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공부하고 수학교육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철학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입장에서는, "문송합니다" 드립을 이해할 수 없음: 예외적으로 '객관적'인 어체를 쓰자면, 사람 사이의 비선실세는 감정지능 뛰어난 순서대로, 그리고 그 중에서도 실행지능 뛰어난 순서대로 정돈되기 마련인데, 문과의 궁극적인 가치는 글로 하는 감정지능 단련이라 보는 이상, 결국 다른 사람 머리꼭대기 위에서 놀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문과라고도 연결 가능.


심지어 이는 수학적 요소가 곁들여진 분야에서도 해당 사항이 있다고 보는 바. 피터 린치라는 네임드 펀드 매니저가 있는데, 이 양반도 MBA를 하는 과정에서 배운 수학보다는 학부 시절 역사를 전공하면서 기른 상황 파악 능력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한 바 있음 (그래도 이 양반은 투자 그래프들을 읽고 이해할 정도의 수학 실력은 있으니, 겸손으로 볼 지언정 얕잡아보면 안 되며, 심지어 해외 여행을 소화할 정도의 외국어도 할 줄 아는 능력자임).


게다가, 나는 문과가 문송하다고 하는 건 봤어도, 이과에서 그들의 결여된 감정지능이 어떤 해를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성찰하는 경우는 잘 못 봄: 그런 것을 성찰하는 순간 일단 엄연히 문과의 영역으로 넘어오며, 또 난 오히려 문송하다고 자조하는 문과를 보고 오만해하는 경우를 봤으면 봤지 (심지어 필자부터 한때 그런 적 있음).

 

굳이 떠오르는 게 있다면, 어느 지방의 고유 언어로 하는 문과 (한국이면 국문학, 영어권은 영문학 등; 역사도) 는 해당 지방 기준으로 진입장벽이 제일 낮기는 함- 진입장벽이 낮다고 해서 그 완성도의 한계 (i.e. 감정지능 단련) 가 낮다는 것은 또 아니지만. 이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게 하나 더 있다면, 진입장벽이 낮다면 그만큼 낮은 완성도를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날 확률도 올라간다는 점이 있겠음.


그런 의미에서, 같은 문과라도 외국어라는 오감 영역의 스킬 단련을 동반하게 되면, 오감 영역에서 쓸 만한 실제 능력과 감정지능이 동시에 올라가는 만큼 난이도가 확 뛴다고 봄.


그렇다면 철학은 어떨까? 외국어에다가 수학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사고력 단련까지 곁들여지는 이상 문과의 최종보스일까? 굳이 한가지 '함정'이 있다 치면, 철학에서 하는 외국어는 읽기 (그마저도 옆에 기타 번역본과 사전을 같이 두고 하는 그것) 가 1순위고 실용적인 말하기/듣기는 후순위라는 느낌을 좀 받음. 


물론 이것이 외국어 관련 자격증에 도전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것은 또 아니지만, 그러한 자격증들은 번역본과 사전의 도움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


다들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