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좆루가 언니 대접 좀 해줬으면 해서 씀

페코린느(17) , 캬루(14)






캬루 『페코린느 언니』  


페코린느 『무슨 일인가요 캬루쨩?』


익숙지 않은 호칭에 페코린느는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캬루의 담담한 말투에 똑같이 자연스럽게 답했다.


캬루 『그 녀석들, 언제 오려나』


페코린느 『아아 유우키 군 일행이라면 저녁쯤에 도착한다고 했어요』


캬루 『아 그래』


싱거운 대답이었다.




최근 점점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유우키는 


콧코로가 혼자 일하러 간다는 사실에 적잖은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리 주종 관계라지만 11살 소녀를 일하러 보내고,


자기는 집에서 논다는 것은 유우키가 지닌 상냥함에 반하는 일이겠지.


그래서 둘은 같이 일자리를 알아보러 가겠다고 말하고 외출했다.




페코린느 『둘 뿐이네요』


캬루 『그렇네』


캬루는 거실 소파에서 마도서를 읽으며 뒹굴거리고 있고, 


페코린느는 얼마 멀지 않은 거리의 부엌에서 이른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언니라··


캬루가 그녀를 언니라고 부른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운해의 산맥에서 마물을 퇴치하고 밤에 캠프파이어를 하던 중 


페코린느가 가져온 열매를 먹고 취해 술김에 불러봤다는 


진부하다면 진부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유우키와 콧코로가 같이 있는 시간대에는 저항감이 있는지 


그녀를 페코린느라고 부르지만, 


어째선지 단 둘이 되는 상황에선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날 밤, 페코린느와 캬루가 텐트에서 정을 나눈 이후로

 

페코린느에 대한 캬루의 태도는 급속도로 변했다. 


이전에 죽여버린다, 라던지 너 바보 아니야? 같은 틱틱대던 말투는 사라지고 


페코린느에 대한 무한정의 신뢰만이 남았다.




그것은 고양이라기보다는 개에 가까웠다.


그것도 노견의 그것과 닮았다.


노견은 주인에게 함부로 배를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주인의 주변에 다가가 둥글게 몸을 말며 묵묵히 손길을 기다릴 뿐.


그것은 무한한 신뢰의 증표이며 같이 보내온 세월에 대한 믿음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캬루가 자신의 외로움을 깨달았던 것은.


뒷골목 출신의 캬루는 관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시덥지 않은 잡배들의 시덥지 않은 말과 공허한 관계에 신물이 났다.


이에 자신을 구원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패동황제와의 관계도 


페코린느 일행을 만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 길드 하우스는,


그리고 페코린느는 폐하가 해주지 않았던 인간적인 관계를 제공했다.


따스했다. 


때때로 바보 같아서 웃음도 나왔지만. 


눈물이 나올 정도로 따듯했다.




캬루는 여느 나이대 아이처럼 관계, 장소, 정체성을 원했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장소, 미식전.


그것은 따듯한 울림이었다.


그걸 페코린느가 채워준 것이다.


사춘기 여자아이의 성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그녀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랑에 대한 갈망도 채워주었다.


캬루는 성모 페코린느를 새로운 신으로 섬기기로 했다.


캬루의 내면의 배신자 DNA 또한 그것을 원했다.   




그런 캬루의 사정과 내면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이 상황에 대해 페코린느도 싫지 않았다.


항상 자신을 유스티아나님, 내지는 공주님이라고만 불리던 호칭에서 


언니라니, 그건 하나의 신선한 울림이었다.


유스티아나는 왕가의 밑에서 금이야 옥이야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형제자매에 대한 은근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걸 귀여운 동생 캬루가 메워준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으면 도망가기 바빴던 그 고슴도치 같은 캬루가 


언니 언니 하면서 따르는 모습을 보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특히 몸을 섞은 후에 같은 침대에서 쌕쌕 숨을 쉬며 자는 캬루를 보면 


다음 날 밥 1공기 정도는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만족감을 느꼈다.



 



캬루 『··린느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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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루 『저기, 페코린느 언니』


페코린느 『네··네?!』


달콤한 회상을 하던 페코린느는 어느새 뒤에 다가온 고양이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나 보다.


캬루 『뭐야 그렇게 놀랄 일이야? 하여간 멍하다니까』


페코린느 『네··네 하하 미안해요. 무슨 일인가요 캬루쨩?』  


캬루 『츄 하자』


페코린느는 이 세 글자를 입력하고 


다음 나올 문장을 출력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페코린느 『네?! 아··아뇨 지금 요리하는 중이기도 하고 식칼도 엄청 위험하고 뭐랄까 장난 아니네요?! 헤헤』


캬루 『싫으면 내가 할게』


페코린느는 볼에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아무리 마이페이스의 그 페코린느라고 해도 


이런 갑작스러운 애정을 받으면 어쩔 줄 모른다.


그녀의 상당한 체온을, 


특히 얼굴 쪽의 장난 아닌 체온 상승을 아는지 모르는지, 


캬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소파에 엎드려 마도서를 보고 있었다.


목적을 달성하여 기쁜 듯 콧노래를 부르며, 


특유의 고양이 귀도 쫑긋거리며 기분 좋아 보였다.


마치 그것이 캬루나라 캬루왕국에서는 당연한 일인마냥 자연스러운 것처럼. 


 


갑작스러운 습격에 페코린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평정을 되찾았고 특유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아 언제까지나 이 아이를 지키고 싶다.


캬루쨩. 내 귀여운 캬루쨩.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내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캬루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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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의 산뜻한 미소.


천성의 밝음. The 햇님의 대명사였던 페코린느는 


평소 길드 친구들이 눈치채지 못하던 은밀한 가학적인 욕망을 떠올렸다. 


마물들을 '잘게 다지기'했을 때의 그 쾌감.


그 감각을 떠올리며 달아온 몸을 밤에 혼자 위로하던 그 욕망.


그 왜 있잖아. 


햄스터가 너무 귀여워서 쥐어 터트리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드는 거.


고양이를 오르간 악기처럼 길게, 


그것도 아주 길게 잡아당기고 싶은 그 욕망.


그런 달콤하고 황홀한 조금은 '장난 아닌' 욕망을 맛보고 있었다.




페코린느는 칼질을 멈추고 어느새 다가와 소파에 엎드린 캬루를 뒤에서 안았다.


캬루 『정말·· 무겁다니까~』


캬루는 특유의 볼멘 소리와는 별개로 달콤한 교성도 함께 들려주었다.


캬루 『언니 점심 준비하던 거 아니었어?』


페코린느 『아뇨 괜찮아요 캬루쨩. 저 이제 배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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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루는 페코린느가 자신에게 어떤 본망을 가졌는지 


그 후의 일을 예상치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