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배신자에요.

전 말투도 험해요.

전 쓸모도 없어요.

전 가난해요.

전 외톨이에요.



가장 오래된 기억은, 뒷골목 쓰레기장이었어요.

쓰레기통을 뒤지던 기억이 나요.



다음 기억은 패동황제가 절 거두어들인 모습이에요.

그녀는 쓰고 버릴 일회용품이 필요했지만, 전 그냥 누군가가 저에게 관심을 가진다는게 좋았어요.


저는 자라면서 또래 친구는커녕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한 손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아요.


애정이나 사랑은 저랑 거리가 멀어요.



그냥 그렇게 자랐어요.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살면서 호의 비슷한 걸 처음 받았거든요.

다른 사람이 날 위해준다는 감정은, 정말 낮설었어요.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살면서 배운 건 욕설이랑 험한 말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어요.





여러분과 지낸 나날은 정말 좋았어요.


맞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배가 고프지도 않고, 무시당하지도 않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전 그때 패동황제를 배신했어요.


둘 사이에서 정말 고민했어요.


은인이자 사실상의 부모 패동인가.

살면서 처음 사귄 친구인 여러분인가.


전 죽기 싫었고, 그나마 더 길게 살 수 있을것 같은 곳에 붙었어요.




그래서 이 꼴이 된 거죠.


전 배신자로 낙인찍혔어요.


어딜 가나, 어디서나 저를 싫어해요.


여러분도 절 배신자라고 취급하잖아요.


썩은 물이랑 개사료만 주고.

목줄에 묶고.


심심할 때마다 나와서 절 두들겨패죠.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제가 살아있어서 그런건가요?


제가 태어나서 그런건가요?


제가 받는 이 모든 고통이, 이유가 있을거 아니에요...


제발 말해주세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