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 소개를 조금 하자면 

25살 공대 대학생이고

직원 10명짜리 스타트업 회사 다니면서 등록금 내고 있음

반말하는게 익숙하지는 않은데 다들 그러는것 같아서 반말로 쓸게


일단 사기 당한 코인은 아도 인터내셔널이라고

사기꾼 두목이 총 1500억을 들고튄 사건이고

9시 뉴스에도 나왔었다.



코인 사기를 당하게된 계기는 

대학 동기놈 중에 여기저기 유행? 돈 될것같은건 다 해보는 금수저 쉑이 있었는데

다른 놈들 처럼 그거 할 돈으로 테슬라 사지~~ 일을 왜하냐~ 그 일해서 집이나 사겠냐

그딴 소리 하는 나사빠진 금수저는 아니었고

자기 주식 올랐다고 밥사주고 팀프로젝트 하면 간식도 돌리는 멋진 놈이었다.


암튼 그런 친구가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보게 되는데

어떤 코인 상품이 있는데 적금 처럼 돈을 넣어놓으면

매일매일 한번씩 복리 이자를 주는 상품이 있다는거임


처음 딱 듣고 그딴게 어딛누 ㅈㄴ 사기다 라고 하면서 나는 안했는데

그렇게 2달이 지나고 나니까 친구 돈이 ㄹㅇ 3배로 불어 있는거임...


2달 동안 매일매일 꼬박꼬박 돈이 나오는걸 보니 사기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그때 무슨 온라인 거래장 오픈 이벤트라면서 평소 이자률의 2배를 주겠다는 이벤트가 열림


매일주는 이자를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더 크게 넣어둘 수록 0.001%를 더 주는데

300만원을 넣으면 0.02%를 준다는거임

매일 6만원이 자동으로 통장에 꽂히는 거였다.


나는 홀린듯이 새마을금고 12개월 7%짜리 만기시 20만원 이득인 적금을 해약했고

바로 그 상품에 투자했다.

그리고 3일 뒤 로그인이 막혔다.

해외 해커들이 개인정보를 털어갔다면서 서버를 급하게 내렸단다

서버 복구하는데 1주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보안 업데이트를 한다고 2주를 기다려달란다.

2주후 로그인은 되는데 또 해킹 시도가 있어서 인출 시스템을 막아뒀단다.

그동안 지옥같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지만 계좌를 열어보니 300이었던게 450이 되어있는걸 보고 기분이 좋았었다.


그떄는 몰랐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이

사기꾼들이 도망가는데 시간을 버는 기회였다는것을....



더 이상의 공지도 없었고 결국 얼마안가 아예 사이트조차 삭제되었다.

나와 내 친구는 패닉에 빠졌다. 사실 한달 전부터 사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심 아니길 바라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던 후폭풍이 뒤늦게 몰려왔다.

나도 친구에게 가입 방법만 물어보고 내 독단으로 300을 넣은것이기에 친구의 책임은 없지만

친구놈은 자기때문에 내가 돈을 날렸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괴로워 했었다.

나의 수익 450만 친구 수익 1300만

2천만원에 달하는 돈이었지만 처음 넣은 원금으로 보면 500만원 정도였다.



친구놈이 동작경찰서에 합동수사 본부가 열렸다고 거기로 가자고 했다.

경찰서가 처음이었지만 그 안은 더욱 충격이었다.

뭔가 취조실에서 경찰과 1대1 면담을 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전담 부서 경찰관 5명 정도와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여기저기서 고함과 곡소리가 뒤섞였다.

우리는 바닥에 엎드려서 진술서를 썼고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했었다.

대부분 중년이나 노인인 어르신 분들이 대다수였고 단체로 다단계 설명회 같은데서 당했다는것 같았다.

이 사람들은 얼떨결에 단체로 가입한거지만

나는 내발로 스스로 함정에 걸어들어갔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 중에는 폐지 주워 모은 돈으로 500만원 당한 할머니와

연금으로 50만원 당한 사람부터 5억원 넘게 당한 기업대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튼 고소장이라는것도 처음 써봤는데 6개월 넘도록 딱히 좋은 소식은 없었다.

사기꾼 두목놈이 감옥에 갔다고는 하는데

1500억을 코인으로 환전하고 어디 보내놨기 때문에 추적이 안된다고 한다.

내가 봤을때는 감옥에서 3년 쯤있다가 나와서 잘먹고 잘살것 같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사기꾼을 족칠 방법이 이렇게 없다는거에 진심으로 놀랐다.


1500억이면 어마어마한 돈인데 잡아다가 전기 지지직좀 하면 불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원래 없었던 돈이다.. 생각하고 잊고 살고 있다.

하루 한끼 삼각김밥으로 꼬박꼬박 먹을때마다 그때 그 300이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이 스치긴 하지만

편의점 진열대에 스팸전주비빔이나 참치마요가 있을때의 행복을 소중히 하며 앞을 바라보기로 했다.



긴 뻘글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새해복 많이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