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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계산 방식


소파협정은 명확하다. 주한미군 역시 미국 군인이므로 그들의 월급과 장비 등의 비용은 전액 미국이 부담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본 독일 한국에 주둔하는 모든 미군은 다 이 기본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각 국가와 주둔군에 대한 분담금 협정을 맺는다. 한국에 주둔하면서 부지 사용에 따른 비용이나 한국인 군무원 급여 등 한국측에서 조달해주는 기본 비용의 50%를 한국이 부담한다. 이는 미군을 주둔시키는 대부분 국가에서 동일하다.


이런 구조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베푸어주는 구조다. 미군의 주둔은 쌍방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군은 자기의 비용으로 미군을 주둔국에 파견해 공동의 목적을 수행한다는 면에서 비용부담 구조는 일방적이다. 사드 배치 비용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한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 즉, SOFA 관련 규정을 원용해 부지와 기반시설 등은 한국측이 부담하고 사드시스템의 전개와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하는 것과 같다.


트럼프는 지금 이 구조 자체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이다. 주둔군 비용 전부, 즉 미군 병사와 장교들의 급여와 주거 등 부대 비용, 전투전개를 위한 작전비용, 미사일 등 군사자원의 총 가격 중 이용료 일부 등 그동안은 미국이 100% 부담해왔던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지난달 볼턴이 한국에 와서 6조원의 방위비 비용총액을 불렀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그런 계산 방식에 의한 비용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1조를 6조원으로 올려달라(인상)는 것이라기 보다는 계산 방식을 바꾸어 주둔비용 전부를 한국이 부담하라는 전혀 다른 요구로 바뀌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고도 한국 입장에서는 미군이 주둔하는 이득이 훨씬 크다. 사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이루말할 수 없는 경제적 외부효과를 한국측에 잉여로 준다. 6.25전쟁 직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축적되어온 미군주둔의 경제적효과로 따지면 그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주한미군을 보고 들어오는 것이고 외국기업들은 미군이 주둔하는 동안 한국의 안전을 신뢰하는 것이며 한국이 지구전체를 상대로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것도 주한미군의 상징적 신뢰보증 기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주한미군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재정보증인을 얻지 못해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딱한 처지의 고아와 같은 상황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주한미군의 경제적 값어치를 단순히 국방비의 절감이나 국가안보 능력의 보강에 한정하여 생각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폭탄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나 천암함 연평해전 등 심각한 도발에서도 한국호가 견대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주한미군의 존재감, 오직 그것 하나 덕분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지위와 위치는 복합적이다. 미국이 얻는 세계전략상 이득도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상호방위라는 골격이다. 미국의 세계전략만 강조하는 것도 한국측이 얻는 외부효과의 이익총액만 강조하는 것 모두가 부분에 대한 설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이런 상호성에 금이 가고 있다. 트럼프의 속마음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트럼프의 언면만큼은 일방성이 흘러 넘친다.


만일 트럼프가 한국과의 총액 협상에서 성공하면 이런 구조를 일본이나 유럽에도 적용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도 불가피하다. 미군은 어디까지나 미군이며, 미국의 국익에 봉사하는 무력적 수단일 뿐이다. 만일 주둔비용 전체를 주둔국이 부담하게 된다면, 미군은 그날부터 세계경찰을 자부하는 영예로운 엉클샘이 아니라 다만 거칠기 짝이 없는 어글리 양키로 전락하게 된다. 한국이 미군 급여까지 챙기게 된다면 이들은 한국의 용병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원래 돈이 말을 하는 법이다. 주둔비용 전체를 한국이 내게 된다면 미군은 돈을 주는 사람의 명령을 떠받들어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한다. 그리고 작전 전개에서 그동안은 없던 간섭과 사전협의를 가져야 한다.


트럼프는 지금 바로 그런 위험한 장난을 하고 있다. 미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자유를 지켜왔고 공산주의가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왔다. 이는 세계의 시민들을 위해 자신의 숭고한 역할과 책임을 떠맡아왔던 데서 생겨난 빛나는 베테랑의 영예인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용병으로 전락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군의 빛나는 전통과 영예를 돈으로 표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 어느 정도는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는 것은 주판알 튕기기와 날카로운 파열음일 수도 있다.


문재인은 속으로 파탄카드를 만지막거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태가 점차 심각해진다는 것을 문재인도 느끼는 것같다. 내부에서는 미군 떼버리고 국면을 돌파하자는 종북들의 주장도 난무하고 있을 것이다. 선량한 애국시민들은 이 문제에서 또 피를 말리는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애비가 회사나 길에서 다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주먹이 약해서도 아니고 자존심이 없어서도 아니라는 사실을 문재인과 그들만 모르는 것이다. 아내와 자식과 노부모와, 지켜야할 가족이 많은 사람은 쓸개는 집에 빼놓고 다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