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 여성 법원 내부, 1327시

법정 내부는 간단하다. 심판관이 판사 자리에 앉아있고 그 앞에는 피고인석이 있다. 방청석은 없다.

똑똑똑

노크 소리가 난다.

심판관은 벗어두었던 집행모를 다시 쓴다.


심판관: 들어오세요.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차고 있는 여성 한명이 경찰관 두명에게 팔짱이 끼인 채 들어와 자리에 앉혀진다.


심판관:  안 유나씨. 본인 맞으시죠?

안 유나: ...


경찰이 여성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안 유나: 꺄악!

심판관:  안 유나씨, 본인 맞으시죠?

안 유나: 네....

심판관:  어디보자... 이름 안유나... 35세...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 10년째 재직중... 맞습니까?

안 유나: 네....

심판관:  그리고... 애인 없고... 아, 애인 소개가 들어왔던것도 전부 찼네요? 국가에서 맺어준 사람들이랑도 전부 찼구요.

안 유나: 너무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였어요!

심판관:  안 유나씨, 두번은 부잣집 후처로, 두번은 비슷한 경제력의 사람과 맺어줬는데 네번 다 걷어찬걸로 나오거든요?

안 유나: 저는... 저는 정상적인 남자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할거라구요! 다들 제 마음에 안드는걸 어떡해요!

심판관:  네, 그런데 아쉽게도 더이상 시간이 없으시네요.

안 유나: 심판관님! 전.ㄴ..

심판관:  정숙하세요.


다시 경찰이 여성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안 유나: 꺅...!

심판관:  음... 신체검사 결과를 보면 난자는 개수가 조금 남아있는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임신하기 힘들다고 하는군요.

안 유나: 그... 그런...

심판관:  아시다시피 이제 안 유나씨가 선택할 수 있는건 두가지 뿐입니다.


안 유나의 몸이 떨린다.


심판관:  공창에 입소해서 5년동안 사회봉사를 하거나 목장으로 가서 10년동안 모유를 생산하면 됩니다.


안 유나의 얼굴에 절망이 가득 찬다.


심판관:  공창에 입소해서 사회봉사를 하는 동안 유모 자격증을 취득해 영유아 보호사가 되는 경우도 있고, 목장으로 가서 모유를 생산하면서 여러 인간형 가축 대회에서 입상해 상금등을 노려 안락한 노후생활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러니 어느쪽이든 나쁘지 않습니다.


안 유나: 저... 저는 초등학교 교사....

심판관:  당신을 대신할 초등학교 교사는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녀를 두명, 세명 낳으면서 계속 교사생활을 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근무평정을 보니 격무는 뺄거 다 빼면서 자식은 자식대로 안낳았네요. 감안해줄 수가 없습니다.

안 유나: 오, 올해 말... 올해 말까지만 유예를 주시면....


심판관은 한숨을 내쉰다.


심판관:  안 유나씨, 잘 들으세요.


안 유나는 긴장한다.


심판관:  당신은 생산성이 없는 사람이에요. 30살때부터는 수백명의 전문가와 AI가 동원되어 국가 차원에서 매년 최소 한명씩 최적의 결혼자리까지 제안했습니다. 그걸 다 거절해놓고 이제 와서 기간을 더 달라니, 뭘 믿고 더 줘야합니까?

안 유나: 애를 낳을께요... 누구든지 애를 꼭 낳을거니까...

심판관:  이보세요, 일단 유나씨가 임신하기 힘든 늙은 몸이 된건 둘째 치더라도, 아무 남자가 미쳤다고 유나씨한테 자기 씨를 뿌릴 것 같아요? 그게 다 돈인데? 유나씨한테 뿌릴 바에는 다른 건강한 젊은 여자한테 뿌리는게 훨씬 이득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세요. 유나씨는 사회적 가치가 없어요.

안 유나: 제발요 심판관님... 제발...

심판관:  공창으로 가서 피임약 없이 하다보면 임신 할 수도 있고, 그러면 다시 복직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합시다.

안 유나: 저... 저 결혼 할께요... 아무나... 그러니까 연애해서 결혼할테니까...

심판관:  안 유나, 판결. 공창.

안 유나: 심판관님!!!!!!!


안 유나는 그대로 절규하며 끌려나간다.

심판관은 한심하다는듯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