으로 성교를 견딜 수 없으니, 보통은 그렇게 성교를 치르다 사망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번식장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되는 식이다. 근데 말했다시피 클론 병사는 내구성, 회복력이 좋아서 놈들이 부화해서 안에서 살점을 파먹는 게 아닌 이상에야 살아있었다.

 이렇다보니 이게 단순히 서로 보지를 부벼대든, 성기를 결합하든 하는 형태에 가만히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희생양을 물색하도록 조종을 하는 경우도 있단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바탕 습격이 끝난 직후에 해당 기지를 수습하러 보낸 부대나 구조대가 2차 피해자가 되기 쉬운데, 이미 한바탕 능욕당한 다음에 저들끼리 물고빨고 있는 광경을 구조대가 목격하게 되는데, 이 시점엔 이미 늦어서 물고빨고 하던 애들이 멀쩡한 애들을 보고 덤벼든다.

 좀비까진 아닌데, 초기엔 그게 정신적으로 붕괴된 아군이 성욕 해소를 통해서라도 극복하려는 움직임 정도로 취급하고, 난데없는 성교에 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몸에 있던 수정란이나 기생충 등이 상대방에게 옮겨지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또 부대가 실종되거든 3차 구조대를 보내서 또- 라는 식의 일이 많이 벌어졌다.



 "크흑? 쿱!"

 그나마 2차 피해자는 1차 피해자와 달리 보지가 긁힌다거나 딱 봐도 상태가 심각해보이진 않으니, 이게 작전에 투입된 직후에 이상 반응이 없다고 그대로 본대로 복귀하거나 궤도상에 복귀했다가 뇌신경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수정란이 부화된 것의 먹잇감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다만 이런 특징 덕택에 초기 연구를 그나마 시작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 와서 이런 실험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1차 피해자를 상대로 하는 와중에 2차 피해를 어떻게 막느냐를 모색하는 것에 가까웠다.

 쭉정이가 지금은 알몸이어도 한때 라텍스 재질의 옷으로 몸을 둘렀던 것처럼, 지금 쭉정이에게 제압당해 강제로 키스를 당하며 능욕에 휩쓸린 그녀도 라텍스 재질로 온몸을 두르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아무래도 라텍스 재질은 2차 피해를 막는 덴 부적합한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1차 피해자가 아무리 본능에 지배당한다곤 해도 자기 몸뚱이 상황에 맞춰서 상대방 몸뚱이 상태도 알았기 때문이다. 뇌신경 기생충이란 게 의외로 이런 정보 파악은 잘 하니, 놀라울 것 없는 현상이다.

 1차 피해자는 겁탈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2차 피해자가 입고 있는 바디슈트 지퍼를 내려서 벗겨내고, 그녀의 보지를 엘리트 보지에 밀착시켰다.


 보통은 이 상태에서 1차 피해자들끼리 서로 엉겨붙은 상태로 뱀이라도 된 것마냥 진득하게 교미를 하다가 숨이 끊어지거나, 2차 피해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달려드는데 지금은 2차 피해자측이 쉽사리 저항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원인은 저 엘리트의 몸에 내장된 생체 블랙박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뇌신경 기생충이란 게 생체 블랙박스와 경쟁하거든 아무래도 밀리게 마련인데, 생체 블랙박스가 뇌신경 기생충이 엘리트 요원의 몸뚱이를 장악하도록 놔두지 않고 저항하는 모양이었다. 1차 피해와 달리 2차 피해에서 이 생체 블랙박스가 공격에 노출될 일도 없었다.

 일반 보병엔 생체 블랙박스가 아예 없진 않더라도, 요원 사양에 넣어주는 것에 비하면 품질을 포기한 걸 집어넣는데, 요원 급에 넣어주는 장비인지라 꽤나 저항을 거칠게 했다. 그리고 애초에 놈들과 전쟁을 벌이다시피 하면서 여러가지 사항이 개선됐는데, 생체 블랙박스도 개량된 것이다.

 기존 물건에 비하면 상당히 저항을 잘 하는데, 이러한 장비 테스트도 이 실험의 주요 목적이었다.


 '으윽... 윽!'

 하지만 그것이 생존을 보장하진 못 했는데, 거진 1시간동안 이어진 저항 끝에 생체 블랙박스는 이상이 없는데, 엘리트란 자부심을 끝내 버리기도 전에 몸뚱이가 지쳐서 그대로 쭉정이에게 주도권을 빼았기고 호흡도 제대로 쉬지 못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저항하다가, 끝내 그녀는 엘리트 의식을 버리기도 전에 탈진해서 뻗어버렸고, 그대로 사타구니를 흠뻑 적셔댔다. 죽음과 함께 근육의 긴장이 일시에 풀리면서 그녀의 방광에 모여있던 오줌이며, 보지가 비벼지며 분비되던 애액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찌걱- 찌거억-'

 '후룹! 핥짝!'

 참혹하게 살해당한 엘리트 요원의 시체에 한때 엘리트였던 쭉정이가 농밀하게 들러붙으면 그나마 남아있던 기력을 쏟아냈다. 더 이상 스스로 애액을 쏟아내지 못 하는 엘리트 요원의 보지에서도 애액을 쏟아내고 있는 것마냥, 그녀는 시체의 몫까지 애액을 쏟아냈다가 쓰러졌다.

 정확히 말하면, 쓰러지기 직전에 그녀는 자신이 죽인 시체와 최대한 결합하기 위해 팔짱도 끌어안고, 다리도 최대한 시체의 한쪽 다리를 휘감아서 꽉 끌어안아 서로의 보지를 최대한 밀착시킨 자세로 쓰러졌다.

 엘리트 요원이 순순히 당했거든 벌써 이렇게 나가떨어질 리 없었지만, 1시간동안 저항하는 걸 제압하는 데 힘을 쏟은 나머지 그녀의 몸도 더 이상 회복력이 제대로 가동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모양이었다.


 두 사람 모두, 엘리트에 걸맞는 최후를 맞은 상황에도 그녀들이 뽑아내는 실험자료는 계속 전송됐다.


 "좋아, 실험은 끝났으니 저것들은 배양소로 보내버려."

 "알겠습니다."


 로봇팔이 나와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엘리트를 집는데, 굳이 두 사람을 온전히 붙잡을 필요없이, 신체 부위가 떨어져나가지 않을 정도만 붙잡고서 들어올리면 나머지도 함께 끌어올려졌다.

 놈들에게 당한 희생자들이 생존한 상태거든 구조대를 덮치는 유사 좀비처럼 됐지만, 지금처럼 둘 다 기력을 있는 대로 쏟아내고 죽거나 거의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거든 지금처럼 서로 꼭 들러붙어서 어지간해선 떼어낼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까닭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멀쩡한 상태에선 절대로 못할 자세로, 기어코 괴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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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고어를 생각했지만 글을 쓰다보니 이것저것 섞였다.


 다들 알다시피, '엘리트'란 건 저런 식으로 개죽음을 당하면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단어다. 그래서 재벌이든 정치인이든 자기 자식들을 군대에 안 보내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군대에서 죽는 것만큼 이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죽음 중에서 개죽음인 것도 별로 없을 테니 말이다.

 정작 군대 전역한 입장에서 보거들랑 그런 개짓거리에 휩쓸리지 않은 것에 대한 부러움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동시에 그런 개짓거리가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서 이 나라를 그들이 이끌 거라 생각하려니 뭔가 역한 감정도 올라오고 그렇단 말이지.

 왜 뜬금없이 군대 얘기가 나오냐면, 최근에 예비군 원격 교육이란 걸 받고나니깐 드는 생각이 대략 이렇단 얘기라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글을 쓰다보니 이 글이 이렇게 된 것 같다. 글의 내용 자체는 엘리트 요원이 실험 상황에서 처절하게 능욕, 겁탈당하는 내용이라지만, 어째 서술하는 걸 보거든 전장에 투입된 군대에 대한 서술이 더 많은 걸 보니 그런 것 같다.


 잡설은 이만 마치겠다.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았다.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