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루는 '없는 사람'이다.



말을 걸어도, 소리를 질러도, 심지어 때려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오늘은 저희 셋이서 꽃구경을 가요!"

페코린느가 활기차게 말했다.


하기사 봄이 왔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페코린느, 유우키, 콧코로는 소풍 도시락을 싸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꽃이 많이 핀 장소가 어딘지, 도시락은 어떤 걸 넣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소풍 가기 전의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일상.




거기에 캬루는 없다.

바로 옆에 앉아 있지만,



없다.



세 명은 캬루 따윈 안중에도 없이 각자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서로 즐겁게 웃으며 대화하고 소풍 갈 준비를 한다.



캬루는 조용히 그릇을 내려다보며 조금 남은 오트밀에 숫가락을 끼적댈 뿐이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는 중이다.




딱히 직접적으로 뭘 하진 않는다.


밥을 먹지 말라거나, 방에서 나가라거나...

그런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주어지는 게 없을 뿐이다.




식사시간이면 식탁에는 따끈따끈한 세 명분의 빵과 요리가 놓여져 있다.


동료들이 식사할 동안, 캬루는 알아서 자기 밥을 준비한다.


그녀가 식사를 하는 곳은 동료들이 다 먹고 치운 차가운 식탁이다.


밥 먹을 때 째려보는 시선이나 혀 차는 소리 하나 없다.


그냥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다 먹으면, 캬루는 혼자 쓸쓸히 뒷정리를 한다.



캬루도 한번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미리 음식을 준비해서, 동료들이 밥을 먹을 때 같이 옆에 앉아서 먹었다.


말 한 마디는커녕, 눈길 하나 오지 않았다.


혼자 먹는 것보다 비참할 뿐이었다.




캬루는 그날 뒤로 같이 밥을 먹지 않았다.







말을 걸어도, 손을 흔들어도 대답은 기대할 수 없다.


마치 공기를 보는 것 마냥, 무시하고 지나칠 뿐이다.


소리를 질러도, 협박해도, 돌아오는건 철저한 무관심.


캬루는 점점 망가졌다.




직접적으로 뭘 하진 않는다.

간접적으로도 뭘 하진 않는다.


캬루에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하루는, 페코린느에게 달려가 뺨을 때린 적이 있다.


무시당한 지 세 달째 되는 날이었다.



결과는 생각 외였다.

단 0.1초.


한순간이지만 캬루는 살기를 느꼈다.

순간의 그 눈동자를 캬루는 잊지 못할 것이다.


캬루는 산 채로 살이 발라지고 싶진 않았기에, 직접적으로 남의 몸에 손을 댄 건 그 날이 처음이자...마지막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혼잣말이 늘었다.

아무도 듣지 않아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도, 심지어 아무도 없어도 캬루는 말을 거의 멈추지 않았다.


혼자 웃고, 떠들고, 말하고...




그러다 자신의 뺨을 때리고, 고개를 흔들고 정신을 부여잡는다.


배고픔이 그녀를 제정신으로 유지해준다.


방에서 비척비척 걸어나와 부엌에서 남은 자투리를 모아 뭔가를 만든다.

그리고 먹는다.




적어도 생존을 위한 이런 행위(요리, 빨래, 목욕 등...)를 하기에, 캬루는 완전히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빈도가 적어진다.


예전엔 세 끼를 챙겼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한 끼 먹을까 말까한다.

빨래나 샤워 같은 건 더하다.




문이 열리고, 동료들이 들어온다.

퀘스트를 하러 나갔던 모양이다.



힘들었느니, 어땠느니 하는 소리를 하며 장비를 대충 풀고 소파에 풀썩 앉는다.

웃음소리와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사람이 살아가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것을 들으며, 캬루는 조용히 먹은 걸 치우고 다시 방으로 올라간다.

대화에 끼어보려는 노력은 6개월 전에 포기했다.


혼잣말이 그때부터 늘었던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대답이 돌아온다.

머릿속 환청이지만, 캬루에겐 큰 위안이 된다.


지독한 외로움은 종종 친구를 만든다.



존재하지 않는 친구지만, 캬루에겐 정말 든든하다.



그/그녀 덕분에, 캬루는 오늘도 즐겁게 말한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